[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향후 6년 내 522조 원대로 커지는 알토란 시장인 냉난방공조 사업을 잡아라’
최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주요 가전업체들이 때아닌 냉난방공조(HVAC)시장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Lennox)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는 이 미국 법인을 활용해 미국 내 유통 채널을 넓혀 북미 공조시장을 본격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이에 질세라 LG전자는 최근 6년 만에 사업본부를 재편해 기존에 없는 사업본부를 지난 12일 신설했다. ‘ES(에코 솔루션)부서로 불리는 이 사업본부는 기존 H&A(생활가전)사업본부 밑에 있던 HVAC 사업과 BS(비즈니스 솔루션스)사업부 전기차 충전사업을 분리해 만들었다.
◇HVAC는 무엇...왜 중요하나
TV, 컴퓨터, 노트북, 냉장고 등 각종 가전사업에 주력해온 삼성과 LG가 이처럼 냉난방공조 사업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HVAC는 ’Heating(난방), Ventilation(환기), AC(Air-conditioning, 에어컨)의 줄임말이다. 이는 냉난방 기능과 환기 기능을 통해 실내 온도를 조절하고 공기 질을 통제하는 시스템을 뜻한다.
업계 관계자는 “일반 가정이 여름과 겨울에 냉난방을 담당하는 에어컨 등 가전제품을 사용하고 있지만 대규모 산업단지와 공장, 오피스빌딩 등에는 수 많은 이들의 온도와 환기를 담당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이처럼 중앙 냉난방 기능을 갖춘 대규모 단지와 공장은 HVAC 기능을 갖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최근 전 세계적으로 거세게 부는 환경규제 강화 정책도 HVAC 수요를 부추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유럽연합(EU)의 탄소중립산업법(NZIA) 등 친환경 정책으로 탄소 배출을 줄이는 정책이 강화되고 있다”며 “이에 따라 에너지 효율이 높은 친환경 냉난방 시스템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에너지 효율성에 대한 관심도 HVAC 시장이 커지는 요인으로 꼽힌다.
에너지 비용 상승과 환경 보호 인식이 커지면서 효율적인 냉난방 시스템을 찾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스마트 기술의 발전도 HVAC 육성을 부추기고 있다.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이 발전해 이 기술을 HVAC에 접목한 이른바 ‘스마트 HVAC’ 시스템이 개발돼 사용자 편의를 높이고 에너지도 절약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이밖에 데이터센터 급증도 HVAC 인기의 주요인이 된다.
AI 데이터센터의 등장으로 고성능 컴퓨팅 시설이 늘어나 첨단 시설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냉방 시스템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오는 2030년에 522조원 시장으로 급성장
HVAC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향후 성장 전망도 밝다.
세계적 시장조사기관 마케츠&마케츠(Markets & Markets)에 따르면 전세계 HVAC 시장은 2020년 약 2020억달러(약 295조원)에서 연평균 4.8%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약 3580억달러(약 522조원)로 1.7배 이상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처럼 HVAC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국내 주요 대기업도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HVAC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LG전자는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며 “이를 위해 LG전자는 2011년 LS엠트론 공조사업부를 인수하며 냉난방공조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LG전자는 대형 공조시스템 기기 ‘칠러’를 내놔 국내 최대 종합공조기업으로 등장했다”며 “이를 토대로 해외 시장에도 눈을 돌려 최근 3년간 LG전자 칠러 사업 가운데 해외 매출 비중이 40%에 육박한다”고 풀이했다.
삼성전자도 에외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친환경 공조 사업을 로봇, 전장(전기자동차 부품) 등 4가지 핵심 사업에 포함시키며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은 차세대 성장을 이끌 먹거리로 '친환경 공조 솔루션'을 지목했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전자는 지난 5월 미국 냉난방공조 기업 레녹스(Lennox)와 합작법인을 세워 43조원에 이르는 미국 등 북미 공조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주력사업 가전부문 포화상태...성장 전망 밝은 HVAC에 가속페달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가전업체들이 냉장고, TV, 컴퓨터 등 주력사업이 아닌 HVAC에 관심을 보이는 데에는 기존 주력산업의 성장 둔화와 내수시장 한계를 꼽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냉장고, TV 등 기존 가전 사업이 점점 하향세를 보이는 등 포화상태인데다 중국 도전도 만만치 않다”며 “중국업체가 국내 업체 제품 성능과 비슷하지만 가격은 크게 낮춰 국내시장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예로 LG전자의 생활가전(H&A)사업본부 매출은 올해 2분기 8조8429억원을 거뒀지만 3분기에는 8조3376억원으로 줄었다”며 “영업이익도 올해 2분기 6944억원에서 3분기 5272억원으로 내림세”라고 지목했다.
그는 “매출과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은 아니지만 하락세임에는 틀림없다”며 “이에 따라 국내 가전업체들은 기존 주력사업 침체를 해소하기 위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HVAC 시장으로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고 풀이했다.
그는 또 “HVAC는 다른 가전제품에 비해 경기에 덜 민감한 필수 인프라”라며 “삼성전자와 LG전자는 HVAC에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능을 접목한 제품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경쟁업체를 제치려는 경영전략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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