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2025년 을사년(乙巳年)을 맞아 주요 기업들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기업의 주요 공통분모는 ‘TAC(트럼프·인공지능(AI)·중국)’인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올해는 이달 20일(현지시간) 출범하는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이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국내 기업의 수출 전선에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올해 주요 기업들이 올해 주력해야 할 기술력으로 AI를 한목소리로 꼽아 눈길을 끈다. 이는 AI가 기업의 제조공정 첨단화와 맞춤형 경영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중국의 행보도 주목된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에 미국 내 수출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이는 중국이 미국을 제외한 한국 등 해외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전망이다. 특히 기술 완성도가 갈수록 고도화하는 중국은 성능이 좋은 제품을 싼 가격에 만들어 해외 무대에서 가격 경쟁력으로 승부를 걸 것으로 점쳐진다.
◇올해 본격화될 ‘트럼프노믹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미국 백악관의 새로운 주인이 되면 트럼프노믹스(트럼프 경제정책)가 시작될 전망이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후 줄기차게 ‘관세’ 강화를 외쳐왔다. 이는 트럼프가 이른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달성하기 위해 미국 교역국 모두에 ‘관세폭탄’을 떨어뜨리겠다는 무역정책이 본격화되는 것을 뜻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국가에 10~20%의 보편관세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 △중국에 6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특히 중국이 협조하지 않으면 관세 10%를 추가할 수도 있다고 밝혀 ‘트럼프발(發) 관세전쟁’은 불가피하다.
재계 관계자는 ”북미 3국은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에 따라 경제동맹을 맺어 상호 의존도가 큰 편“이라며 ”캐나다는 총수출의 76%, 멕시코는 72%를 미국에 의존해 트럼프가 두 나라에 관세를 매기면 타격이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중국이나 캐나다 등과 달리 보편관세 10~20% 이내에 결정될 것으로 보이지만 이러한 관세폭도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와 관련해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은 “트럼프 2.0 시대의 관세 전쟁 격화로 국내외에서 우리 주력 시장을 위협할 것”이라며 “철강사업 및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에서 실질적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주요 기업, AI 경쟁력 강화에 가속페달
트럼프노믹스에 이어 국내 주요 기업이 올해 역점을 두고 있는 영역이 바로 AI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를 비롯해 SK, LG 주요 총수들은 일제히 AI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를 주문했다.
삼성전자는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가전·스마트폰) 부문장(대표이사 부회장)과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반도체) 부문장(부회장) 공동명의로 신년사를 통해 “지금은 AI 기술의 변곡점을 맞아 기존 성공 방식을 초월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고도화된 인텔리전스로 올해는 확실한 디바이스 AI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자”고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년사도 예외는 아니다.
최태원 회장은 “AI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글로벌 산업구조와 시장 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AI를 활용해 본원적 사업 역량을 높이기 위해 AI를 실제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또 “AI 반도체 기술, 글로벌 AI 서비스 사업자와의 협업 역량, 에너지 솔루션 등 우리가 가진 강점은 AI 시장의 주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며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그룹의 미래 먹거리로 ‘ABC’를 집중 육성해왔다. ABC는 AI·바이오·클린테크의 약어다.
구광모 회장은 신년사에서 “고객을 위한 도전과 변화의 DNA로 LG 없이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세우자”고 당부했다.
그는 또 “고객의 시간 가치를 높이고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하는 AI와 스마트솔루션, 건강한 삶과 깨끗한 지구를 만드는 바이오, 클린테크까지 그룹 곳곳에서 싹트고 있는 많은 혁신의 씨앗들이 미래의 고객을 미소 짓게 할 가치가 될 것”이라며 ABC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美 보호무역주의에 한국 등 해외시장 공략과 자체 기술 선진화 ‘우려’
올해 신년사에서 주요 기업이 언급한 것 가운데 하나가 중국기업의 추격을 우려하는 대목이다.
이는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볼 수 있다.
우선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미국 내 판로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이는 중국기업들이 다른 해외시장에서 미국 수출 물량에 해당하는 상품을 대규모 쏟아낼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렇다고 중국이 덤핑가격으로 미국을 제외한 외국에 물량 공세를 한다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미국 수출에 어려움을 겪을 중국기업이 또 다른 해외시장에서 수익을 보존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얘기”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중국은 가격은 저렴하지만 품질은 크게 뒤떨어지지 않는 상품으로 해외를 공략할 가능성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중국 기술력 강화도 눈여겨봐야 하는 항목이다.
중국은 AI를 비롯해 로보틱스, 스마트카, 드론 등 최첨단 분야에서도 괄목할만한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들도 중국의 기술력 강화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예로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신년사에서 ‘중국’을 4번 언급하며 중국 추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오갑 회장은 “조선 사업은 3대 핵심 분야를 더욱 최적화해 중국이 따라오지 못하는 최첨단 선박을 끊임없이 만들어내야 하고 동시에 중국에 잠식당한 기존 시장을 되찾아 오기 위한 전략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빅3’ 총수들도 신년사에서 '기술 우위 강화', '원가경쟁력 확보'를 강조해 기술 첨단화를 통해 중국의 추격을 이겨내야 한다는 취지를 내비쳤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국내 주요 총수들의 신년사에는 중국기업의 비약적 성장에 대비 태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며 “이제 세계 무대에서 중국이 더 이상 가볍게 볼 대상이 아니라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연초에 국내 정치 불안정과 트럼프 출범 임박 등으로 국내 경제가 ‘시계 제로’상태에 빠졌다”며 “이에 따라 국내 주요 기업이 위기 극복과 재도약 의지를 다짐하는 내용이 많아 담겼다”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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