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화재 등으로 차량 수요가 주춤하지만, 기존 전기차 보급과 정부 정책 등으로 인해 전기차 충전기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 현대자동차]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향후 5년내 32조원으로 커지는 국내 전기자동차 충전기 시장을 잡아라’
최근 전기차가 각종 화재 등 차량 사고에 이른바 ‘캐즘(Chasm·일시적인 수요 정체)’에 빠졌지만 전기차 충전기 시장 전망은 밝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에너지 관련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기 인프라 시장 규모는 2022년 11억달러(약 1조5823억원)에서 2030년 224억달러(약 32조2224억원)로 커질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충전기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이 45%에 이를 것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정부도 오는 2030년까지 충전기를 12만기 이상 보급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전기차 캐즘’에도 향후 충전기 시장 전망 밝은 이유는
지난해 8월 인천 청라국제도시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전기차 화재가 발생해 차량 880대가 소실되고 717명이 손해를 봐 이른바 ‘전기차 포비아(공포증)’이 확산됐다.
이에 따라 전기차 수요가 크게 줄었지만 충전기 시장 전망이 밝은 데에는 크게 4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기존 전기차 보급에 따른 충전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서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판매된 전기차 숫자가 많아 이들의 충전 인프라는 계속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기차가 화재 등 안전 문제가 남아있어 향후 판매량이 급증하기는 쉽지 않지만 전기차 충전기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이와 함께 정부의 전기차 보급 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전기차가 지구온난화 등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대표적인 친환경 차량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가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충전 인프라 구축에 계속 투자하고 있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 등 악재에도 미국을 비롯해 유럽, 중국 등 주요 국가에서는 충전소 설치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며 ”이는 미래 자동차 시장의 화두가 전기차라는 것을 보여주는 예“라고 설명했다.
기업들도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충전 인프라는 한번 구축되면 장기간 관리해야 하는 점 때문에 기업들은 눈여겨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기를 오랫동안 운영하는 데 따른 사업 기회가 생긴다“며 ”특히 소비자 수요에 따라 완속 충전기, 급속 충전기, 초급속 충전기 등 다양한 충전 옵션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충전기 제조업체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라고 설명했다.
이밖에 이른바 ‘상업용 충전 인프라’ 확대도 충전기 업체가 주목하는 대목이다.
기존 승용차 외에 물류, 배달, 택시 등 운송업체들이 전기차 도입을 늘리면서 전용 충전소를 구축하고 있는 추세다.
이는 기존 내연기관이 아닌 전기차량을 이용하면 연료비 감소와 친환경 기업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화재율이 계속 거론되고 있지만 차량 화재는 전기차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소방청에 따르면 2021∼2023년 내연기관차와 전기차 화재는 각각 1만933건, 139건으로 내연기관 차량이 압도적으로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2023년만 해도 차량 1만 대당 화재 건수는 내연기관차가 1.9건, 전기차는 1.3건으로 내연기관차 화재 발생률이 전기차보다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전기차 화재에 대한 지나친 공포심을 조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향후 성장할 전기차 시장 겨냥해 충전기 업체 공격경영
전기차 충전기 업체들이 전기차 캐즘에도 사업 확대를 이어갈 뜻을 내비친 대목은 낮은 충전기 보급률을 꼽을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으로 국내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약 60만 대를 돌파했다. 정부는 전기차 보급을 더 늘려 올해 전기차 누적 등록대수를 113만대로 정했다.
그러나 전기차 화재 등에 따른 캐즘과 충전 인프라 부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스마트그리드협회에 따르면 2025년 2월 현재 국내에 갖춰진 전기차 충전기는 누적 40만5000기로 집계됐다.
국내 전기차 충전기는 2020년 3만4714기에 그쳤지만 △2021년 9만441기 △2022년 19만2948기 △2023년 28만8148기 △2024년 39만4132기로 꾸준히 늘고 있다.
충전기당 전기차 대수를 의미하는 '차충비'도 2023년 12월 1.9대에서 2024년 12월 1.7대로 낮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차충비가 낮아지는 추세이지만 이미 운영중인 전기차 충전 수요을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정부도 충전기 인프라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환경부는 올해까지 충전기 설치 대수를 59만기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의 충전기 인프라 확충 방안은 충전기업계에는 ‘호재’다.
전기차 충전기 시장 성장잠재력이 커지면서 채비,SK일렉링크, 이브이시스 등 충전기 업체들이 시장 공략을 위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충전기 시장 1위는 스타트업 ‘채비’이며 SK일렉링크, 롯데그룹 계열사 이브이시스가 추격하고 있는 양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충전기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여 기존 충전기 업체외에 다른 대기업과 외국 충전기 업체들도 국내 충전기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는 ”충전기 업체들이 특히 주목하는 사업 영역이 급속 충전기 시장“이라며 ”완속 충전기 시장에는 500곳이 넘는 중소업체가 사업을 펼쳐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짧은 시간내 충전을 할 수 있는 급속 충전기 영역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