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와 삼성SDI가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 개발을 위한 MOU를 체결하며, 21조 원 규모로 성장할 글로벌 로봇 배터리 시장 선점을 본격화했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향후 5년 내 21조원 대로 커지는 글로벌 로봇용 배터리 시장을 잡아라”
국내 대표적인 모빌리티(이동수단) 업체와 배터리 전문업체가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손을 잡았다.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기아와 삼성SDI는 24일 경기도 의왕연구소에서 '로봇 전용 배터리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현대차·기아, 로봇 개발 및 운용 경험 활용해 삼성SDI 배터리 성능 업그레이드
이에 따라 이들은 로봇에 최적화한 배터리를 만들어 이를 각종 서비스 로봇에 탑재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용화된 로봇은 전용 배터리가 없어 대부분 전동 공구나 경량 전기 이동수단(LEV) 등에 쓰이는 배터리를 주로 사용하고 있다”며 “하지만 구조가 복잡한 로봇은 배터리 탑재 공간이 넉넉하지 않아 작은 셀을 적용하면 출력 용량이 줄어드는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에 현대차·기아와 삼성SDI가 협력하는 것은 배터리 형태를 제한된 공간에 최적화하고 에너지 밀도를 향상해 출력과 사용 시간을 늘린 로봇 전용 고성능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이번 MOU로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이 신규 개발 배터리의 로봇 적용 평가와 성능 고도화를 담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은 지난 2018년 설립한 회사 내 로봇 전문 제작 사업부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는 로봇 개발 및 운용 경험을 활용해 배터리 최대 충·방전 성능, 사용 시간, 보증 수명 평가 등을 진행할 것”이라며 “삼성SDI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기 위해 고용량 소재를 개발하고 설계를 최적화해 배터리 효율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협업은 참가하는 모든 업체에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결과를 가져다줄 것”이라며 “배터리 사용 시간을 기존 제품보다 혁신적으로 늘리면서 가격 경쟁력도 갖추는 일석이조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배터리 ‘캐즘’ 겪고 있지만 21조원대로 커지는 로봇 배터리 시장 선점 본격화
완성차업체와 배터리 제조회사가 이처럼 로봇 전용 배터리 사업에 손을 잡은 데에는 향후 시장 전망이 밝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기관 마켓&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로봇 배터리 시장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2023년 기준 전 세계 로봇 배터리 시장 규모는 약 75억 달러(약 11조원)이며 2030년에는 148억달러(약 21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이는 시장이 2024년부터 2030년까지 연평균 9.2% 성장한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SDI로서는 최근 전기자동차 화재에 따른 이른바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인 수요 정체)’을 겪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타개하고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기 위해 로봇 배터리 시장으로 사업 영토를 넓히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기아 역시 로봇 전용 배터리 사업에 함께 참여해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겠다는 ‘큰 그림’을 기리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로봇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자율주행 등과 함께 미래 먹거리로 정하고 이에 필요한 기술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이를 보여주듯 현대차그룹은 2021년 미국 로봇 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이족보행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사족보행 로봇 개 '스팟' 등 첨단 로봇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2018년 사내 로보틱스랩를 설립한 후 자체 기술로 만든 첫 산업용 웨어러블(착용형) 로봇 '엑스블 숄더'(X-ble Shoulder)를 지난해 11월 공개했다“며 ”엑스블 숄더를 현대차·기아 생산 부문에 우선 공급한 뒤 내년부터 그룹 계열사와 건설·조선·항공·농업 분야로 판매처를 넓힐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봇은 반도체, 광학, 통신, 소프트웨어, 기계공학 등 다양한 첨단산업 분야가 집약됐다“며 ”이에 따라 제조업, 물류, 요식, 의료 등 상업용과 가정용에 이르기까지 확장성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로봇산업은 한국 등 주요 제조 국가가 고령화 사회로 진입하면서 이에 따른 노동력 부족을 해결할 수 있는 핵심 요소“라며 ”특히 로봇이 AI(인공지능)와 접목하면서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미래 산업의 화두“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에 따라 전 세계 주요 제조업체가 차세대 먹거리인 로봇산업에 뛰어들고 있다“며 ”현대차그룹의 이번 로봇용 배터리 사업 참여 역시 첨단 로봇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풀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