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 주총에서는 주주환원 정책, 경영권 방어, 전문가 사내외이사 영입, 신규 사업 발굴이 주요 이슈로, 기업들은 배당·자사주 매입 등으로 주주가치를 높이고, 경영권 분쟁에 대응하며, 전문성을 강화한 이사회 구성과 신사업 추진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올해 정기 주주총회(주총)을 지배하는 관전포인트는 ‘주주환원’을 비롯해 ‘기업 경영권 방어’, ‘전문가 사내외이사 선임’ 그리고 ‘신규 사업’ 등 크게 4가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른바 국내 상장기업 ‘청문회’로 통하는 3월 정기 주총 시즌을 앞두고 주요 안건을 내놓고 있다.

각 업체별로 주총 주요안건에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재계는 정부가 추진하는 밸류업(기업 가치 상승)정책에 화답해 주주환원 정책을 주총 주요안건으로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전쟁’ 등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맞서 회사 경영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전문가 이사를 영입하고 ‘새로운 먹거리’도 발굴할 것으로 보인다.

◇주주환원 통한 ‘밸류업’에 주력

이번 주총 주요안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모으는 대목이 주주환원정책이다.

주주환원정책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돌려주는 것을 뜻한다. 이는 주주의 투자가치를 높이고 기업 주식이 더욱 매력적인 투자처가 되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주주환원정책의 대표적인 방법은 △배당 △자사주 매입 △자사주 소각 등이다.

배당은 기업이 벌어들인 순이익 일부를 주주들에게 현금(현금배당)이나 추가 주식(주식배당) 형태로 지급하는 것을 뜻한다.

이에 따라 분기별 혹은 연간으로 배당 혹은 특별 배당을 하는 게 대표적인 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3월 주총에서 대다수 기업이 배당이 아닌 자사주 매입이나 자사주 소각 방식을 주요 안건으로 내놓은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자사주매입은 기업이 시장에서 자사 주식을 사들여 유통 주식 수를 줄이는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매입은 주당순이익(EPS)을 높여 주가를 끌어올리는 효과를 나타낸다.

이에 비해 자사주 소각은 매입한 자사주를 기업이 다시 시장에 내놓지 않고 영원히 없애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은 기업이 주식을 사들여 보유하지만 필요하면 시장에 다시 내놓을 수 있는 것”이라며 “이에 비해 자사주 소각은 매입한 주식을 완전히 없애 유통주식 수를 영원히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기업이 사들인 주식을 영원히 없애는 것은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면 그만큼 주식이 귀해져 이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의 지분가치가 늘어나는 효과를 보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이러한 주주환원정책은 기업이 주주 친화적 경영을 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줘 결국 주가 상승과 주주가치 극대화에 도움을 준다”라고 덧붙였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향후 1년간 10조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기로 하고 이 가운데 3조원을 이미 매입해 전량 소각했다.

SK하이닉스와 현대자동차는 배당금 지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머쥔 SK하이닉스는 연간 고정배당금을 기존 1200원에서 1500원으로 25% 올려 총 현금 배당액을 연간 1조원 규모로 늘렸다.

이에 질세라 현대차는 실적 호조를 반영해 2024년 기말 배당금을 주당 6000원으로 정했다. 또한 연간 배당은 전년 대비 5.3% 늘어난 역대 최대 수준인 주당 1만2000원으로 정됐다.

◇경영권 방어도 주요 화두

이번 주총의 또다른 화두는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을 꼽을 수 있다.

이달 28일로 예정된 고려아연 정기 추총에서 경영권 확보를 놓고 지분 매입 경쟁을 펼쳐온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의결권 정면 대결이 벌어진다.

영풍·MBK는 고려아연 정기 주총에 임시의장 선임과 자사주 전량 소각, 5∼17명 이사 선임 등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냈다.

특히 법원이 지난 임시 주총에서 결의한 집중투표제 효력을 인정하면서 이사회 장악과 수성을 놓고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가 치열한 표 대결을 펼칠 것으로 전망된다.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약 46% 수준의 의결권 기준 지분율을 갖고 있지만 최연범 회장을 포함한 고려아연은 30%대의 지분율을 나타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분이 적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제안한 집중투표제는 이사를 선임할 때 각 주주가 보유한 주식 1주당 선출해야 할 이사 수만큼 투표권을 받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집중투표제가 도입되면 3%를 초과하는 지분을 가진 주주는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는 ‘3%룰’에 적용돼 24% 수준으로 제한된다”라며 “이에 따라 양측이 그동안 집중투표제를 놓고 대립을 벌여왔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최대주주 영풍·MBK 파트너스 연합은 28일 고려아연 정기주총을 앞두고 의결권 행사 허용 가처분을 제기했다.

◇‘전문가’ 사내외이사 영입 추진

상장기업은 이번 정기 주총을 통해 경륜과 역량을 갖춘 인사를 사내외이사로 영입해 이사회 전문성을 대폭 강화한다.

이를 보여주듯 삼성전자는 이사회에 반도체 전문가 3명을 보강한다.

신임 사외이사로 반도체 기술 전문가 이혁재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를 영입했다.

또한 신규 사내이사로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과 송재혁 DS부문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반도체연구소장(사장)을 내정했다.

현대차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차는 김수이 전(前)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 글로벌 사모투자 대표를 비롯해 △도진명 전 퀄컴 아시아 부회장 △벤자민 탄 전 싱가포르투자청(GIC) 아시아 포트폴리오 매니저 등 3명을 사외이사로 새로 선임하는 등 글로벌 인재를 대거 발탁했다.
SK그룹 지주사 SK㈜는 에너지 전문가인 이관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연구원과 국제관계 전문가인 정종호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를 신임 사외이사로 내정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는 ‘거수기’라는 누명을 안았다”라며 “이는 그동안 이사회에 기술 전문가보다 경제 관료 출신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러나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전쟁’과 보호무역주의 정책으로 이제는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 영입의 필요성이 커졌다”라며 “이를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 확보에 나서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불활 타개하는 새로운 사업 발굴에 가속페달

이번 주총에는 경기침체를 타개할 신규사업 발굴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경기침체속 물가가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이 본격화되면서 불황을 이기기 위해 신사업 목적을 추가하는 정관 개정이 본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이번에 사업 목적에 '수소 사업과 기타 관련 사업'을 추가하면서 그동안 추진해온 수소 사업 생태계 확장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호텔신라도 새로운 성장동력 찾기에 나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따른 관광객 급감과 경기침체로 면세사업에서 적자를 보는 호텔신라는 사업 목적에 '종합 휴양업'과 '콘도미니엄 분양·운영업', '노인주거·여가복지 설치 및 운영사업'을 추가한다.

재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가 길어지고 있고 트럼프발(發) 관세폭탄이 겹치는 등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기업들이 주주환원정책 못지 않게 이사회 전문성 강화, 신규사업 준비 등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