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기존 학자·관료 중심에서 금융투자·기술 전문가 등 재계 출신 사외이사를 대거 영입하며, 전문성 강화와 ‘거수기’ 논란 회피를 위한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올해 3월말 정기 주주총회(주총)를 앞두고 추천 받은 새 사외이사 가운데 재계 출신 금융투자 전문가가 크게 늘어나 그 배경에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는 그동안 교수 등 주로 학자를 사외이사로 선호했던 추세에서 크게 벗어나는 것이다.
11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가 30대 그룹 계열사 가운데 지난 7일까지 2025년 주주총회소집공고서를 제출한 179개 기업의 신규 사외이사 125명과 같은 기업의 지난해 신규 사외이사 168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에 따른 것이다.
◇사외이사 풍속도에 변화의 바람 불어
신규 추천 사외이사 125명을 경력별로 살펴보면 재계 출신이 125명 중 39명으로 가장 많은 31.2%를 차지했다. 이는 지난해 16.7%(28명)와 비교하면 14.5%포인트 늘어난 셈이다.
이에 비해 학계 출신은 지난해 33.3%(56명)에서 올해 26.4%(33명)로 크게 감소했다. 전직 관료 출신 사외이사는 지난해 31%, 올해 30.4%로 비슷한 수준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신규 사외이사로 추천한 재계 출신 39명을 분석해보니 금융투자 및 자본시장 전문가가 11명으로 가장 많았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강도 사업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SK그룹 산하 계열사들이 이번에 특히 금융투자 전문가를 대거 영입했다”라며 "재계 출신 신규 사외이사 절반이 금융투자 및 기술 분야 전문가로 채워지는 것은 대기업들이 기업 인수합병(M&A)과 기술혁신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은 분위기를 보여주듯 리더스인덱스는 신규 사외이사를 전문 분야별로 살펴보니 재무·회계가 지난해 13.1%에서 올해 19.4% △기술 (17.3%→21.0%) △금융투자(16.1%→17.7%) 분야 전문가가 늘어났다.
이에 대해 그동안 신규 사외이사에서 가장 비중이 컸던 법률·정책 분야 사외이사가 31%에서 24.2%로 감소했다.
◇‘거수기’ 논란 피하려는 분위기 두드러져
이처럼 주요 대기업의 올해 신규 사외이사 가운데 학자 등이 줄어든 것은 이사회에 전문 역량을 갖춘 이들을 대거 포진해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는 그동안 기업들이 이사회를 구성할 때 학자와 전직 정부관료 등을 주로 배치했지만 최근 국내는 물론 미국 등 세계적으로 부는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해 이사회에 전문가를 보강하려는 차원인 셈이다.
기업분석 전문 한국CXO연구소가 발표한'2019년과 2025년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 특징 비교 분석' 결과에 따르면 3월 주총 시즌을 앞두고 신규 선임된 사외이사는 6년 전인 2019년 때보다 교수 등 학자 출신은 줄어들었고 특히 같은 기간 여성 사외이사는 5.4%에서 7.3%로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사외이사는 그동안 정부 관료나 학자들이 참여해 기업 정책을 감시하고 견제하지 않고 찬성만 하는 이른바 ‘거수기’ 논란에 휩싸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러나 대내외 기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돼 이사회도 전문성을 갖춘 인사를 등용해야 하는 분이기가 무르익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그동안 이른바 ‘유리천장(Glass ceiling)' 이라는 이유로 이사회 진출이 지지부진했던 여성 사외이사도 갈수록 늘어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