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26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사업 수주에 성공하며, 유럽 원전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확보하고 ‘K-원전’의 글로벌 위상을 높였다. [사진 = 한국수력원자력]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한국 원자력 사업이 유럽 심장부인 체코에서 원전 수주를 확정하는 쾌거를 이뤘다. 이른바 ‘K-원전’의 위력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를 계기로 한국 원자력 업계는 중동에 이어 유럽까지 사업을 펼치는 등 글로벌경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이와 함께 체코 원전 시장 진출을 계기로 베트남 등 유망 동남아시아 원전 시장에 진출하는 기회를 거머쥐는 등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쳐진다.
◇한수원, 체코 원전 사업 거머줘...16년 만에 수출 쾌거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은 사업비가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체코 신규 원전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체코 정부는 30일(현지 시간) 각료회의를 열어 두코바니 원전 신규 건설 예산을 승인했으며 5월7일 한수원과 본계약을 맺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수원과 발주사 체코전력공사(CEZ) 산하 두코바니Ⅱ 원자력발전사(EDUⅡ)는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양국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최종 계약서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약이 체결되면 한수원은 현재 원전 4기를 운영 중인 체코 두코바니 원전 단지에 5·6호기를 새로 건설할 방침이다. 원전은 2036년부터 차례로 준공한다.
또한 한수원은 체코 정부가 나중에 테멜린 단지 내 원전 3·4호기 건설 계획을 확정하면 이 사업에도 우선협상권을 확보할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해외 원전 사업을 수주하는 데 성공한 것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만 의 일”이라며 “체코 원전 사업 규모는 26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설명했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는 이와 관련된 기자회견에서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신규 원전 사업 지분의 80%를 확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원전 사업은 체코 정부가 대출 형식으로 사업비를 대고 발주업체가 완공한 이후 30년에 걸쳐 상환하는 방식“이라며 ”이에 따라 체코 정부가 두코바니 원전 2기 사업에 4000억 코루나(약 25조9840억원)을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2009년 UAE 원전 수주 이후 이번에 체코 사업도 따내 한수원은 유럽 원전시장 진출 교두보를 갖췄다“라며 ”이를 계기로 원전 수요가 점차 늘어나는 유럽을 공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라고 평가했다.
◇체코 진출 계기로 유럽 수출 무대 더 넓어져
원전 업계는 한수원의 체코 사업 수주로 ‘K-원전’ 사업 무대가 더욱 넓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중동 UAE와 달리 유럽은 대표적인 선진 시장이며 이른바 원전 강국으로 꼽히는 프랑스의 ‘텃밭’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은 상업용 원전이 출발한 이른바 세계 원전 시장의 표준“이라며 ”특히 유럽 원전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는 프랑스전력공사(EDF)가 지키고 있는 곳이라는 점에서 한수원의 체코 입성은 의미가 크다“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한국이 체코 사업을 따낸 비결 가운데에는 가성비와 공기(공사기간) 맞춤형 전략이 맞아 떨어졌다“라며 ”경쟁업체와 비교해 수주 가격이 지나치게 높지 않으면서도 탄탄한 기술력을 갖춰 계획된 일정에 원전을 완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원전 시장을 살펴보면 과거 굴욕을 딛고 다시 회복되는 조짐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해 원전 사업이 한동안 큰 타격을 받았다“라며 ”그러나 최근 수년간 이어지고 있는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에 따른 에너지 수요 차질에 유럽 각국이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히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AI(인공지능) 붐이 일면서 AI 사업 활성화에 필요한 막대한 전력 수요를 원전이 해결할 수 있다는 인식도 널리 퍼진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한수원은 유럽 원전시장 공략에 더욱 속도를 낼 태세다.
원전을 주요 전력원으로 사용하는 프랑스와 핀란드는 물론 체코, 불가리아, 폴란드, 영국, 네덜란드 등도 원전을 새롭게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 동아시아에서 베트남이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라며 ”이에 따라 한수원은 이들 국가의 원전 건설 참여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풀이했다.
◇한국 원전 산업, ‘탈(脫)원전’ 아픔 딛고 ‘제2 르네상스’ 맞나
원전업계는 최근 국내 원전산업이 해외 사업을 잇따라 수주해 ‘제2 르네상스’를 맞을 것이라는 장밋빛 청사진을 내놓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문재인 정부가 내걸은 탈(脫)원전 정책이 국내 원전업계가 한 때 존망의 위기에 놓였지만 윤석열 전(前) 정부 이후 원전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6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대선 주자들이 AI와 반도체에 수십 수 백조원을 투자하겠다고 얘기한다“라며 ”그러나 AI 전력 수요가 보여주듯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없으면 차세대 먹거리를 육성할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물론 일본, 중국이 원전 수명을 늘리고 신규 원전 건설에 적극적“이라며 ”한국 원전업계로서는 좋은 기회를 맞고 있다“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