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중국 해운사 입항 수수료 부과로 중국 해운업체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면서, 한국 조선·해운업계가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사진 = HMM]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한국이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해운전쟁에서 어부지리를 얻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가 중국 국적 해운사에 미국 내 입항료를 부과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해운업체가 그동안 누려온 가격 경쟁력이 훼손돼 한국 기업이 혜택을 누릴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관세 전쟁 이어 '바닷싸움'으로 번져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중국 해운사와 중국산 선박을 운용하는 해운사, 외국에서 건조한 자동차 운반선 등에 미국 입항 수수료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과 관세 전쟁에 이어 조선과 해운업에서 중국을 본격적으로 압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USTR은 중국 기업이 운영하거나 소유한 선박에 t당 50달러(약 7만1200원)의 입항 수수료를 받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다른 나라 기업도 중국산 선박을 운항하면 t당 18달러(약 2만6000원) 혹은 컨테이너당 120달러(약17만원)를 내야 한다“라며 ”이에 따라 이번 수수료는 180일 후인 오는 10월 14일부터 단계적으로 부과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에 들어가는 컨테이너선은 흔히 1만~1만5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급이며 컨테이너 1개 무게는 10t 정도"라며 "이를 토대로 단순히 계산하면 중국 외 선사는 선박당 20억원 안팎, 중국 선사는 70억~100억원 가량의 수수료를 물어야 한다는 얘기"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 같은 수수료는 결국 해운 운임에 반영돼 해운업체로서는 새로운 무역장벽을 맞게 된 것”이라며 “이에 따라 해운업들은 향후 180일간 중국산 선박을 최대한 미국 노선에서 빼는 방식으로 대응하겠지만 중국 선사들은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이러한 입장에 중국은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 정부가 이번 조치를 즉시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미국에 이에 응하지 않으면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압박했다.

중국 외교부 관계자는 "이번 조치가 전 세계 해운 비용을 늘려 글로벌 공급망을 혼란하게 하고 인플레이션을 유발해 미국 소비자와 기업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美-中 해운 갈등에 한국기업 반사이익 누리나

업계는 중국과 미국 간의 기싸움으로 한국 해운·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 예로 국내 1위 해운업체 HMM은 전체 보유 컨테이너선 83척 가운데 중국산이 5척에 불과하다”라며 “중국산 의존도가 이처럼 낮아 미국 정부의 중국 조선·해운 산업 견제구를 피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다수 선사들이 원자재와 인건비 등을 이유로 가격이 비교적 저렴한 중국 선박을 선호해온 게 현실”이라며 “그러나 트럼프의 이번 쟁책으로 국내 조선사가 특수를 누릴 가능성이 커졌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한국이 경쟁력을 갖춘 고부가가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비롯해 미국 물동량 비중이 높은 액화석유가스(LPG)와 에탄 운반선 수주가 늘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중국 간의 해운 갈등이 글로벌 조선시장에서 중국의 입지를 좁힐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은 지난해 4645만CGT(표준선 환산톤수·1711척)를 수주해 전 세계 수주량의 71%를 차지했으며 한국은 17%인 1098만CGT(250척)를 수주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조선업계의 가격 경쟁력 약화는 우리 기업에게는 절호의 기회”라며 “수수료 인상으로 선사들이 중국 업체와 계약을 파기하는 등 중국산 비중 낮추기에 본격 나설 것”이라고 풀이했다.

관련 업계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국 조선업에 대한 러브콜도 국내 업계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내다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당선인 신분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 및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라며 ”미국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MRO) 분야에서도 한국과 긴밀하게 협력할 필요가 있다"라며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미국이 단순히 대중(對中) 무역제재에만 그치지 않고 자국 해운산업 재건을 위한 신호탄“이라며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국내 조선업계가 미국의 이러한 움직임을 면밀하게 관찰해 수익 극대화를 이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