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66년 만에 미국에 연구용 원자로 설계를 첫 수출하며 원자력 기술 강국으로서 위상을 입증했다. [사진 = 한국원자력연구원]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따로 없다.
한국 컨소시엄이 원자력 종주국인 미국에 연구용 원자로 설계를 처음 수출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원자로 설계 최강을 자처하는 미국의 코를 한국이 납작하게 만들었다.
◇한국 컨소시엄, 원자력 종주국 美에 연구용 원자로 설계 첫 수출 쾌거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이하 원자력연)과 현대엔지니어링, 미국 MPR사 컨소시엄이 미국 미주리대학교가 국제 경쟁입찰로 발주한 '차세대 연구로 사업' 첫 단계인 초기 설계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한국 원자력 컨소시엄이 미국에 연구용 원자로 기술을 수출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업은 미주리대학교 열출력 20㎿(메가와트)급 고성능 신규 연구로 건설을 위한 설계 사업의 하나”라며 “첫 단계인 초기 설계는 연구로 개념설계에 앞서 건설부지 조건, 환경영향평가 등 설계 관련된 사전 정보를 분석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는 “원자력연 컨소시엄은 이번 사업 입찰에 참여해 지난해 7월 최종협상 대상자로 선정됐다”라며 “사업 첫 단계인 초기설계 계약을 이날 확정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과기부가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배경은 국내 연구로 기술력과 원자력연 연구자의 기술 개발 및 수출을 위한 노력, 원자력 사업 경험이 많은 현대엔지니어링과 미국 MPR이 헙럭한 결과물에서 비롯됐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원자력연이 개발한 우라늄 밀도를 높여 핵확산 저항성을 키운 고성능 연구로 핵연료 기술이 미국이 관심을 보인 핵심기술이라고 풀이했다.
◇한국, 1959년 美로부터 연구소 기술 받은 후 66년 만에 미국에 역수출
국내 원자력 업계는 한국이 미국에 원자로 설계 계약을 따내 66년 만에 연구로 기술을 역수출하는 국가가 됐다고 높이 평가한다.
업계에 따르면 한국은 1959년 7월 미국 군수업체 제너럴아토믹스(General Atomics)로부터 연구용 원자로 ‘트리가 마크-II((TRIGA Mark-Ⅱ)’를 국내 최초로 도입했다.
제너럴아토믹스가 한국에 건넨 열출력 100㎾ 연구용 원자로는 1962년 본격 가동한 후 1995년 가동 중단까지 한국이 원자력 강국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1985년 다목적 연구로 '하나로' 설계를 시작하며 자립화에 나섰다”라며 “하나로는 1995년 첫 임계(원자로 내에서 핵분열 연쇄반응이 계속 일어나면서 중성자 수가 평형을 이루는 상태)를 달성했고 2004년 설계 출력인 30㎿급 열출력에 도달했다”라고 설명했다.
한국 다목적 연구로 하나로는 한국이 2009년부터 연구로 수출을 시작할 수 있는 기폭제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그리스 5㎿급 'GRR-1' 성능 개선을 위한 원자로 설계 기술을 수출해 기술 수출을 본격화했다”라며 “그 이후 △태국 TRR-1/M1 연구로 계측제어계통 교체 지원사업△요르단 JRTR 연구로 설계 및 건설사업 △말레이시아 소형 연구로 개선사업 △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개선사업 △방글라데시 연구로 개선사업 등 모두 7건의 기술수출 실적을 거뒀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러한 기술력을 토대로 한국은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라는 성과를 거뒀다”라고 덧붙였다.
◇원전 수출의 ‘새 먹거리’된 연구로 수출 사업
정부는 이번 미국 원자로 설계 계약을 토대로 향후 원전 수출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방침이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2025년 4월 현재 등록된 연구용 원자로는 총 847개다. 이 가운데 54개국에서 227개 연구로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용 원자료는 1기를 건설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2억~10억 달러(약 2849억~1조4245억원)로 큰 돈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그러나 향후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전 세계에서 운영중인 기존 연구로가 대부분 40년이 넘는 등 노후화돼 향후 △연구로 교체 △개선 △장비 증축 등 수요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 데 따른 것이다.
정부도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기정통부(과기부)는 한국형 소형모듈원자로 SMART 및 연구로 수출전략을 올해 상반기까지 마련하는 업무 계획을 마련했다.
또한 과기부는 올해부터 2029년까지 320억원을 투입해 고성능 다목적 연구로 기본모델을 개발하는 '해외수요 기반 연구로 핵심기술 통합플랫폼 구축사업'도 본격화할 방침이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이번 미국 수출이 미국 정부의 최근 민감국가 지정에도 한미 간 기술 협력에 이상이 없음을 보여주는 예”라고 평가했다.
그는 또 “이번 연구로는 암 진단이나 치료 등에 쓰이는 의료용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하는 성능을 갖췄다”라며 “이는 일반 전력용 원전 외에 의료 등 고부가가치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