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전력 수급 안정을 위해 총 1조 원 규모의 전국 배터리 ESS 사업을 추진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가 본격 경쟁에 나섰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침체)을 타개할 1조원대 사업을 잡아라’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정부가 추진하는 대규모 배터리 ESS(에너지저장장치)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전력 계통 부족과 발전소 출력 제어를 해소하기 위해 540MW(메가와트)에 이르는 배터리 ESS를 도입하기로 하고 추가 사업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처럼 대규모 배터리 ESS 도입에 속도를 내는 데에는 최근 세계 경제 화두로 등장한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풍력과 태양광 등 친환경 재생에너지 비중이 점점 커지고 있다”라며 “이는 전기 수요가 급증하거나 급감할 때 효율적으로 대응 체제를 갖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지난 2월 확정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따라 배터리 ESS 중앙계약(조달) 시장을 운영하기 위해 육지와 제주에 각각 500MW, 40MW 규모 ESS를 도입하기로 하고 사업 입찰 공고를 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요구하는 전기 충전, 방전 시간은 각각 6시간”이라며 “전력량은 그 순간 전기 힘인 전력에 지속된 시간을 곱해 계산하기 때문에 실제 설치될 배터리 용량은 육지 3000MWh(메가와트시), 제주 240MWh로 총 3240MWh에 이른다”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ESS는 일종의 ‘전기 저수지’다. 전기 생산이 수요보다 많을 때 전기를 우선 충전하고 전기 수요가 많을 때 전기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개별 사업자가 배터리 ESS를 설치해 운영하는 사례가 없지는 않았다”라며 “그러나 전국 전력 수급을 통제하는 전력거래소 지시에 따라 운영되는 ESS 설비가 전국적으로 본격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배터리 ESS 사업 전국으로 확산...배터리 ‘빅3’ 경쟁 본격화

업계에서는 정부의 이번 결정으로 ESS 사업이 전국으로 확대하는 계기를 마련했다고 풀이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지난 2023년 '배터리 ESS 중앙 계약 시장'이라는 개념을 처음 도입해 재생에너지 전기 비중이 높아 전력 수급 조절 필요성이 큰 제주에서 우선 65MW 규모 ESS를 시범 도입하기로 했다”라며 “이번에 지역을 전국으로 넓히고 규모도 대폭 늘린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업계에서는 이번에 추진하는 ESS 사업이 건설비용으로 총 1조 원대에 이를 것”이라며 “정부는 배터리 ESS가 국내 산업과 경제에 기여하는 정도와 화재 방지 성능, 폐배터리 재활용 등 여러 요소를 점검하고 평가해 이르면 오는 7월 중 최종 낙찰자를 선정할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1조 원대를 넘는 사업 유망성을 감안해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 등 배터리 3사가 대규모 배터리 ESS 시장에서 치열한 3파전 양상을 보일 것으로 점쳐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도 수요에 관계 없이 날씨 등 자연조건에 따라 전력 생산량이 변하는 재생에너지 규모가 점차 커지고 있다”라며 “그러나 국내에서는 ESS 사업에 필요한 투자 비용과 낮은 사업성, 화재 등 안전성 문제로 보급 속도가 느리다”라고 설명했다.

◇ESS 사업 놓고 ‘기대와 우려’ 교차

이처럼 정부가 배터리 ESS 사업에 의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향후 전망은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모습이다.

배터리 ESS 사업은 민자투자 방식이다. 이에 따라 내년까지 조 단위 투자가 예상되는 이 사업은 사업자가 투자금을 먼저 낸 후 시장가격보다 높은 전기요금을 보장받아 투자비를 회수한다.

이에 따라 정부가 당장 돈을 내는 부담은 없다. 그러나 전기요금을 내는 국민들이 전력망 안정화에 투입되는 비용을 장기적으로 나눠 부담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에 따라 전기요금이 일부 인상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지원으로 오랫동안 지속된 배터리 캐즘(Chasm, 일시적 수요정체)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배터리 ESS는 풍력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확대에 혜택을 받고 있다”라며 “특히 생성형 AI(인공지능) 확산으로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급증해 ESS가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 ESS 시장이 오는 2030년까지 연평균 27% 성장할 것이라는 일부 예측만 봐도 향후 사업 전망이 밝은 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