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과 전쟁, 고환율, 관세 인상 등 복합 요인으로 세계 식량 가격이 급등하며 국내도 푸드플레이션 압박이 커지고 있다. [사진 = PEXELS]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세계 먹거리 가격이 넉 달 연속 치솟아 국내에도 이른바 푸드플레이션(먹거리 물가상승)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이는 지구 온난화에 따른 작황 부진으로 축산물 공급량이 갈수록 줄어 가격이 치솟는 애그플레이션(농산물 가격 폭등)에 따른 것이다.

이와 함께 1400원 대 안팎에 머물고 있는 고환율도 먹거리 시세를 부추기는 주된 요인이다.

이처럼 세계 먹거리 시세 영향으로 국내 먹거리 가격은 더 올라가는 푸드플레이션 강풍이 계속될 것으로 점쳐진다.

◇FAO 세계 식량 가격지수 넉 달 연속 상승...곡물 가격 3월 대비 111% 올라

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4월 세계 식량 가격지수는 128.3으로 3월에 비해 1.0%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식량 가격지수는 2014~2016년 평균 가격을 100으로 두고 비교해 수치를 발표한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식량 가격지수가 2025년에 접어든 후 매월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라며 ”특히 2024년과 비교하면 무려 7.6% 급등했다“라고 설명했다.

가격이 크게 오른 항목은 곡물과 육류가 대부분이다. 특히 4월 곡물 가격지수는 3월보다 1.2% 오른 111.0로 가장 크게 상승했다.

업계 관계자는 ”밀은 우크라이나 수출 물량이 급감해 가격이 올랐다“라며 ”옥수수 가격은 미국 내 재고 부족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수입 관세 영향으로 시세가 상승한 점도 꼽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육류 가격도 예외는 아니다.

4월 육류 가격지수는 121.6으로 3월보다 3.2% 상승했다. 이는 유럽연합(EU) 내 돼지고기 수요 증가와 부활절 휴일에 따른 계절적 수요 증가도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주효했다.

이와 함께 지난 4월 버터, 치즈 등 유제품 가격지수는 152.1로 3월 대비 2.4%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버터 가격은 재고 물량 감소에 올랐고 치즈는 호주와 뉴질랜드 등 주요 수출국 공급 물량이 줄어들어 가격이 인상됐다“고 설명했다.

◇식량 수입 의존도 큰 한국도 먹거리 가격 타격 피하기 힘들어

이번 FAO 식량 가격지수 발표로 국내 먹거리 가격도 가파른 상승곡선을 계속 그릴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먹거리 가격 기본인 곡물자급도 측면에서 우리나라가 매우 낮기 때문이다. 곡물자급도가 낮아 치솟는 국제 곡물 가격 급등세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나라는 식량자급률과 곡물자급률이 낮다.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2022년 기준 49.3%로 절반에 못 미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곡물자급률은 더욱 심각하다. 곡물자급률은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하기 때문에 식량자급률보다 훨씬 낮기 때문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최근 3개년(2021∼2023년) 평균 곡물자급률은 19.5%로 10여 년 전보다 10%포인트 이상 내려갔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밀과 옥수수는 곡물자급률이 0%대이며 콩도 한 자릿수“라며 ”밀은 라면과 국수, 빵, 과자 등에 들어가고 수입 콩은 장류, 식용유, 두부의 원료“라고 설명했다.

그는 ”옥수수는 액상과당 원료로 음료에 들어가고 특히 옥수수는 사료 원료로 쓰여 축산물 가격에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 일상에 수입 원재료는 이미 뿌리를 내리고 있다“며 ”우리가 흔히 먹는 빵을 비롯해 토스트, 파스타, 커피에 들어가는 원료인 밀가루, 버터, 바나나, 커피, 오렌지 농축액 등은 모두 수입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기상이변이 이어지면 식품가격 급등을 해결할 방법이 거의 없다“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끝이 보이지 않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식품 가격 급등 주범“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세계의 빵 바구니’라 불리는 유럽 최대의 곡창지대“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는 또한 옥수수, 밀, 보리 등 곡물 수출량이 세계 5위 안에 든다.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 전쟁 이전에는 우크라 곡물의 국내 수입이 원활하게 이뤄졌지만 전쟁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수확 등에 차질을 빚는 상황“이라며 ”전쟁이 빨리 끝나야 수입 곡물 가격이 내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율 급등도 먹거리 가격을 끌어올리는 주요인 가운데 하나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무역 결제는 거의 80% 이상 달러로 처리한다“며 ”그러나 최근 원달러 환율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해외에서 수입하는 곡물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라고 털어놨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쏘아올린 ‘관세 전쟁’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대목이다.

미국이 유럽과 중국, 중남미 제품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이들 국가들의 반격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치솟은 농산물 가격도 관세 인상 영향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애그플레이션, 푸드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해결 쉽지 않다

이처럼 먹거리 가격을 부추기는 악재가 속출하면서 애그플레이션이 푸드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를 끊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농산물 가격 상승’ → ‘식품 제조·유통비용 증가’라는 가격 구조가 고착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곡물은 식품 산업의 기초 원자재“라며 ”밀, 옥수수, 대두 등은 빵, 면, 식용유, 사료, 육류 가격까지 영향을 준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곡물 가격이 오르는 애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원재료비 증가 → 가공식품 가격 인상 → 전체 식품 가격 상승(푸드플레이션)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옥수수와 대두(콩)은 가축 사료의 핵심“이라며 ”사료비 오르면 소·돼지·닭 생산비용 상승 →고기, 우유, 달걀 등 식품 전반의 가격 상승을 유발한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결국 기상이변, 러-우크라전쟁, 트럼프 관세전쟁, 환율 급등 등이 애그플레이션과 푸드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있다“라며 ”기상이변은 단기간 내에 해결하기 어렵지만 러-우크라 전쟁, 트럼프 관세 등이 서둘러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