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광산업이 섬유·석유화학 업황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화장품, 에너지, 부동산 등 신사업에 1조5000억 원을 투자하며 사업 다각화에 나섰다. [사진 = 태광그룹]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석유화학과 섬유 등 이른바 ‘K-석유화학’의 대명사로 꼽히는 태광산업이 화장품과 에너지 등에 조(兆)가 넘는 돈을 투자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화장품·에너지·부동산개발 관련 기업을 인수하거나 설립하기 위해 조 단위 자금을 투입할 예정이다.

◇섬유·석유화학 업황 부진 따른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나서

이는 주력 산업인 섬유와 석유화학 업황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수순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인 경기침체로 석유화학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중국이 싼 값의 석유화학 제품을 세계 무대에 쏟아내는 공급 과잉 현상을 보이는 데 따른 자구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따라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사업 판을 다시 짜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라며 “설비 가동을 중단하거나 비핵심 사업을 떼어내는 이른바 ‘선택과 집중’ 전략외에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사업구조를 개편하지 않으면 향후 사업에서 성장은 물론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태광산업은 올해와 내년에 1조5000억원 가량을 투입하는 투자 로드맵을 마련했다.

이에 따른 투자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올해말까지 1조원 가량을 투자할 방침이다.

◇화장품 분야 투자 자회사 설립 추진...호텔·리조트 등 부동산 개발사업 나서

태광산업이 신규사업에 진출하려면 주주총회를 거쳐야 한다.

이에 따라 태광산업은 오는 31일 임시주총을 열어 정관을 개정하고 사업 목적을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에 추가되는 사업 목적에는 △화장품 제조·매매를 비롯해 △에너지 관련 사업 △부동산 개발 △호텔·리조트 등 숙박시설 개발·운영 △리츠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등에 대한 투자 등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태광산업의 이러한 사업다각화 취지에 따라 최근 애경그룹의 애경산업 인수 예비입찰에서 태광이 적격 인수 예비후보(숏리스트)에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풀이했다.

또한 “태광산업은 5월 말 기준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금은 1조9000억원으로 알려졌다”라며 “이 가운데 실제 신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은 1조원 미만”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태광산업은 외부 자금 조달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태광산업은 지난달 27일 이사회에서 자사주 전량(지분율 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3186억원 규모 교환사채(EB) 발행을 의결했다”라며 “태광산업은 다음달 교환사채를 발행해 조달하는 자금을 사업구조 재편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