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을 통해 텐센트의 넥슨 인수 검토설이 제기됐으나 당사자들은 이를 부인하거나 논평을 거절한 가운데, 국내 게임업계의 텐센트 의존 심화 우려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중국 거대 게임업체가 한국의 대표 게임회사 인수를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 IT(정보기술) 공룡 ‘텐센트(騰訊)가 넥슨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모 외신이 12일 보도했다.

◇텐센트, 넥슨 20조원대에 인수 추진 카드 검토

이 외신은 텐센트 지주회사 텐센트홀딩스가 자가 게임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넥슨을 150억달러(약 20조517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텐센트는 물론 넥슨과 넥슨 그룹 지주회사 NXC는 모두 논평을 거절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텐센트가 넥슨그룹 창업자인 고(故) 김정주 회장 유족들과 접촉해 인수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얘기가 나온다”라며 “이에 대해 유족은 물론 NXC가 텐센트 인수안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라고 설명했다.

김정주 넥슨 회장은 2022년 2월말 미국 하와이에서 타계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1994년 설립한 넥슨은 메이플스토리 등 역할수행게임(RPG)으로 유명하고 2011년 12월 14일 일본 도쿄증권거래소 1부에 상장하며 시가총액이 5500억엔(약 5조2204억원)으로 당시 최대 규모의 IPO(기업공개)를 기록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넥슨 주가는 올해 도쿄 증시에서 10% 이상 오르는 등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텐센트는 중국에서 인기가 좋은 넥슨 게임 던전앤파이터를 서비스하고 있어 넥슨을 인수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 같다”라고 풀이했다.

◇텐센트, 한국 게임업계 입김 갈수록 커져

텐센트가 넥슨 인수 의사가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앞서 텐센는 2019년 넥슨 인수전(戰)에 참여하려는 의사를 내비쳤지만 실제 본입찰에서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텐센트의 넥슨 인수 가능성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넥슨의 경우 김정주 회장 생전인 2019년에도 넥슨 인수를 위한 입질을 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김정주 회장 아내이자 현 넥슨 그룹 총수 유정현 이사 측이 지난해 상속세 납부 문제를 모두 해결해 텐센트의 넥슨 인수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텐센트가 글로벌 게임산업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져 넥슨 등 한국 게임사의 텐센트 의존도가 커지고 있는 점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텐센트는 중국 정부가 판호(版號·게임 서비스 허가)로 외국산 게임의 자국 진입을 통제해 넥슨 등 한국 게임업체의 중국 진출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넥슨의 지난해 연간 매출액이 4462억엔(약 4조91억원)이미 이 가운데 중국시장 매출이 전체 3분의 1 이상인 37%를 차지했다”라며 “넥슨의 중국 시장 매출은 대부분 '던전앤파이터' PC 및 모바일 버전에서 나오는데 이들 게임의 서비스 권한은 텐센트게임즈가 가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스마일게이트도 예외는 아니다. 스마일게이트의 최대 수익원은 2007년 출시한 1인칭 슈팅게임(FPS)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시장 매출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텐센트는 2023년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작 '로스트아크'의 중국 서비스 권한도 거머쥐고 있다.

이밖에 엔씨소프트는 대표작 '리니지2M', '블레이드&소울 2'를 텐센트를 통해 중국 시장에 서비스한다.

또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시리즈, 웹젠의 '뮤' 시리즈 퍼블리싱 권한도 텐센트가 가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가 일부 대행 게임사에는 지분을 투자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라며 “텐센트는 넷마블 2대 주주로 '한 리버 인베스트먼트' 명의로 지난 1분기 말 기준 넷마블 지분 17.52%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른바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독주 시대에 종지부를 찍고 넥슨과 함께 'NK' 2강으로 떠오른 크래프톤도 텐센트가 2대 주주”라며 텐센트가 국내 대다수 게임업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텐센트의 이와 같은 막강한 영향력을 단순히 투자 확대로만으로 볼 수 없는 대목도 등장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는 크래프톤 지분 13.86%를 한 리버 인베스트먼트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창업주이자 최대주주 장병규 의장(14.89%)과의 지분율이 약 1%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아 자칫 경영권을 빼앗길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시프트업 역시 텐센트가 2대 주주로 지분 35.03%를 가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대형 게임업체 거의 대부분의 텐센트의 영향권에 놓여 있다”라며 “이에 따라 자금 조달이나 중국 판로를 얻으려면 텐센트 투자와 협력을 구해야 하는 처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올해 초 텐센트를 '중국군 지원기업' 목록에 포함한 점은 국내 게임업계에도 불리한 대목”이라며 “결국 국내 게임업체가 텐센트 의존도를 낮추고 외국업체 투자를 다변화해야 자체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해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