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유럽 중저가 시장 공략을 위해 중국 가전업체와 공동 개발(JDM 방식)에 나서며 글로벌 영토 확장에 나섰지만, 기술 유출과 법적 분쟁 등 리스크도 함께 제기된다. [사진 = LG전자]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해외 중저가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필요하면 ‘적과의 동침’도 주저하지 않는다'
LG전자가 최근 글로벌 가전시장에서 사업영토를 넓히기 위해 중국업체와 손잡아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LG전자, 중국업체와 세탁기-냉장고 공동개발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중국 가전업체 스카이워스와 오쿠마와 사업협력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LG는 스카이워스와 드럼세탁기, 오쿠마와 냉장고를 함께 개발했다.
LG전자가 염두에 둔 시장은 유럽이다.
지금껏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글로벌 판매전략을 펼쳐온 LG로서는 ‘파격’에 가까운 경영행보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펼쳐온 마케팅 전략에 머물지 않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시장에 뛰어든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유럽이 비교적 가성비 성향의 제품 구매를 하는 곳으로 알려져 유럽지역을 먼저 선정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유럽 시장 성과를 지켜본 후 동남아시아, 남미, 그리고 중국 등으로 사업 보폭을 넓힐 가능성이 크다”라고 덧붙였다.
◇LG, 중국 가전업체 품에 안은 이유 알고 보니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이번 중국업체와 손잡은 사업 전략은 기존과 조금 차이가 난다”라며 “과거에는 LG전자 등 원청업체가 기획하고 개발한 제품을 중국 등 다른 나라 업체가 위탁해 생산하는 이른바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이 대부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 후 국내 업체가 중국 생산 업체와 기술 개발과 디자인, 생산을 담당하는 ODM(주문자 개발 생산 방식) 방식으로 진화했다”라며 “이번에는 한국과 중국업체가 제품 기획 단계부터 개발, 생산을 함께 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두 회사가 제품 기획부터 생산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하는 기법을 ‘합작 개발 생산(JDM: Joint Developing Manufacturing) 방식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생산방식을 통해 LG전자는 기존 브랜드파워를 유지하면서 중국 현지 생산을 통한 제조 비용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는 매출과 수익성을 모두 거머쥘 수 있는 효율적인 마케팅 전략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LG전자가 중국 기업과 JDM 방식으로 손을 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라며 “지난해 LG전자는 중국 실버스타그룹과 올인원(일체형) 로봇청소기를 제작할 때 JDM 방식으로 만들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당시 로봇청소기는 해외 수출용이 아닌 한국시장을 겨냥해 만든 제품”이라며 “LG전자는 이번에 중국기업과 협업을 통해 유럽 등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라고 풀이했다.
◇중국 등 외국기업과의 협력의 ‘빛과 그림자’
국내 업체가 중국기업과 손잡고 제품의 거의 모든 과정을 거치는 이른바 ‘적과의 동침’은 얻는게 분명히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가성비 제품을 생산하는 곳이라는 점에서 중저가 시장 영토를 넓히려는 기업에게는 좋은 선택지 가운데 하나”라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기존 시장은 물론 새로운 시장을 진출할 수 있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쟁업체와의 제휴가 반드시 혜택만 주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 경쟁업체와의 협력은 자칫 기술 노하우를 유출할 위험성을 안고 있다”며 “이에 따라 처음에는 협력자 관계이지만 나중에 경쟁자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첨단 기술에 대한 보호막도 약하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지식재산권(IP)보호 장치가 매우 취약한 국가”라며 “이에 따라 기술 무단 복제와 상표 무단도용 등 여러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로 덧붙였다.
이와 함께 자칫 법적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기업와 중국기업이 구체적인 계약을 체결했지만 양측간 분쟁이 발생하면 한국 기업에게 불리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라는 점 때문에 편파적인 판결이 나거나 소송을 신속하게 집행할 수 없는 중국의 독특한 법과 제도 환경도 숨어있는 함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