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 4년 만에 서킷 브레이커 발동
미국 경기 침체 우려와 중동 불안, 아시아 증시에 악영향
코스피 8.77%·코스닥 11.30% 하락, 외국인 대규모 매도
이코노미 트리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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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05 17:22 | 최종 수정 2024.08.05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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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5일 한국 증시가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로 급락하며 투자자들의 한탄과 불안이 극에 달했다.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8.77% 하락한 2,441.55에, 코스닥은 11.30% 하락한 691.28에 각각 거래를 마감했다. 4년여 만에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서킷 브레이커가 발동했으나 낙폭을 막기에는 한계였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주식 현물 1조 4,700억원, 코스피200 선물 6,900억원을 순매도하며 시장에 큰 충격을 주었다. 올해 들어 최대 매도 규모를 기록한 지난 5월 31일의 1조 3,368억원을 훨씬 웃도는 액수다.
지난달 12일부터 2일까지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 총 2조 5,720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같은 기간 기관의 순매도액 8,880억원의 약 3배에 달하는 규모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이 3조 8,190억원을 순매수했으나 지수 하락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증권가는 이번 급락이 미국 경기 침체 우려에 과도하게 반응한 것으로 분석한다. 송주연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7월 실업률이 4.3%로 약 3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면서 시장의 우려가 증폭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과 엔화 강세로 인한 일본 증시 급락이 아시아 증시에 악영향을 미쳤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엔 환율이 140엔까지 상승하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가 증폭됐다"고 지적했다. 이는 일본 증시뿐만 아니라 아시아 증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분석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본다.
송 연구원은 "미국 고용 지표만 보면 당장 경기 침체를 우려해야 할 수준은 아니다"라며 불안 심리가 시장을 크게 흔들었다고 평가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11년 미국 신용등급 강등 당시에도 불안 심리가 시장을 흔들었지만 정부의 부양책을 통해 안정화되었다"며 현재 상황도 유사하게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시장의 반등을 위해서는 명확한 호재가 필요하나 당장은 뚜렷한 호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송 연구원은 "낙폭이 과다하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점진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박 연구원도 "금리 인하 기대감은 이미 반영된 상태이며 엔화 흐름 전환이나 미국 경제 지표가 침체를 우려할 정도가 아니라는 점을 확인해야 반등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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