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외부감사제도 ⓵] 기업 신뢰의 초석, 외부감사제의 필요성

기업 재무 투명성을 확보하고 투자 위험을 낮추는 외부감사
대기업의 구조 속에서 독립성 확보가 어려운 현실
표준감사시간제와 주기적 지정감사제 도입
신외감법 이후 한국 회계 투명성의 국제적 상승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08.21 09:18 | 최종 수정 2024.08.22 22:39 의견 0

서울행정법원은 지난 16일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분식회계 사건이 법과 회계기준을 벗어나지 않았지만 의도성이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 판결은 한국 회계 투명성 기준에 대한 우려를 낳았다. 이와 함께 주기적 지정감사제 폐지를 줄곧 주장해온 이들이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정부 내에서 맹활약해 외부감사제도에 대한 논의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이코노미트리뷴>은 국내 외부감사제도의 성격과 필요성을 짚어보고 기업들이 주기적 지정감사제에 반대하는 명분과 학계와 회계 전문가들이 이 제도를 지지하는 이유를 시리즈를 통해 심도 있게 짚어본다. 이를 통해 독자 여러분이 외부감사제도의 중요성과 현재의 논쟁을 쉽게 이해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편집자주]

외부감사제도는 기업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높이고 투자자와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확보하며,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여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개선하는 데 필수적이며, 한국은 신외감법을 통해 이러한 제도를 강화하여 국제적 평가에서 긍정적 성과를 얻고 있다. [사진 = Pexels]

◇외부감사제 왜 필요하나

외부감사는 기업의 재무제표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한다.

회계감사기준 제200호에 따르면 "외부감사는 감사인이 기업 재무제표가 중요한 왜곡 없이 공정하게 작성되었는지를 평가해 재무제표 사용자들이 이를 신뢰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통해 투자자와 이해관계자들은 기업 재무 상태를 신뢰해 투자 위험을 낮추고 기업에 대한 신뢰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외부감사는 기업 내부 통제 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회계감사기준 제 265호에 따르면 "감사인은 외부감사를 통해 기업 내부 통제 시스템의 효율성과 운영 상황을 평가하고 취약점이 있으면 이를 경영진에 보고해 개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라 감사 과정에서 드러난 오류나 부정행위는 회사가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이를 고쳐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물론 감사에 따른 ’공짜 점심‘은 없다. 외부감사는 비용 부담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외부감사인의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해 일정한 감사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그러나 이 비용은 결국 기업의 재무 건전성을 보장하고 규제를 준수해 자칫 불거질 수 있는 법적 리스크를 줄이는 데 도움을 주기 마련이다.

글로벌 회계·컨설팅 업체 딜로이트(Deloitte)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외부감사는 기업이 재무 투명성을 유지하고 이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얻어 궁극적으로 더 많은 자본을 유리하게 조달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강조했다. 이는 외부감사가 기업 운영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아 기업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외부감사를 반드시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외부감사제와 대기업의 특수성

외부감사인을 선임하는 핵심 기관은 이사회 하위 조직인 감사위원회(이하 감사)다. 일반 기업에서 이사회는 회사의 전략적 방향을 정하고 경영진을 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감사는 주로 외부 이사들로 구성돼 독립성을 유지한다. 이들은 경영진의 입김에서 벗어나 외부감사인을 선택하고 감독한다. 이러한 구조는 외부감사의 객관성을 유지하고 기업 투명성을 높이는 중요한 제도적 장치로 꼽힌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대기업 구조 때문에 이러한 제도적 장치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국내 대기업은 창업주와 그 가족이 여러 계열사를 동시에 소유하고 강력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형태를 나타낸다. 이러한 구조는 이사회와 감사가 재벌 총수 영향력에서 벗어나 외부감사인을 독립적으로 선임하는 데 어려움을 준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외부감세제도 살펴보니

외부감사제도는 대부분 자본주의 국가에서 감사 대상 기업이 자유롭게 선임하는 방식(자유선임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방식이 겉으로 보이는 것처럼 완전하게 자유롭게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지금껏 각종 회계 사건을 겪어 외부감사제도에 일정 제한을 두는 방식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예를 들어 미국 상장법인은 등록된 회계법인만이 감사를 수행할 수 있다“며 ”심지어 일부 유럽에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반드시 다른 회계법인으로 교체해야 하는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또 신(新)외감법을 통해 외부감사제도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이를 보여주듯 2018년 11월에 시행된 신외감법은 기존 외부감사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회계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 법은 상장법인과 자산 규모가 큰 대형 비상장주식회사(자산 규모 5000억원 이상)를 대상으로 표준감사시간제도와 주기적 지정감사제도를 도입했다.

표준감사시간제도는 감사인이 특정 기업에 대해 투입해야 하는 최소한의 감사 시간을 규정하는 제도다.

한국공인회계사회(KICPA)는 표준감사시간제도에 대해 "이 제도는 감사 품질을 보장하고 감사인이 충분한 시간을 들여 재무제표를 철저히 검토할 수 있도록 해 감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한다"고 설명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 제도를 통해 감사 품질이 향상되고 법적·재무적 리스크가 감소해 외부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더 높은 신뢰를 받을 수 있다.

감사인에게도 표준감사시간제도는 감사 수행에 따른 중대 책임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되는 셈이다. 예를 들어 감사인이 적정하다고 의견을 표명한 재무제표가 이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감사인은 감사를 충실히 수행했다는 증거로 표준감사시간을 투입한 사실을 제시할 수 있다.

이는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와 같은 외부 규제기관의 감리를 비롯해 기업과의 법적 분쟁에서 감사인을 보호하는 핵심 역할을 한다. 이러한 규제를 준수해 감사인은 법적 부담을 줄이고 감사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한편 주기적 지정감사제도는 기업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국가가 지정한 감사인을 통해 감사를 받도록 의무화한다. 이 제도는 주권상장법인과 특정 대형비상장주식회사(대주주가 높은 지분율을 가지고 있는 회사) 지배구조가 비효과적인 기업을 대상으로 적용되며 흔히 '6+3 제도'라고 불린다.

이 제도에 따르면 기업은 6개 사업연도 동안 자유롭게 감사인을 선임할 수 있지만 그 이후 3개 사업연도 동안은 증선위가 지정한 감사인을 통해 감사를 받아야 한다. 6+3 제도는 기업이 지정된 감사인을 통해 외부감사를 받는 3개 연도 동안 감사인이 경영진 영향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감사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재무제표 신뢰성을 높이고 회계 투명성을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와 관련해 한국회계연구원(KASB)은 이 제도가 경영진으로부터 감사인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또한 금융감독원도 이 제도를 통해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어 장기적으로 기업의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데 다소 긍정적인 영향을 마친다고 설명했다.


◇미국-유럽 등 선진국의 외부감세제도 살펴보니

이러한 제도적 강화는 실제로 한국의 국제적 회계 부문 평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기에 충분하다.

신외감법 도입 초기인 2020년 한국은 IMD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회계 및 감사 부문에서 46위를 기록했다. 이는 예전보다 이는 이전보다 화면이 15계단 상승했다.

이후 2024년 평가에서는 35위로 상승하며 4년 동안 11계단 더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는 신외감법을 비롯한 엄격한 규제가 한국의 회계 투명성을 개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 트리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