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세계 정상 노린다 ⓷] 배터리 업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가속페달‘

전고체 배터리 전해액이 고체로 이뤄져 액체 전해액보다 안전
전기차 주행거리 기존 전기차 배터리보다 두 배 늘어날 듯
전고체 배터리 이르면 2025~2026년 안팎으로 개발 완료될 듯
국내 배터리 업계, 2020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 목표 세워
이온 전도도-전고체 배터리 소재 비싼 가격 ’숙제‘로 남아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08.24 15:44 의견 0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을 고체로 대체해 안전성과 성능을 높인 차세대 배터리로, 2025~2026년 상용화가 기대된다. [사진 = SK 이노베이션 뉴스룸]

최근 전기자동차 화재 사고가 빈발해 소비자 불만과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 가운데 화재 사고가 나 소비자들의 불안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화재 사고가 조사 중이지만 전기차 배터리에 따른 화재일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점도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이코노미트리뷴>은 전기차 화재를 둘러싼 전기차 배터리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향후 개선 방안을 집중적으로 분석하는 기획 시리즈를 연재한다. <편집자주>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이달 1일 인천 청라동에서 벤츠 전기자동차가 불이 난 데 이어 지난 16일 경기도 용인시 기흥에서 테슬라에 화재가 일어나 전기차에 대한 공포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석유 등 화석연료가 아닌 대표적인 친환경 차량인 전기차를 도외시할 수는 없는 게 현실이다.

이에 따라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전기차가 지닌 친환경성을 유지하며 차량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 배터리로 관심받고 있다.

◇배터리는 어떻게 이뤄졌나

전고체 배터리를 다루기 전에 배터리의 기본 구조와 성능을 짚어보자.

배터리는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1차전지와 충전을 통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2차전지로 나뉜다. 2차전지는 가볍고 재충전에 편리한 리튬이온을 사용한 배터리가 대명사로 떠올랐다.

1차전지와 2차전지는 모두 양극재·음극재·전해질·분리막 등 4가지 소재로 이뤄진다. 리튬이온을 만드는 양극재는 배터리 용량과 출력을 결정하며 전지 생산원가의 40% 인 핵심 소재다.

음극재는 양극재에서 나오는 리튬 이온을 보관하고 방출하면서 전기에너지를 만든다. 음극재는 배터리 생산원가의 약 20%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분리막은 2차전지 내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하는 얇은 막으로 미세 가공을 통해 리튬이온만 들어오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분리막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에 절반을 차지하는 중요 소재다.

전해질은 리튬이온이 양극과 음극으로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물질로 일종의 통로 역할을 한다. 전해질은 리튬이온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이동하고 양극과 음극 표면을 안정화해 배터리 수명도 늘리는 기능도 한다.

◇차세대 전지 ’전고체 배터리‘는 무엇

그렇다면 배터리 업계에서 관심을 받고 있는 전고체 배터리는 무엇일까.

전고체 배터리는 전지 양극과 음극 사이에 있는 전해질을 기존 액체에서 고체로 대체한 차세대 배터리다.

지금 전기차에 주로 장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 전해질은 모두 액체로 돼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배터리는 전자가 양극에서 음극으로 이동하며 전기를 발생시킨다. 이 때 전자 이동을 촉진하는 게 전해질이다.

양극과 음극이 만나면 합선이 돼 불이 날 수 있어 양쪽 가운데 분리막을 세워 둘을 구분한다.

그러나 액체 전해질로 이뤄진 기존 배터리는 온도가 상승하거나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지면 배터리 구조가 크게 훼손된다. 이때 가연성 액체인 전해질이 분리막을 뚫고 새어나오면 양극과 음극이 만나 화재를 일으키게 된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배터리가 전고체 배터리다. 전고체 배터리(all-solid-state battery)는 전해질이 액체가 아닌 고체로 만든 배터리다.

즉 액체 전해질은 화재나 충격으로 양극과 음극이 만날 위험이 있지만 전고체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이동하는 전해질을 고체로 만들어 배터리에 구멍이 뚫려도 폭발하지 않고 정상으로 작동한다. 이는 고체 전해질이 그대로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고체 전해질은 액체 전해질보다 내열성과 내구성이 뛰어나며 배터리 크기를 줄일 수도 있다.

이와 같은 장점에 전고체 배터리가 최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차량 충격에 따른 전해질이 누출될 위험도 없고 고온에 변형되지 않아 화재 등 차량 안전을 높이는 점이 특징“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는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에 필요한 전해액과 분리막을 없애 빈 공간에 에너지 밀도가 더 높일 수 있는 물질을 투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전고체 배터리를 사용하면 주행거리도 늘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액체 전해질 배터리는 한번 완전 충전하면 400~500km를 주파하지만 개발 중인 전고체 배터리는 1회 완전 충전으로 800~1000km 주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 등을 없애 배터리 무게와 크기를 조절할 수 있어 전기차 내부 구조에도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에 따라 초박막 구조에 양극과 음극을 여러 겹 쌓아 고전압·고밀도 배터리를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로 이뤄져 액체 전해질에 비해 이온 전도도가 낮아 출력이 낮고 수명이 짧다는 점이 단점“이라며 ”이에 따라 배터리 업계는 전고체 이온 전도도(度)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재료를 확보해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유력한 전고체 배터리 소재로는 폴리머, 옥사이드, 인산염, 황화물 등 4종류가 꼽힌다.


◇국내외 업체, 전고체 배터리 개발 본격 나서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장점과 관심이 커지면서 상용화 시점에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상용화 시점은 2025년~2026년 안팎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주요 자동차 업체들은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내놔 차세대 전기차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독일 완성차업체 BMW는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를 이르면 2026년에 내놓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해 BMW는 미국 연료전지 기업 솔리드파워와 손잡고 전고체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 출시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지난 2008년 첨단 배터리 연구소를 설립해 정부, 학계와 함께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겠다고 밝혀 관심을 모았다. 이후 도요타는 지난해 9월 1회 충전하면 1200㎞ 달릴 수 있는 전고체 배터리를 공개하고 애초 계획한 2027년 양산 시점을 앞당기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질세라 삼성SDI, SK온,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 업체의 보폭도 빨라지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삼성SDI는 2027년부터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할 계획을 내놨다.

삼성SDI는 전고체 배터리 계열 가운데 이온전도, 양산 적합성 등이 강점으로 꼽히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삼성SDI는 지난해 SDI연구소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 'S라인'을 준공하고 같은 해 6월부터 시제품을 생산했다.

SK온도 충남 대전 배터리연구원에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설립해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다. SK온 관계자는 ”대전 배터리연구원을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위한 전초 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지난해 총 4700억원을 투자해 차세대 배터리 파일럿 플랜트와 글로벌 품질 관리센터(G-VC)를 새로 설립했다“고 밝혔다.

그는 ”내년 파일럿 라인이 구축되면 2026년에 초기 단계의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내놓고 2028년과 2029년에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뛰어든 LG에너지솔루션은 고분자계와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모두 연구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리터당 650Wh 고분자 전고체 배터리를 2026년 상용화할 방침“이라며 ”에너지 밀도를 두 배 늘린 900Wh 이상 황화물 전고체 배터리는 2030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기차 화재로 중국산 배터리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반사이익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전해질의 본질적 기능은 리튬 이온의 이동수단“이라며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특성상 이온 전도도(이온의 이동 속도)가 액체 전해질보다 낮은 점은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전고체 배터리 고체 전해질로 황화물계가 가장 주목받고 있지만 기존 이온 배터리와 비교해 원료 가격이 너무 비싸다“며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주요 원료인 황화리튬은 리튬이온배터리 전해액보다 150~200배 비싸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러한 점 때문에 전고체 배터리가 출시해도 한동안 기존 제품보다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며 ”결국 전고체 배터리 가격이 낮아져야 상용화가 가능하고 시장도 형성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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