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A, 고물가 시대에 휘파람 부는 이유는

- 스태그플레이션 먹구름으로 소비 위축
- 소비자 지갑 닫힌 가운데 SPA 브랜드 인기
- 체형에 맞춘 디자인으로 소비자 공략 주효
- 제품 종류 다변화와 유통 채널 확대가 숙제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5.01.21 16:05 의견 0
경기침체와 고물가 속에서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과 기본에 충실한 품질을 제공하는 토종 SPA 브랜드(스파오, 무탠다드 등)에 주목하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 무신사]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땡큐 고(高)물가’

경기침체에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으로 소비자 지갑이 굳게 닫힌 가운데 ‘SPA(제조·유통 일괄)’ 브랜드가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SPA는 제품의 기획, 생산, 유통을 한 회사가 하고 이를 중저가로 판매하는 브랜드를 뜻한다. 주로 의류 등 패션 브랜드에서 SPA 경영기법을 활용한다.

이는 고물가와 불황에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불안이 겹쳐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소비자들이 가격이 저렴한 상품으로 눈을 돌리는 추세를 활용한 마케팅 전략인 셈이다.

◇SPA 브랜드 ‘스파오 베이직 내의’ 100만 장 판매 기염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패션유통업체 이랜드월드가 내놓은 SPA 브랜드 스파오(SPAO)는 지난해 베이직 내의류 판매량이 100만 장을 넘었다고 밝혔다.

스파오는 한국형 SPA 모델의 하나다. 이 브랜드는 속옷뿐 아니라 기본핏 티셔츠와 청바지 등 한국인 체형에 맞춘 베이직한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10월 베이직 내의류 대표 상품 '웜테크(발열 내의)' 가격을 2000원 이상 내려 눈길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에 생산공장을 갖춘 스파오가 생산 타임라인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공임비 등 가격을 낮춘 전략을 펼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스파오는 지난해 매출액이 약 6000억원으로 2023년 대비 25% 늘었다.

◇무신사 스탠다드 등도 ‘K-SPA’ 성장 이끌어

SPA 열풍을 일으키는 것은 스파오뿐만이 아니다.

국내 패션업체 무신사가 내놓은 SPA 브랜드 ‘무탠다드’도 인기몰이에 나서고 있다.
무신사 자체 브랜드(PB) ‘무신사 스탠다드’의 약칭인 무탠다드는 2023년 매출액이 3000억원을 뛰어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무신사가 지난해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오프라인 매출만 3배 이상 증가했다”며 “경기침체에서 판매가 크게 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무탠다드는 합리적인 가격과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한 영업전략을 펼쳐 소비자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는 점도 매출 증가의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중저가 SPA 열풍에 명품 업체 ‘시름’

토종 SPA가 맹위를 떨치면서 그동안 중저가 의류시장에서 영향력을 펼쳐온 명품업체들이 타격을 입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스파오와 무탠다드가 인기를 모으면서 매출액이 자라, H&M 등을 제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스파오가 올해 매출 목표를 7000억원으로 크게 늘리는 등 공격경영을 펼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SPA 열풍으로 그동안 국내에서 재미를 본 해외업체들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일본(유니클로), 자라(스페인), H&M(스웨덴), GAP(미국) 등이 국내 SPA 시장점유율 대부분을 차지했다”며 “특히 2005년 한국에 진출한 유니클로는 국내 SPA 시장에서 1위를 거머쥐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를 보여주듯 유니클로는 2015년 매출 1조원을 돌파한 이후 ‘노재팬’ 등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직전인 2019년까지 매출 1조원대를 유지해왔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SPA가 최근 주목을 받는 것은 저렴한 가격외에 국내 소비자 체형을 정밀하게 분석해 내놓은 ‘맞춤형 브랜드’ 등 소비자 취향을 집중 공략한 전략을 펼쳤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를 보여주듯 고객 만족도도 높은 편이다.

설문조사 업체 오픈서베이가 지난해 SPA 브랜드 의류를 6개월 이내 구매한 19~29세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 번이라도 구입한 경험이 있는 브랜드 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로 무탠다드가 48.1%를 차지해 1위에 올랐다. 뒤를 이어 유니클로(42%), 스파오(36.4%), 자라(36%) 순으로 집계됐다.

또한 국내 브랜드에 대한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SPA 브랜드 구입 고객의 만족도(5점 만점)를 조사한 결과 무탠다드(4.11점), 스파오(4.02점), 에잇세컨즈(4.01점) 등 국내 브랜드 모두 4점 이상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제품 종류 다변화와 유통 채널 확대로 승부해야

토종 SPA가 인기를 모으고 있지만 현재 성장세를 이어가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제품 라인업(제품 종류)을 여성 외에 남성과 어린이 계층으로 대폭 늘리고 유통 채널도 확대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여성 등 기존 주력 마케팅 대상에만 안주하지 않고 남성과 어린이 등 입맛에 맞는 제품을 더욱 개발해야 한다”며 “특히 최근 유통업계의 핵심축으로 등장한 MZ세대(20~40대 연령층)의 취향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온라인 중심의 마케팅 전략도 눈길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스파오의 경우 오프라인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이제 온라인 채널을 적극 공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스파오는 네이버가 운영하는 ‘라이브커머스(실시간 상거래 방송)’ '네이버쇼핑라이브‘를 활용하고 있다.

그는 “온라인 실시간 방송으로 최신 제품을 접하고 이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에서 매출 확대를 노리는 SPA도 있다. 무탠다드가 대표적이다.

무탠다드는 2021년 5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에 첫 번째 오프라인 매장 ‘무신사 스탠다드 홍대점’을 개설한 후 △강남점 △대구 동성로점 △성수점 △부산 서면점 △명동점 등으로 확대해 현재 오프라인 매장이 19개다.

업게 관계자는 “무탠다드는 오프라인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신세계, 현대백화점그룹, 갤러리아, AK 등 백화점에 입점했다”며 “백화점 입점 등 오프라인 운영에 따른 재정 부담이 만만치 않지만 무신사는 브랜드 경험 확대와 인지도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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