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오픈AI, 소프트뱅크와 5000억달러 규모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협력을 논의하며, AI 반도체 및 HBM 시장 진출을 모색하고 한·미·일 AI 협력 체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사진 = 삼성전자]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AI(인공지능)업체 ‘오픈AI’, 일본 초대형 투자업체 ‘소프트뱅크그룹’ 등과 손잡고 5000억달러(약 720조원) 규모의 AI 데이터센터 건립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사업에 진출할 것으로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재용 회장, 올트먼-손정희 등과 3자 회동 열어
5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서초사옥에서 올트먼 CEO, 손정의 회장과 함께 AI 관련 사업 협력 3자 합동 회의를 개최했다.
애초 올트먼 CEO와 손정의 회장은 한종희·전영현 부회장 등 삼성전자 최고위 경영진과 회동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재용 회장이 3일 합병·회계부정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사실상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 올트먼 CEO와 손 회장을 만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오픈AI, 소프트뱅크 총수들과 만나 삼성전자가 그동안 SK하이닉스에 밀려 고전을 면치 못하는 고(高)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등 차세대 먹거리 사업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계기를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5000억달러 AI 데이터센터 프로젝트 ‘스타게이트’ 논의에 관심 모아져
특히 이날 3자 회동에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가 미국 IT(정보기술)업체 오라클과 손잡고 함께 추진하는 스타게이트와 관련해 포괄적인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뒷받침하듯 손 회장은 이날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도착해 기자들에게 "스타게이트 업데이트와 이에 따른 삼성의 협력에 대해 얘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오픈AI,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AI 합작기업 ‘스타게이트’를 설립하고 향후 4년간 최대 5000억달러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미국은 AI 부문에서 세계 최강의 인프라를 갖추는 등 ‘AI 패권’을 거머쥐겠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올트먼 CEO와 손 회장은 3일 일본 도쿄에서 회의를 열고 일본에 미-일 합작기업을 만들어 기업용 생성형 AI를 개발해 판매하는 계획도 내비쳤다.
업계 관계자는 “아직 공식발표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이번 3자 회동을 통해 삼성전자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점쳤다.
◇한국-미국-일본의 ‘AI 삼각 동맹’ 속도낼 듯
한편 이번 3자 회동은 최근 AI업계의 화두로 등장한 중국 AI '딥시크(DeepSeek)'에 맞서 한국과 미국, 일본이 힘을 모으는 이른바 ‘AI 삼각 동맹’ 구축 가능성을 열어놨다.
딥시크는 최근 저비용 AI 모델을 내놔 AI 반도체 시장을 좌지우지해온 미국 엔비디아의 고가 AI 모델의 경제성에 타격을 줬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AI 반도체 시장은 엔비디아가 사실상 독식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오픈AI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엔비디아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으로 AI 반도체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가 스타게이트 생태계에 뛰어들어 오픈AI에 반도체를 공급하면 삼성전자도 AI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넓힐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사업부문에서 오랫동안 함께해온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Arm과 협력해 오픈AI의 자체 AI 칩을 생산할 가능성이 커진다. Arm은 소프트뱅크가 최대주주로 있는 회사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능성을 보여주듯 이날 손 회장과 함께 한국에 온 르네 하스 Arm CEO는 개발 중인 AI 반도체에 삼성 파운드리를 사용할지 여부를 묻는 기자들 질문에 "삼성은 훌륭한 파트너이며 현재로서는 이것 이외에 더 이상 말할 수 있는 것이 없다“고 대답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와 같은 3자 협력에서 오픈AI가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이 크다”며 “오픈AI가 AI 모델을 학습시키고 운영하려면 대량의 HBM이 필요한 데 삼성전자가 HBM을 공급하면 시장 영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이번 회의를 통해 한국, 미국, 일본 기업이 협력 기조를 구축해 중국 등 신흥 경쟁자에 맞서 막강한 AI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