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정부의 고율 관세와 국내 경영 악재로 인해 한국 기업들의 산업 공동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교역국을 상대로 펼치고 있는 관세 전쟁이 국내 산업공동화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가뜩이나 국내 강성노조와 정부 규제로 몸살을 앓고 있던 국내 기업이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부과로 국내 생산거점을 접거나 줄여 아예 미국으로 옮기려는 추세가 더욱 본격화될 것이라는 얘기다.

◇美정부, FTA 수교국 한국에 상호관세 25% ‘폭탄’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에 25%에 이르는 상호관세를 부과했다.

이는 그동안 전 세계 국가들이 미국을 ‘갈취해’ 심각한 무역 불균형을 이뤘다는 트럼프 정부의 주장에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정부가 자의적인 관세 및 비관세 장벽에 대한 판단을 토대로 모든 국가에 10%가 넘는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사상 최초의 조치를 내린 것”이라며 “사실상 전 세계를 상대로 글로벌 무역 전쟁에 나선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번 결정이 파격적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FTA)을 맺고 있는 한국에 관세를 부과한 점”이라며 “설상가상으로 한국 등 60여개 국가를 이른바 '최악의 침해국'(worst offenders)으로 분류해 기본관세 10%에 국가별 개별관세를 추가한 고율의 상호관세를 적용한 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로 한미 FTA가 사실상 휴지조각이 된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탄핵 등 국내 정치 공백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점은 미국정부가 이번 관세 폭탄을 던지면서 제시한 논리도 ‘막무가내식’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한국 정부가 미국산 소고기, 돼지고기, 가금류 등에 규제를 하고 있다는 미국 정부의 논리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라며 “이러한 한국측 설명에도 미국 정부는 귀담아들으려 하지 않고 있다”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미국 정부가 표면적으로는 이런 논리를 펴지만 결국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커지고 있는 점도 미국 정부의 압력이 가중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한국무역협회는 한국의 지난해 대미(對美) 수출액이 2023년과 비교해 10.4%늘어난 1278억달러라고 밝혔다.

이 가운데 지난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는 557억달러 흑자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한국에 고율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해 2012년 공식 발효된 한미 FTA 체제도 수정되거나 폐지되는 등 중대분기점에 놓여있다”라고 설명했다.

◇노조 등 각종 악재 피해 해외로 떠나는 기업 ‘엑소더스’ 늘어날 듯

일각에서는 미국의 상호관세가 국내 기업이 해외로 떠나는 ‘엑소더스’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럴 경우 국내 제조업 기반에 타격을 줘 자칫 한국 제조업 공동화가 빚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정부가 외치는 슬로건 가운데 하나가 ‘제조업 신화의 부활’”이라며 “이는 최근 기틀이 많이 흔들린 미국 제조업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그동안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긴 미국 기업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게 하는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정책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는 해외에 있는 미국 기업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다시 돌아오도록 하면 해외진출 미국 기업에도 적용되는 관세를 낼 필요가 없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이처럼 관세 압박이 커지고 있어 글로벌 경영을 펼쳐온 국내기업도 생산거점을 미국에 대거 배치하는 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이 이처럼 미국 등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려는 데에는 국내 근로여건이 갈수록 열악해지는 점을 꼽을 수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국내에서 강성노조의 입김이 거세 노동유연성이 낮고 정부 규제로 기업하기 힘든 상황이 된지 오래다”라며 “이런 가운데 이른바 ‘노란봉투법’과 상법 개정안 등 온갖 악재가 쏟아지면 기업의 한국 탈출은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라고 꼬집었다.

이를 보여주듯 최근 국내 제조업의 해외 진출 움직임이 더욱 두드러지는 분위기다.

특히 국내 경제의 핵심분야인 반도체 관련 업체도 미국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모습이다.

한 예로 반도에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 솔브레인은 미국 텍사스주 삼성전자 테일러 신규 공장에 최대 8000억원을 투자한다.

반도체 소재 국산화를 일궈낸 동진쎄미켐은 삼성물산·미국 마틴과 합작 설립한 DSM쎄미켐 텍사스주 황산공장을 지난해 준공하고 가동하는 등 미국내 투자를 늘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업이 해외에 투자를 늘리면 그만큼 국내 투자는 줄어들 수 밖에 없다”며 “미국 관세 충격이 커지면 국내기업의 탈(脫)한국 러시는 더 속도를 낼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