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정책 여파로 한국의 대미·대중 수출이 큰 폭으로 감소하며 자동차·철강·반도체 등 주요 품목이 타격을 입어 정부와 기업이 수출지역 다변화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 폭탄‘에 한국이 미국과 중국 등 세계 주요 수출시장에서 수출이 모두 급감하는 성적표를 거머쥐었다.
특히 지난 5월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 감소폭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0%가 줄어들어 충격을 안겨줬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가 발표한 5월 수출입 동향을 보면 우리나 전체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가운데 양대 수출 국가인 미국과 중국 수출은 각각 8.1%, 8.4% 줄어 감소 폭이 컸다.

◇트럼프 관세 폭탄에 자동차 등 주요 대미 수출품 타격

산업부에 따르면 한국의 미국 수출 감소율이 지난 4월 6.8%에서 5월 8.1%로 늘어났다.

세부 품목별로 살펴보면 자동차의 5월 대미 수출은 지난해 5월에 비해 32.0%가 급감했다.

한국산 자동차는 트럼프 정부가 자동차 관세를 부과한 첫 달인 지난 4월 19.6% 감소한 후 5월 감소율이 12.4% 포인트 이상 더 커졌다.

주력 수출 제품은 철강도 예외는 아니다.

자동차에 앞서 미국이 3월부터 25% 관세를 매긴 철강 대미 수출도 5월 20.6% 감소했기 때문이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업계 거래 관행은 수개월 전 주문한다“라며 ”이에 따라 5~6월부터 관세 부광 따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지난 5월부터 수출 감소가 두드러져 걱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자동차 수출이 큰 타격을 입었지만 2차전지와 석유제품은 지난 5월에 각각 33.6%, 23.1% 늘었다“라며 ”이에 따라 우리나라의 전체 대미 수출 감소율이 그나마 한 자릿수에 그쳤다“라고 평가했다.

주요 수출시장인 미국의 수출 감소폭이 두드러지면서 정부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정부 관계자는 ”트럼프 관세가 한국 수출에 끼치는 악영향이 미치고 있다는 증거“라며 ”미국 관세 정책은 한국 수출과 세계 경제에도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의 중국 수출도 두자릿수 감소세로 돌아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으로 한국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 수출도 두드러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로 한국은 물론 중국이 큰 타격을 입어 중국의 수출전략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수요가 많았던 반도체를 비롯해 석유화학 등 중간재에 대한 중국 수출이 크게 줄어드는 양상이다.

이를 보여주듯 지난 5월 한국의 대중국 수출에서 반도체는 14.6%, 석유화학 제품은 11.4% 크게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크게 감소한 데에는 미국과 중국이 펼치는 무역전쟁이 좀처럼 해법을 보이지 않는 데 따른 것“이라며 ”특히 중국은 미국 견제에 맞서 중국산 반도체를 개발해 한국 제품 수요를 줄이는 측면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에 맞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주요 반도체 기업이 수출지역을 다변화하는 등 비상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한국이 반도체와 석유화학 분야에서 그나마 선방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올해 수출시장 전망이 그렇게 밝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무역 의존도가 큰 한국으로서는 수출지역 다변화가 그나마 현실성 있는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역시 수출지역을 최대한 늘려 트럼프 관세전쟁에 따른 무역 불확실성 해소에 본격 나설 태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달 3일 대통령선거가 끝나 차기 지도자가 등장하면 미국과의 통상협상에서 더욱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라며 ”이를 통해 미국으로부터 우리 정부와 경제, 기업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관세율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정부와 기업은 우리 나라가 절대적 우위를 보이고 있는 반도체 등 주요 산업 품목을 미국, 중국 등에만 크게 의존하지 않고 유럽연합(EU) 등 유럽과 기타 성장 유망지역에서 사업 보폭을 크게 넓히는 데 주력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