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컬리·우버·업비트와의 연계로 쇼핑·모빌리티·금융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슈퍼앱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진 = iF Design]


[이코노미 트리뷴 = 기자]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가 공격적인 사업 확장을 통해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슈퍼 플랫폼’으로 변신을 서두르고 있다. 최근 컬리 지분 인수, 우버와의 멤버십 제휴, 두나무 편입 추진이 잇따라 발표되면서 경쟁 구도는 쿠팡·카카오·토스 등과 다층적으로 얽히고 있다.

◇ 쿠팡과의 경쟁 구도…쇼핑·콘텐츠 시장 확대

네이버는 컬리N마트를 통해 추석 연휴 기간에도 새벽배송 서비스를 운영한다고 전했다. [사진 = 네이버]


지난주 네이버는 신선식품 강자인 컬리의 초기 투자자 보유 구주 약 5%를 500억~600억 원 규모로 일부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액은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업계는 이를 통해 컬리와의 제휴를 ‘혈맹’ 수준으로 끌어올려 새벽배송 역량을 멤버십과 접목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한다.

실제 네이버 쇼핑앱에는 ‘컬리N마트’가 개설돼 네이버플러스 멤버십과 새벽배송이 연동되는 구조가 구축됐다.

네이버플러스 멤버십은 월 4,900원의 구독료로 무료배송·할인·콘텐츠 제공을 묶은 서비스로, 쿠팡 와우 멤버십(월 7,890원)과 유사하다.

다만 쿠팡이 자체 물류망과 로켓배송을 무기로 한다면, 네이버는 컬리 등 파트너십을 통해 약점을 보완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결국 가격 경쟁력은 네이버가 우세하지만, 서비스 품질과 콘텐츠 확장성에서 차별화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29일 서울 강남구 한국야구회관에서 열린 <2025 NAVER K-BASEBALL SERIES> 프레젠팅 파트너 체결식에서 KBO 허구연 총재와 네이버 최수연 대표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 네이버]


콘텐츠 측면에서는 ‘락인(lock-in)’ 전략도 본격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9월 29일 KBO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11월 8~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한국-체코전 △11월 15~16일 일본 도쿄돔 한국-일본전 등 국가대표 평가전 4경기의 디지털 독점 중계권을 확보했다.

경기는 네이버 스포츠와 치지직에서 무료 생중계되며, 한국-체코전 티켓은 10월 30일부터 네이버를 통해 단독 판매된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EWC 2025 한국어 단독 중계와 2025 FIFA U-20 월드컵 무료 생중계·같이보기 서비스를 확정했으며, 향후 올림픽과 FIFA 월드컵(2026·2030년 대회) 중계권 확보에도 관심을 보이며 스포츠 중계 시장 전반으로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사진 = 쿠팡]


쿠팡은 별도 애드온인 ‘스포츠패스’를 통해 와우 회원에게 월 9,900원, 일반 회원에게 월 16,600원을 받고 EPL·F1 등 글로벌 콘텐츠를 제공한다.

반면 네이버는 치지직을 통해 국가대표 야구 경기 등 주요 이벤트를 무료로 중계하면서 광고와 후원 수익을 결합해 수익성을 확보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실제 치지직은 2025년 7월 기준 월간활성이용자(MAU)가 242만 명으로 전년 대비 17% 이상 증가했고, 이용 시간도 늘어나 광고 단가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중간 광고 삽입과 지급 수수료 증가(185억 원, 전년 대비 45% 확대) 역시 스포츠·이벤트 중계에 대한 투자가 강화되고 있음을 방증한다.

업계 전문가들은 “쿠팡이 유료 구독 기반의 안정적 매출에 방점을 둔다면, 네이버는 무료 중계와 광고·후원 모델을 통해 플랫폼 파급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한다.

◇ 모빌리티·금융 전선 확대…카카오·토스와 맞대응

우버는 불법 논란 이후 택시 면허 기반의 합법적 호출 서비스로 탈바꿈했으며, 현재 일반 ‘우버택시’와 프리미엄 ‘우버 블랙’으로 운영되고 있다.


모빌리티 부문에서는 우버와의 제휴가 주목된다.

네이버는 최근 ‘우버 원’을 멤버십에 연계하고, 가입자가 우버 택시를 이용할 때 요금의 5~10%를 크레딧으로 적립받도록 했다. 평점이 높은 기사 우선 배차 등 차별화 서비스도 제공된다.

우버는 2013년 국내에 처음 진출했지만, 개인 차량을 이용한 ‘우버엑스’ 서비스가 불법 논란에 휘말리며 택시업계의 강한 반발을 샀고 2015년 결국 철수했다.

이후 2021년 택시 면허 기사만 참여하는 합법적 모델인 ‘우버택시’로 재진출했으나, 시장 점유율은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국내 택시 호출 시장은 카카오T가 점유율 80% 이상을 차지하며 사실상 독점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네이버가 우버와 손잡은 것은 카카오모빌리티 독주를 견제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사진 = 업비트 홈페이지]


금융 영역에서는 두나무 편입이 최대 승부수다.

네이버는 2025년 9월 두나무 지분을 확보하며 포괄적 주식교환 방식을 통해 사실상 자회사 편입 절차에 돌입했다.

두나무가 운영하는 업비트는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이자 글로벌 2위권 거래량을 기록하는 플랫폼으로, 네이버 포털과 결합될 경우 파급력은 배가된다.

전문가들은 “국내 최대 포털과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의 결합은 카카오페이·토스가 제공하던 금융·투자 서비스 지형을 흔들 잠재력이 크다”고 진단한다.

네이버페이 ‘커넥트’, 결제부터 리뷰·쿠폰·포인트까지 통합 제공하는 오프라인 단말기 [사진 = 네이버]


오프라인 단말기 사업도 본격화되고 있다.

네이버는 지도·리뷰 데이터와 결제 인프라를 통합해 가맹점에 결제 단말기를 공급 중이다. 이는 단순한 결제 단말 보급이 아니라, 네이버 검색과 리뷰로 유입된 고객이 현장에서 결제까지 이어지도록 하는 ‘데이터-결제 통합 모델’을 구축하려는 전략이다.

업계는 네이버가 단말기 네트워크를 확대할 경우 광고·쿠폰·리뷰와 결제 데이터가 유기적으로 연결돼 카카오페이·토스 등 기존 간편결제 플랫폼보다 강력한 오프라인 락인 효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포털을 넘어 생활 전반으로 무대를 넓히면서 경쟁자들은 단일 분야의 강점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며 “규제 리스크와 제휴사 의존도라는 과제가 남아 있지만, 슈퍼앱으로의 변신을 가속화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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