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독자 플랫폼 ‘오라스커버리’를 기반으로 발굴한 신약 후보 ‘엔서퀴다’를 길리어드에 기술 이전하며 글로벌 상업화에 나선다.


[이코노미 트리뷴 = 기자] 한미약품이 글로벌 제약사와 손잡고 자사가 개발한 경구용 신약 후보물질의 상업화에 속도를 낸다.

한미약품은 29일 길리어드사이언스(Gilead Sciences, 이하 길리어드), 헬스호프파마(Health Hope Pharma, 이하 HHP)와 ‘엔서퀴다(Encequidar)’의 글로벌 개발 및 상업화를 위한 독점권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약으로 한미는 원료(API)와 제제 기술을 공급하며, 계약금과 개발·허가·판매 단계별 마일스톤, 매출 로열티를 수취하는 파트너로 참여한다.

길리어드는 임상시험부터 규제기관 허가, 판매까지 전 과정을 맡고, HHP도 공동 파트너로 협력한다.

엔서퀴다는 한미의 독자 플랫폼 기술 ‘오라스커버리(Orascovery™)’를 기반으로 발굴한 후보물질이다. 주사제로만 투여 가능했던 약물을 알약으로 복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일부 약물은 위·장에서 분해되거나 약물 배출 단백질(P-gp)에 의해 흡수가 차단돼 경구제 형태로는 효과가 제한적이다.

오라스커버리는 이를 억제해 체내 흡수율을 높이고, 주사제의 불편함을 해소한다.

이 같은 작용 기전을 바탕으로 엔서퀴다는 P-gp 억제제 계열의 퍼스트 인 클래스(First-in-Class) 후보물질로 평가된다.

퍼스트 인 클래스는 기존에 없던 새로운 작용 기전을 가진 세계 최초 신약을 뜻한다.

다시 말해, 오라스커버리가 ‘플랫폼 기술’이라면 엔서퀴다는 이를 실현해낸 대표적 성과로 자리매김한 셈이다.

HHP 설립자인 데니스 람 박사는 “엔서퀴다는 주사제를 경구제로 바꿀 수 있는 대표 사례”라며 “이번 계약은 홍콩 바이오텍 산업과 HHP의 혁신 역량을 입증하는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이사도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환자의 치료 접근성을 높이고 연구개발 성과를 가속화하겠다”고 말했다.

한미약품은 앞서 2011년 엔서퀴다를 적용한 경구용 항암제 ‘오락솔(Oraxol)’을 미국 아테넥스에 수출했으나, 아테넥스가 파산하면서 권리가 HHP로 넘어간 바 있다.

현재 HHP는 미국·홍콩·뉴질랜드에서 오락솔 임상을 진행 중이며, 유럽과 아시아, 미국 시장에 순차적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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