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조5000억원을 투입해 2030년까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구축하는 가운데, 효성·HD현대일렉트릭·LS일렉트릭·일진전기 등 국내 4개사가 전압형 HVDC 국산화 사업에 뛰어들며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진 = 한국해상그리드산업협회(KOGIA)]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향후 11조원 규모로 커질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잡아라’
현 정부가 추진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을 놓고 국내 업체가 대거 뛰어드는 등 춘추전국시대가 활짝 열렸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은 올해 초 발표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오는 2036년까지 서해안에 총 620km 길이 해저 송전망을 설치하는 사업이다.
이와 관련해 이재명 대통령은 사업 목표 시점을 기존 2036에서 2030년으로 앞당겨 사업의 중요성을 드러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호남권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태양광·해상풍력)를 수도권에 있는 주요 산업단지로 송전하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에 11조5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업계는 이번 사업이 정부의 친환경 에너지 정책 핵심축이라는 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사업에 필요한 대용량 전압형 HVDC(초고압직류송전) 변압기 국산화 사업에 효성중공업 등 4개 업체가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HVDC 등 필수 소재 사업을 수주하면 향후 정부가 추진하는 환경친화 사업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 HVDC가 뭐길래...업체 치열한 수주전 펼쳐
25일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500킬로볼트(kV)급 대용량 전압형 HVDC 변환용 변압기 개발 사업 기업으로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국내 전력기기 업체 4곳을 24일 최종 선정했다.
HVDC는 발전소에서 생산한 교류(AC) 전력을 고압의 직류(DC) 형태로 바꿔 송전한 후 최종 소비자가 이를 다시 교류로 바꿔 공급하는 기술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고압직류송전 기술인 HVDC는 기존 교류(AC) 송전과 비교해 먼 거리에 대용량 에너지를 송전할 수 있다”라며 “또한 HVDC는 지·해저 케이블에 적용할 수 있고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를 발생시키지 않는 점도 장점”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특히 전압형 HVDC는 기존 전류형과 비교해 양방향 전력 흐름을 실시간으로 제어할 수 있고 안정화돼 재생에너지와 연계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전압형 HVDC 변환용 변압기 개발사업은 전국 산업거점과 재생에너지 등 발전원을 효율적으로 연결하는 에너지고속도로를 적정한 시점에 계속 확충하는 데 필요하다”라며 “이를 통해 정부는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를 오는 2030년대 구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산업부는 애초 올해 7월 2차 추경 예산에 이 사업이 반영된 후 올해 8월 사업 공고를 내고 산학연으로 구성된 평가위원단을 통해 사업 선정 평가 과정을 거쳐 참여기업을 최종 선정했다.
◇ 2040년 ‘U자형 전국 전력망 건설’ 프로젝트 놓고 관련 기업 각축
정부는 내년에 120억 원을 투입해 개발에 착수하고 오는 2027년까지 총 560억원을 투입해 설계·제작·시험 인증을 거쳐 상용화 기반을 마련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사업은 HVDC 시스템에서 전력 흐름을 안정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변환용 변압기 설계·제작 기술 국산화에 달려 있다”라며 “변환용 변압기는 교류(AC) 전기를 직류(DC)로 바꾸기 전에 전압을 조정하고 전력 품질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일종의 ‘전기 어댑터’”라며 “국내는 전압형 HVDC 변환용 변압기 기술이 아직 없어 이번이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번 HVDC 사업에 성공하면 2040년 목표인 ‘U자형 전국 전력망 건설’ 프로젝트도 힘을 싣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AI(인공지능) 일반화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전력계통의 안정적 운영이 중요해졌다”라며 “전압형 HVDC는 실시간 양방향 전력 제어가 가능해 재생에너지 연계에 최적화된 기술인 만큼 기술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장점에 힘입어 세계 시장 규모도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 HVDC 시장은 2024년 15조 6000억 원에서 2030년 23조 1000억 원으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세계 HVDC 시장은 현재 히타치(스웨덴), 지멘스(독일), GE(미국)가 약 90% 차지하고 있다”라며 “국내 기업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을 계기로 거대한 세계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라고 풀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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