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SK 현대차 LG그룹, ‘미국 정재계 인맥’ 활용해 트럼프 파고 넘는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트럼프 1기 행정부 주재 ‘테크서밋’ 참석
최태원 SK그룹 회장, 내년 2월 TPD 참석해 트럼프 인맥과 네트워킹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트럼프 최측근 대거 기용해 美대관업무 강화
구광모 LG그룹 회장, 트럼프 1기 백악관 부비서실장 영입해 워싱턴사무소 맡겨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11.14 10:17 의견 0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에 대비해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보호무역주의 대응책 마련과 전직 트럼프 관료 영입을 통해 미국 정재계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코노미 트리뷴] 지난 5일(현지시간) 치러진 제47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前)미 대통령이 당선되자 삼성전자, SK그룹, 현대자동차그룹, LG그룹 등 국내 주요 기업이 대비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무기로 내세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은 ‘관세 폭탄’과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거대한 보호장벽이 세워질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기업들은 미국 정재계 인맥, 특히 과거 트럼프 행정부에 근무한 전직 관료를 활용해 트럼프 차기 행정부 정책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삼성-SK 트럼프 라인 대거 등용

1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016년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인 신분으로 전 세계 IT(정보통신) 기업인을 위한 '테크 서밋'을 열었을 때 한국 기업인 가운데 유일하게 초청받아 눈길을 끌었다.

당시 이재용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수사를 받는 상황이었다. 이에 따라 특별검사의 출국 금지 조치로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한미북 3자 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국내를 방문했을 때 다른 주요 그룹 총수들과 인사를 나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이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직접 호명하며 미국에 대한 투자에 감사의 뜻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해외 법인 관리와 현지 정·재계의 소통을 맡은 글로벌 대관조직인 글로벌퍼블릭어페어스(GPA)팀을 실 단위로 승격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대책을 구상하고 있다.

국내 경제단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을 맡고 있는 최태원 회장은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에게 서한을 보내 "확고하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이 미국 경제회복을 가속화하고 세계 경제의 지속적 번영에 기여할 것"이라고 축하해 눈길을 끌었다.

최 회장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인 내년 2월 '트랜스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 참석하기 위해 수도 워싱턴 D.C.를 방문할 가능성이 크다.

TPD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전현직 고위 관료와 재계 인사, 석학 등이 모여 태평양 지역 국제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다.

업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지난 2021년부터 매년 미국에서 TPD에 참석해 한미일 3국 관료와 세계적 석학, 싱크탱크, 재계 인사들과 만나고 있다”며 “차기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최 회장은 차기 행정부의 기류를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SK그룹은 북미 대관 콘트롤타워 'SK 아메리카스'를 바탕으로 트럼프 2기 인사들을 공략할 예정이다.

◇현대차-LG그룹도 차기 美행정부 출범에 따른 해법 모색

현대차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동안 트럼프가 속한 미국 공화당 인사들과 친분을 쌓으며 소통해왔다.

이를 보여주듯 정 회장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고위 관료를 현대차그룹 해외 대관 담당으로 대거 영입하는 등 트럼프 라인 챙기기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정 회장이 2020년 로버트 후드 전(前 )미국 국방부 법제처 차관보를 워싱턴사무소 정부 업무 담당 부사장에 앉히고 올해 1월 성 김 전 주한 미국대사를 그룹 고문으로 합류시킨 것이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 회장은 올해 3월 트럼프 최측근 세라 허커비 샌더스 미국 아칸소 주지사가 한국을 찾았을 때 직접 만났다”며 “이런 인연으로 트럼프의 또 다른 측근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이 올해 7월 국내 대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현대차그룹 본사를 찾았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해외 대관 조직 'GPO'(Global Policy Office)를 사업부 급으로 격상시켰다.

LG그룹 역시 트럼프 전현직 관료를 영입해 차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해법 마련에 나선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22년 트럼프 1기 백악관 부비서실장을 지낸 조 헤이긴을 영입해 새로 개설한 워싱턴사무소를 맡겼다.

이를 통해 구광모 회장은 조 헤이긴이 미국 정부와 의회 등을 대상으로 한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하도록 했다.

또한 LG그룹은 지난해부터 글로벌 대응 총괄조직인 글로벌전략개발원을 가동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발맞춰 국내 주요 기업들도 해법 찾기에 나섰다”며 “트럼프 인맥을 확보해 트럼프 차기 정부와의 협력을 모색하고 새로운 시장을 진출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저작권자 ⓒ 이코노미 트리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