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결과 따른 한국경제 전망 ‘흐림’

누가 되더라도 한국경제 ‘무역압박’ 가능성 커져
트럼프, 미국 반도체산업 육성 위해 한국에 ‘견제구’ 가능성
IRA 축소 되면 한국의 미국 투자 혜택 줄어들어
특히 자동차, 배터리 업계 對美투자 확대에 따른 향후 전망에 ‘촉각’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11.06 10:43 의견 0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한국의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철강 등 주요 산업이 무역 압박과 미국 중심주의 정책의 영향을 받아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미국 대선(현지시간 5일)을 앞둔 가운데 이번 선거 결과가 향후 한국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한 국가로 만들자)’를 위치며 자국 이익 극대화를 추구가는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대통령이 당선될 지 아니면 조 바이든 현 대통령 뒤를 이어 카멀러 해리스 부통령이 최종 승자가 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누가 당선되어도 한국경제에 미국의 무역압박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한국이 올해 대미(對美)무역 흑자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라선 점도 우리로서는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5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지난해가 역대 최대(444억달러)였다.

올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는 1~9월에 399억달러를 기록해 또 다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누가 당선될 지는 지켜봐야 하지만 특히 미국 국익 중심주의에 함몰된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국에 대한 무역 압박이 메가톤급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도체와 자동차 시장 전망

한국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산업은 이른바 미국의 ‘칩스법’이 얼마나 효력을 발휘할 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국산 반도체에 대한 고강도 견제구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해리스 후보는 바이든 행정부 기조를 유지해 반도체 산업에 대한 정부 지원 강화를 내세운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과거 트럼프 1기 정권 당시와 같이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앞세워 고(高)관세 정책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반도체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22년 제정한 이른바 칩스법은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와 연구개발 지원금 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를 통해 삼성전자는 미국 정부로부터 64억 달러, SK하이닉스는 최대 4억5000만 달러의 보조금과 각종 세제 혜택을 받기로 돼 있었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17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텍사스주(州) 테일러시(市)에 반도체 시설을 세울 예정이다. 추가로 오는 2030년까지 총 약 45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38억7000만 달러를 투자해 인디애나주 웨스트 라피엣에 최첨단 패키징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에 앞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그룹 차원에서 미국 내 220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업계 관계자는 “해리스 후보가 당선되면 현재 바이든 행정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며 “그러나 만약 트럼프가 당선되면 미국 우선주의 정책에 따라 보조금 대신 높은 관세를 부과해 해외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도록 사실상 압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이 같은 전략을 통해 트럼프 후보는 자국 반도체 기업 인텔 성장을 적극 지원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자동차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의 대미무역에서 자동차 부문이 전체 무역수지 흑자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자동차는 반도체에 이어 한국의 2위 대미 수출품이기 때문이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현지 생산 차량에만 혜택을 주는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전기차 보조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어 예외적으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상용 리스 판매로 활로를 뚫었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당선되면 외국산 자동차 수입 관행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내는 미국 자동차 산업을 무너뜨린다고 믿고 있어 자동차 산업에 대한 무역규제를 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트럼프 대통령이 수입산 자동차에 적대적인 입장을 보이는 가운데 석유 등 화석연료 산업 부활을 선호하는 그의 정책도 향후 주요 관전포인트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거 유세 과정에서 전기차 지원을 줄이고 일반 화석연료 자동차에 대한 지원을 내비친 점도 전기차 생산이 많은 한국으로서는 악재”라고 풀이했다.

◇배터리와 철강 시장 전망은

배터리 산업도 미국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줄기차게 외치고 있는 ‘MAGA'의 핵심은 미국 제조업 부활이다.

이는 2차전지 등 첨단 배터리 시장에도 암운을 드리우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전방 산업인 전기차 판매 보조금이 줄고 2차전지 생산에 지원되는 세액공제까지 줄어들면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등 국내 2차전지 기업 생산성과 수익성에 악영향을 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뜩이나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여파로 국내 배터리 업계가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미국의 제조업 정책으로 국내 기업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만약 트럼프가 다시 집권하면 국내 2차전지 및 소재 업계는 미국 사업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철강시장에서 중국업체의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철강업계도 예외는 아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수입산 철강제품에 대한 관세 인상, 국가별 수입 쿼터 축소 등이 예상된다”며 “이를 통해 트럼프는 외국산 철강품목에 대한 무역 장벽을 더 높일 것”이라고 점쳤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는 자국 제조업 부활과 '바이 아메리칸'(Buy-American)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며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국내 산업 기상도가 큰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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