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삼성전자가 27일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위기에 빠진 반도체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기술 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력)에 나선다.
이를 위해 지난 5월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에 해결사로 영입한 전영현 부회장을 이번 인사에서 대표이사로 임명해 주력인 메모리를 중심으로 '전영현 체제'를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이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진출 50주년(12월 6일)을 앞두고 핵심 사업인 반도체 사업에서 세계 1위를 되찾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전영현 체제 구축…HBM-파운드리 등 메모리 사업 고삐
삼성전자가 최근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영역은 단연 반도체 사업이다. 반도체 분야가 삼성전자의 핵심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수요가 폭증하는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파운드리(Foundry: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적자가 이어지면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는 이번 사장단 인사를 통해 메모리와 파운드리를 중심으로 DS 사업 부문분위기를 바꿀 태세다.
업계 관계자는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DS부문장인 전영현 부회장의 대표이사 내정과 메모리사업부장 겸임”이라며 “이는 삼성전자가 그동안 유지해온 메모리 사업 1위 지위를 되찾고 이를 통해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전 부회장은 2000년 메모리사업부에 입사해 D램 개발을 맡았고 2014년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하는 등 명실상부한 메모리 반도체 전문가다.
특히 전 부회장이 업계 전반에 퍼진 삼성 위기론을 돌파하기 위해 '메모리 초격차'를 강조한 만큼 메모리사업 경쟁력 확보가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 부회장이 지난 7월 HBM 개발팀을 신설해 경쟁력 하락 주원인으로 꼽히는 HBM에 힘을 실어줬다”며 “이를 통해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에 HBM 납품을 마무리 짓는 등 해외사업에 속도를 낼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삼성전자가 최근 HBM 6세대인 HBM4부터 파운드리 1위 업체 대만 TSMC와 협력할 뜻을 내비쳤다”며 “이를 통해 그동안 취약했던 HBM 사업 경쟁력을 대폭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에서 파운드리 부문 시장 지배력과 기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부문에서 수주가 부진하고 가동률도 낮아 적자 탈출이 늦어지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파운드리 사업이 TSMC에 밀리고 있는 처지다.
이와 같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미국에서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어온 한진만 DS부문 미주총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해 파운드리사업부장을 진두지휘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사업이 고객 수주 사업이다 보니 한진만 신임 사장이 미국에서 쌓아온 글로벌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파운드리 사업 경쟁력 강화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파운드리사업부에 사장급 최고기술책임자(CTO) 보직을 신설한다.
파운드리 CTO를 맡은 남석우 사장은 반도체 연구소에서 메모리 모든 제품 공정개발을 주도한 반도체 공정개발 및 제조 전문가다. 남 사장은 이번에 글로벌제조&인프라총괄 제조&기술담당에서 자리를 옮겼다.
업계 관계자는 “파운드리 업계에서 2나노 이하 미세공정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반도체 공정 기술과 오랜 제조 경험을 두루 갖춘 남 사장이 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 경쟁력 강화에 주력할 것”이라고 점쳤다.
◇이재용 회장 사법 리스크 등 과제 남아...변화속 안정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부문에 큰 변화를 주는 가운데 조직 안정도 함께 다지는 모습이다.
전 부회장과 함께 '대표이사 투톱'인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과 이재용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는 정현호 사업지원TF장(부회장)은 예상대로 모두 유임됐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 '사법 리스크'가 여전한 남아 있어 기술 경쟁력 강화와 조직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추구하고 있다고 풀이한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경쟁력 강화와 해외시장 개척도 중요하지만 이 회장 재판이 아직 남아 있어 조직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며 “이에 따라 당장 시급한 반도체 영역 외에는 나머지 조직 변화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종희 부회장은 기존에 겸임한 생활가전(DA)사업부장 뿐 아니라 이번에 신설된 품질혁신위원회 수장도 겸한다.
노태문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사장)을 비롯해 김우준 네트워크사업부장 등도 모두 유임됐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기업에서 일해온 인재 활용도 눈에 띈다”며 “지난해 말 퇴임한 구글 출신 이원진 사장이 퇴임 1년만에 경영 일선으로 복귀해 마케팅과 브랜드, 온라인 사업을 총괄한 점은 주목할 만하다”며 “지난해까지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 사업부에서 일 하다 퇴임한 이 사장이 다시 회사의 부름을 받은 것은 구글 등에서 마케팅과 비즈니스 역량을 쌓아온 그의 역량을 삼성전자 글로벌 마케팅에 활용하겠다는 뜻”이라고 풀이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등 사업실적 부진에 사장단이 대거 바뀌는 이른바 ‘칼바람 인사’가 예상됐다”며 “그러나 이번 인사는 반도체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면서 기존 조직을 다지는 양상”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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