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관세 정책과 고환율로 인해 한국 경제가 물가 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 = PIXABAY]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한국경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펼치는 ‘관세 폭탄’에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그늘에 가려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경기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상승)'의 합성어로 ’경기침체 속 물가상승‘이 이어지는 현상을 말한다.
이에 따라 스태그플레이션은 고(高)물가에 경기침체, 실업 증가 등이 맞물려 일어나는 추세를 보인다.
◇연초부터 물가 급등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 커져
통계청이 6일 발표한 '2025년 2월 소비자 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6.08(2020=100)로 지난해 2월에 비해 2.0%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초 3%대에서 점차 하락해 하반기에는 9월(1.6%), 10월(1.3%), 11월(1.5%), 12월(1.9%) 4개월 연속 1%대를 기록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률은 올해 1월(2.2%)에 이어 2개월 연속 2%대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가뜩이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품류 등 물가가 치솟은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령 소동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폭탄에 원달러 환율이 급등해 특히 수입 물가를 중심으로 물가 상승 압박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있다“라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은 이달 6일 현재 ’1달러당 1446.50원‘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물가 상승 압박에는 석유 등 에너지 가격 영향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류 물가는 지난 2월 6.3% 올라 높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석유류는 지난 1월(7.3%)과 비교하면 상승폭이 다소 주춤한 모습이지만 전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된 역할을 하고 있다.
석유류 물가는 휘발유(7.3%), 경유(5.3%) 등이 큰 폭의 오름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에너지 물가가 치솟은 데에는 원달러 환율 급등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이두원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 자체는 지난해와 비교해 큰 차이는 없다”며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비싼 가격에 석유를 수입한 데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석유 수입가 인상으로 공업 제품 물가도 지난해 2월과 비교해 2.0% 올랐다.
◇고(高)환율에 ’트럼프노믹스‘ 겹쳐 향후 경기침체속 물가 오름세 이어질 듯
물가가 고공행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원달러 환율 상승에 따른 고(高)환율과 이른바 ’트럼프노믹스(트럼프의 경제정책)‘이 맞물려 스태그플레이션 기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보여주듯 한국은행이 지난달 내놓은 ’환율의 장단기 물가 전가효과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관세 전쟁으로 고환율 기조가 이어져 물가 상승은 더 커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쏘아올린 관세 전쟁으로 미국은 물론 다른 나라도 스태그플레이션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관세폭탄이 계속되면 물가가 가파르게 올라 세계 대다수 국가의 고용룰과 임금상승률이 둔화해 결국 가계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이에 따라 경기침체에 물가만 오르는 현실을 벗어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이는 스태그플레이션 영향으로 ‘실질소득 감소 → 소비 위축 → 경기침체 심화’라는 악순환이 거듭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경제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아직은 트럼프의 관세 정책에 따른 피해가 구체화되지 않고 있지만 하반기에는 관세 폭풍에 따른 물가 상승 압박이 더욱 커질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국내 기업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경기침체와 고환율로 기업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기 때문이다. 특히 중소기업과 부채 부담이 높은 기업들이 자칫 도산할 가능성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