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은 AI·바이오 등 4대 미래산업 육성을 본격화하며 대형 M&A와 바이오 사업 재편 등 공격적 사업 재정비에 나섰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기업 인수합병(M&A)과 바이오 사업 재편 등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조(兆) 기업 M&A는 9년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이 회장이 삼성전자 기업 경쟁력 강화에 승부수를 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독일 기업 인수해 9년 만에 대형 M&A 단행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14일 독일 업체 플랙트를 15억 유로(약 2조3322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플랙트는 유럽 최대 규모 공조기기 회사다.
업계 관계자는 "조(兆) 단위 M&A는 2016년 미국 오디오·전장(자동차 전자장비) 기업 하만(Harman)을 인수한 이후 9년 만에 처음"이라며 "이를 통해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우위를 점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번 M&A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AI(인공지능)산업에서 삼성전자가 최강자로 나설 수 있는 기반을 다지게 됐다"라며 "올해로 창사 107년을 맞는 플랙트는 AI산업 토대인 데이터센터와 대형 상업시설의 온도와 습도 등 공기를 조절하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AI 데이터센터는 고속도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특성을 고려할 때 뜨거운 열기를 내뿜는 구조를 갖추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AI 공조 시장은 연평균 18% 이상 급성장하고 있어 삼성전자는 플랙트 인수로 관련 시장을 공략하는 기회를 잡았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플랙트가 미국 등 세계적인 빅테크(IT(정보기술)업체)를 비롯해 헬스케어, 제약사, 플랜트 업체 등 수십 곳에 이르는 고객사를 두고 연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점도 삼성전자의 수익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오 사업 강화해 차세대 먹거리로 삼아
삼성전자는 독일 플랙트 인수에 이어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을 단행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오는 10월1일부로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 부문을 유지하는 기존 법인과 바이오시밀러(복제약)를 중심으로 한 자회사 관리·신규투자를 전담할 분할신설회사로 분리한다.
이에 따라 신설 법인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포함한 자회사 관리와 바이오시밀러 사업의 육성과 신규 바이오 투자를 전담한다. 또한 신설법인은 한국거래소 상장 심사를 거쳐 유가증권시장에 재상장한다. 특히 존속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상장 지위를 유지한다.
분할 비율은 삼성에피스홀딩스 34.96%, 삼성바이오로직스 65.04%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재무상태표 기준으로 분할 신설회사의 순자산 가치는 약 3조3600억원에 이른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CDMO 회사로 남아 글로벌 톱티어 CDMO를 목표로 한 성장전략을 이어갈 것"이라며 "삼성에피스홀딩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세계 1위 바이오시밀러 기업으로 키우기 위해 20종이 넘는 바이오시밀러 제품군을 확보한다는 전략을 마련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재용 회장 '4대 미래 성장'산업 본궤도
관련업계는 최근 삼성전자에서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업 재편에 대해 이 회장이 외쳐온 '4대 미래 성장 산업'에 본궤도에 오르는 수순을 밟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 회장은 지난 2018년 4대 미래 성장 산업으로 AI를 비롯해 5G(5세대 이동통신), 바이오, 전장 등을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 사업 방향에 따라 삼성전자 주요 계열사는 올해 들어 공격경영을 펼치고 있다"라며 "플랙트 인수에 이어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적분할도 결국 바이오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2018년 4대 미래 성장 산업을 선언하고 관련 업종 육성을 추진했지만 그동안 이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 족쇄에 묶여 이렇다 할 사업 행보를 보이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올해 2월 경영권 부당 승계 의혹 항소심에서 이 회장이 무죄를 선고받아 미래 먹거리 육성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라며 "이에 따라 플랙트외에 미국 오디오 기업 마시모의 오디오 사업부문을 3억5000만달러(약 4788억원)에 인수하는 등 공격경영이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고 풀이했다.
이와 함께 이 회장이 최근 외쳐온 '사즉생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2기 행정부의 관세전쟁 등 보호무역주의가 본격화한 가운데 중국이 최첨단 분야에서도 맹위를 떨치는 등 글로벌 경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기존 사업에서 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초격차를 이루고 4대 미래 사업에 경쟁력을 확보해 지속적인 성장을 일궈내겠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