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업체의 7월 미국 전기차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97% 이상 급감한 것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 △미국 전기차 보조금 축소 △현대차·기아의 현지 생산 확대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향후에도 미국 시장 부진으로 유럽 등 해외 시장 다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사진 = 현대자동차]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지난 7월 미국 내 전기차 수출이 100% 가까이 줄어들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24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가 관세청 수출입 통계를 인용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 신차 대수는 16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6209대)과 비교해 97.4% 급감했다.
특히 이는 전기차 수출이 본격화했던 2021년 이후 월간 기준 가장 적은 수치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월간 전기차 대미 수출은 80%대 감소율을 보였지만 90%를 넘어 100%에 육박한 감소율을 보인 것은 지난달이 처음"이라며 "전기차 대미 수출은 지난해 3월 1만3280대를 기록했지만 1년 새 이의 1.2% 수준으로 급감했다"라고 풀이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관세전쟁과 맥을 같이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을 상대로 상호관세를 15% 부과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양대 수출품인 자동차는 한미 협상을 통해 현행 25%에서 15%로 품목별 관세를 낮추기로 했다.
다만 자동차 관세 인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행정명령을 발표해야 한다. 이에 따라 관세가 당분간 현행 25%가 계속 부과된다.
◇ 미국 생산 증가와 전기차 보조금 감소 영향 커
한국의 대미 전기차 수출은 올해 들어 주춤한 점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올해 1∼7월 한국이 미국에 수출한 전기차는 8443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 (7만2579대)보다 88.4% 줄었기 때문이다.
1∼7월 전기차 대미 누적 수출량은 2023년 6만5981대, 지난해 7만2579대를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증가세가 주춤하고 있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구매 보조 제도 축소에 미국 내 판매가줄어들고 있고 전기차 수출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대차(제네시스 포함)와 기아가 미국 정부의 관세전쟁에 대응해 미국 현지 생산 규모를 늘린 점이 수출 급감의 주된 이유"라고 분석했다.
향후 대미 전기차 수출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는 최근 보고서에서 현대차그룹의 미국 시장 전기차 판매량이 연간 최대 4만5828대(매출 19억5508만달러·약 2조7200억원) 감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기 때문이다.
◇ 전기차 판매 부진에 국내 생산라인 차질 빚어
전기차 판매 부진에 따른 국내 자동차 생산도 차질을 빚고 있다.
현대차는 이달 14∼20일 전용 전기차를 생산하는 울산 1공장 12라인(아이오닉5·코나EV 생산) 가동을 멈췄다. 울산 1공장 12라인 휴업은 올해 들어 6번째다.
반면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구축한 전기차 생산기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물량의 미국 내 판매 비중은 100%에 육박한다.
HMGMA는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9 등을 생산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그동안 펼쳐온 7500달러의 전기차 세액공제도 오는 9월 끝날 예정"이라며 "미국 전기차 시장 여건이 과거와 달리 크게 악화되면서 국내 전기차 생산역량을 계속 유지하려면 미국은 물론 유럽 등 미국 외 시장으로 수출을 늘리는 시장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그는 "지난 7월 한국의 유럽 수출이 늘어났고 특히 전기차 전체 수출이 2023년과 비교해 12.3% 늘어난 것은 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주목해야 할 대목"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미국의 관세 정책과 전기차 보조금 종료로 향후 미국내 전기차 수출이 쉽지 않을 것"이라며 "탄소중립(이산화탄소 배출량 제로)을 적극 추진하는 유럽 등 미국외 시장에서 사업 보폭을 넓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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