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메모리 업계 최초로 ‘High NA EUV’ 장비를 생산라인에 도입하며 차세대 D램과 HBM 경쟁력 강화를 선언했다. [사진 = SK하이닉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SK하이닉스가 메모리 업계 최초로 차세대 노광 장비인 ‘High NA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를 생산용으로 도입했다.

초미세 공정과 고집적화가 필수적인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 리더십을 한층 강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 High NA EUV, 이천 M16 팹에 첫 반입

3일 SK하이닉스는 이천 M16 반도체 공장에 네덜란드 ASML의 ‘트윈스캔 EXE:5200B’ 장비를 반입하고 기념 행사를 열었다.

High NA EUV는 기존 장비보다 해상도가 1.7배, 집적도는 2.9배 높아 웨이퍼당 칩 생산량과 성능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메모리 양산 경쟁에서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치열한 글로벌 경쟁 속에서 고객이 요구하는 첨단 제품을 신속히 개발하고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글로벌 공급망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ASML코리아 김병찬 사장도 “High NA EUV는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여는 핵심 기술”이라며 “SK하이닉스와 협력해 차세대 메모리 혁신을 앞당기겠다”고 말했다.

[사진 = Applied Materials]


D램에 뿌리 두고 HBM까지…EUV의 확장

이번에 도입한 High NA EUV는 주로 차세대 D램 제조 공정에 활용된다. SK하이닉스는 이미 2021년부터 10나노급 4세대 D램 생산에 EUV를 적용해 왔다.

D램은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작업 메모리로, 미세 공정이 정교해질수록 속도와 전력 효율이 향상된다. 최근 AI 열풍으로 각광받는 HBM(고대역폭 메모리) 역시 D램을 기반으로 한다. 여러 장의 D램 칩을 수직으로 쌓아 TSV(실리콘 관통 전극)로 연결해 데이터 전송 속도를 극대화하는 구조다.

따라서 HBM 생산에도 최신 D램 공정 기술이 그대로 적용되며, EUV는 HBM 성능을 뒷받침하는 핵심 공정으로 자리 잡고 있다.

◇ AI·차세대 컴퓨팅 수요 대응, HBM 경쟁력까지 잇는다

업계는 이번 장비 반입을 단순한 설비 투자 이상의 전략적 행보로 해석한다. High NA EUV는 기존 장비보다 훨씬 정교한 초미세 공정을 구현할 수 있어, AI와 차세대 컴퓨팅 시대에 요구되는 메모리 성능을 크게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HBM은 본질적으로 D램 기술력에 뿌리를 두고 있어, D램 제조 경쟁력이 곧 HBM 경쟁력으로 이어진다. SK하이닉스가 High NA EUV를 선제적으로 도입한 것은 HBM 시장에서도 초격차 기술 우위를 강화하겠다는 선언으로 읽힌다.

차선용 SK하이닉스 CTO는 “이번 장비 도입으로 급성장하는 AI 메모리 시장을 가장 앞선 기술로 선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