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10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하며 脫중국 전략광물 공급망과 신사업 다각화를 통해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국내 대표적인 비철금속 제련업체 고려아연이 102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해 눈길을 모은다. 이는 약 25.5년동안 흑자경영을 이어왔다는 얘기다.

특히 고려아연은 최근 영풍과의 적대적 M&A(기업인수합병) 싸움을 벌이고 있는 등 경영위기를 겪고 있는 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업황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이와 같은 성과를 거둬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고려아연 등 8개 기업 102분기 연속 흑자 일궈내

이와 같은 내용은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가 4일 국내 500대 기업 중 개별 재무제표 기준 분기보고서를 제출한 361곳을 대상으로 분기별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조사한 자료에 따른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고려아연은 금융감독원에 분기보고서를 제출하기 시작한 2000년 1분기부터 올해 2분기까지 102분기 연속 흑자를 일궈냈다.

특히 고려아연은 102분기 동안 12.9%의 평균 영업이익률을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은 철강 및 비철금속 관련 업종 기업 가운데 100분기 이상 연속 흑자를 기록한 유일한 기업”이라며 “ 동종 업계에서 고려제강(98분기), 풍산(65분기), 세아제강(27분기) 정도가 연속 흑자를 유지하고 있지만 고려아연을 추월하지는 못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고려아연이 안정적인 실적을 갖추게 된 데는 아연과 연, 구리 등 기초금속 분야 역량을 꾸준히 키워왔고 귀금속과 전략광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탄탄하게 구축한 데 따른 것”이라고 풀이했다.

고려아연은 ‘아연-연-동의 통합 공정’을 비롯해 아연 잔재처리 공법 등 자체기술을 개발해 다양한 종류의 비철금속을 생산하고 있다.

◇ ‘脫중국 전략광물 공급망’ 핵심축으로 우뚝

이와 함께 고려아연은 최근 탈(脫)중국 전략광물 공급망의 핵심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업체는 지난 6월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미국에 수출하기 시작한 데 이어 지난 8월에는 세계 최대 방산 기업인 미국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와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안티모니와 게르마늄은 현재 중국은 물론 미국 등 세계 주요 국가에서 관리하는 대표적인 전략 광물이다.

업계 관계자는 “안티모니는 반도체 제조업과 항공우주 분야 솔더 합금, 군사 전자 장비 등에 쓰이는 전략광물”이라며 “미국은 그동안 안티모니 수입 물량의 60%를 중국에서 들여왔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게르마늄은 방산, 우주, 반도체 등 첨단산업 분야에 있어 필수적인 핵심소재로 중국은 2023년 갈륨과 함께 수출 규제 1호 품목으로 게르마늄을 지정했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미국과 중국이 관세전쟁에서 한 치 양보를 보이지 않는 등 치열한 패권경쟁을 펼치면서 미국은 안티모니 세계 최대 매장국가인 중국의 수출을 통제하는 등 탈 중국 공급망 구축에 나서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간의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안티모니와 게르마늄을 모두 공급할 수 있는 고려아연이 최근 관련 업계의 유력주자로 우뚝섰다”라고 평가했다.

◇ ‘트로이카 드라이브’ 외치며 사업 다각화 펼쳐

고려아연이 기초금속 분야의 강자로 등장하게 된 것은 이른바 ‘신사업 트로이카 드라이브’ 영향도 크다.

트로이카는 신재생에너지를 비롯해 2차전지, 자원순환 사업을 꼽는다.

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통해 제련 사업을 니켈까지 확장하고 있다”라며 “이에 따라 2차전지에 들어가는 니켈을 만들 수 있는 이른바 ‘올인원 니켈 제련소’를 구축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라고 풀이했다.

고려아연의 도전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친환경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대폭 강화해 대표적인 ‘그린(Green) 컴퍼니’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도 밝히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해 10월 고려아연 호주 자회사 아크에너지는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 1차 부분 가동을 시작해 첫 전력을 생산했다. 이에 힘입어 이 업체는 올해는 전체 162개 터빈을 모두 가동한다는 계획에 세웠다.

업계 관계자는 “풍력발전소 가동을 위해 수소 생산·충전 시설 '선HQ(SunHQ)'를 통해 연간 140톤의 그린수소를 생산해 친환경 수소 모빌리티(이동수단)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밖에 고려아연은 2차전지 소재 사업에도 속도를 내 2027년까지 100% 리사이클 원료 기반의 동박 생산 능력을 연간 6만 톤으로 늘릴 계획이다.

한편 이번 CEO스코어가 발표한 102분기 연속 흑자를 일궈낸 8개 기업에는 고려아연을 비롯해 KT&G, SK텔레콤, 한섬, 에스원, CJ ENM, 신세계, 현대모비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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