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입법조사처는 한국이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GPU 확보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제도 개선·수요 확대·인프라 강화·국제협력을 아우르는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사진 = 서울시]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국회입법조사처가 한국의 인공지능(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서는 GPU 확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제도·시장·윤리·국제협력을 아우르는 종합 전략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입법조사처는 8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국이 미국·중국에 이어 세계 3대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자원·인프라 공급과 시장 환경 조성이 병행되는 ‘양손잡이 전략’이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이른바 ‘양손잡이 전략’은 불확실성이 큰 미래 환경에서 기존에 검증된 자원의 활용과 새로운 분야에 대한 탐색을 균형 있게 추진하는 접근 방식을 뜻한다.

◇ AI 컨트롤타워 구축과 핵심 자원 확보 전략

정부는 AI 3대 강국 목표 달성을 위해 다각도의 정책을 추진 중이다.

대통령실에 AI 미래기획수석을 신설하고, 독자적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과 100조 원 규모 국민성장펀드 조성, GPU 공동 활용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AI 미래기획수석에는 네이버클라우드 출신 하정우 박사가 임명돼 정책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았으며, K-AI라는 이름의 민관 합동 정예팀이 한국형 AI 모델 개발에 착수했다.

정부는 또 GPU 3만5000대 확보와 AI 인재 1만1000명 양성 목표도 제시한 바 있다.

그러나 국회입법조사처는 이 정도 규모만으로는 선진국과의 격차를 좁히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의 오픈AI는 지난해 기준 H100 GPU 72만 장을 가동 중이며, 미국 정부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통해 5000억 달러(약 630조 원)의 민간 투자까지 유치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 GPU 확보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자원과 인프라 확충에 더해 제도·시장 환경 조성을 아우르는 다각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규제 개선이 최우선 과제

입법조사처는 향후 과제로 ‘사업화 보장’을 가장 먼저 꼽았다.

현행 규제샌드박스 제도는 기업이 직접 규제 예외 필요성을 입증해야 하는 구조여서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AI가 엑스레이 이미지를 분석해 진단을 보조하더라도 의료법에 가로막혀 복잡한 특례 승인을 받아야 한다.

보고서는 정부가 규제 필요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기본적으로 허용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아울러 미국 실리콘밸리, 중국 중관촌처럼 GPU·데이터·인재가 집적된 AI 클러스터를 조성해 혁신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지자체가 기업 유치를 위해 자발적으로 AI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기도는 판교·성남 일대를 중심으로 ‘AI 혁신클러스터’를 추진하고 있으며, 하남 교산 신도시에는 AI 대학원과 연구시설, 데이터센터를 포함한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내놓은 바 있다.

◇ 공공부문이 선도하고 지원해야

입법조사처는 수요 확대를 또 하나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보고서는 “정부와 공공기관이 신뢰할 수 있는 AI 적용 사례를 선도적으로 보여줘야 민간이 안심하고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며 공공부문이 사실상 ‘테스트베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 사례로는 서울시의 AI 민원 챗봇과 국세청의 AI 세무 상담 서비스가 있다.

서울시는 단순 민원을 24시간 자동 처리해 응답 시간을 줄였고, 국세청은 상담 대기 시간을 단축하며 업무 효율을 높였다.

의료 분야에서는 국립암센터가 AI 영상 판독을 도입해 의사의 부담과 환자 대기 시간을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입법조사처는 이처럼 공공이 먼저 실질적 성과를 보여줄 때 민간도 AI 전환(AX)의 확실한 효익을 체감하며 도입을 확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민간 기업의 초기 비용 부담을 덜어주는 세액공제·비용 지원 등 재정적 인센티브와 업종별 특화 지원을 통해 제조업 품질검사, 금융업 리스크 관리 등 현장 난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 AI 생태계 기반과 국제협력 강화

보고서는 기반 확충 방안으로 데이터센터와 전력 인프라 강화, 개인정보 보호 및 알고리즘 편향성·안전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 마련을 제시했다.

특히 국제협력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아세안과 중앙아시아 국가들과 전략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데이터·인재 교류, 공동 프로젝트 추진 등을 통한 AI 생태계 확장을 주문했다.

입법조사처는 “AI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GPU와 예산 같은 자원 확보에 그쳐서는 안 된다”며 “사업화 보장, 수요 확대, 기반 강화, 국제협력 확대를 아우르는 균형적이고 종합적인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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