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민 당국이 현대차-LG 합작공장 근로자 475명을 대규모 체포해 한미 경제동맹과 미국 제조업 부활 전략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사진 = RAWPIXEL]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미국 이민 당국이 약 500명에 이르는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 합장공장 근로자를 긴급 체포해 한미 경제동맹에 균열이 생기는 등 양국 관계가 시험대에 올랐다.
이에 따라 총 3500억달러(약 486조원)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를 구체화하는 관세 후속 협상은 물론 한국 대기업의 대미 투자에도 악영할 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 美 WP “한국기업 미국 투자에 먹구름”...WSJ “체포 이전 한국 정부에 통보 없어”
미 이민 당국은 4일(현지시간) 조지아주(州)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단속을 벌여 475명을 체포했다.
이 가운데 한국인이 300명을 넘는 것으로 파악됐으며 한국 정부는 구금된 이들의 건강 상태 등을 확인하기 위한 영사 면담을 시작했다.
미국 당국의 이번 조치에 대한 미국 언론계 반응은 싸늘하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6일 “지난 4일 있었던 근로자 475명의 체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에서 이뤄진 가장 큰 규모의 현장 단속 작전"이라며 한미가 관세 및 투자를 놓고 수개월간 껄끄러운 협상을 한 이후 이번 단속이 이뤄졌다고 조명했다.
WP는 또한 "한미 양자 관계는 현재 진행 중인 관세 협상으로 민감한 국면에 놓여 있다"라며 "현대·LG와 같은 한국 주요 대기업이 이런 투자 추진에 큰 역할을 할 예정이지만 이번 이민 단속은 한국 기업과 정부 당국자에게 미국 내 사업 운영과 투자 전망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고 풀이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미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아시아에서 가장 긴밀한 안보 동맹 중 하나지만 한미 양국 관세 협상 과정에 긴장감이 조성됐다“라며 ”이번 체포 작전에 한국인 300명이 포함된 점도 한국내 자칫 반미 감정을 부추길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이 한국인 체포에 따른 사전 통보를 한국에 미리 알리지 않은 점도 논란의 대상이다.
미국 경제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체포는 한국 정부 당국자와 현대차를 당황하게 했다"라며 한국 정부가 가까운 동맹이지만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사전 통보를 받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WSJ는 또 현대차가 지난 3일 '미국 내 월간 판매량이 8월에 사상 최고치를 달성했다'라고 호실적을 발표할 당시에 미 당국이 이미 수색영장을 확보했다고 전해 논란을 부추겼다.
◇ 美 제조업 부활 외치면서 기술 인력 추방해 한미 관계-미국 경제성장 위협
일각에서는 미국 이민 당국이 이번 조치가 자칫 미국 제조업 부활에 차질을 빚는 ‘악수(惡手)’가 될 수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외치며 제조업 부활에 나섰지만 제조업 기술 인력을 추방하는 황당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민 당국이 할 일을 한 것“이라는 중립적인 발언을 한 점도 미국이 한국과의 제조업 부활에 적극 나설 의지가 있는지를 의심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강력한 비자 관련 규제가 불러온 자승자박“이라며 ”미국이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지만 비자를 충분하게 발급하지 않아 미국 현지에서 숙련 노동자를 바로 고용할 수 없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 풀이했다.
미국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 전문직 취업비자(H-1B) 발급을 제한하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많은 한국 기업이 단기 상용비자(B-1)나 비자면제프로그램(ESTA)으로 미국에 기술 인력을 파견하는 실정이다.
이와 같은 정책에 미국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이번 체포는 트럼프 대통령 정책 목표 사이에 내재된 문제점이 드러난 사례”라고 분석했다.
악시오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민 단속은 미국에 부족한 노하우를 가진 고숙련 기술자를 소멸시키고 있고 모든 노동자가 체포된다면 공장을 지을 수 없다”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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