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이 전승절 열병식을 통해 다극체제 구상을 천명하며, 러시아·북한이 중국 의존 속에 각각 에너지·핵무장 전략으로 생존을 모색하는 가운데 한국은 동맹 강화와 균형 외교로 안보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다극체제 구상을 다시 한 번 천명했다.

지난 3일 베이징 창안가(천안문광장)에서 열린 전승절 열병식을 계기로,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란히 참관한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반(反)미 진영의 중심이라는 메시지를 전 세계에 전했다.

최근 제기된 권력 불안설을 일축하고 군부 장악력을 과시하며, 시진핑 리더십에 대한 의문도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다.

이번 열병식에서는 △미국 항모 전단을 겨냥한 극초음속·대함 미사일 △미 본토 타격이 가능한 ICBM(대륙간 탄도미사일) △드론·로봇 등 무인무기 체계가 공개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독자적으로 첨단 현대전을 수행할 역량을 과시했다”며 미국뿐 아니라 러시아·동남아까지 겨냥한 전략적 시위라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또 “중국은 미국 질서에 맞서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할 수 있지만, 러시아와 북한은 독자적 대안 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특히 러시아는 국제 규칙을 깨뜨리며 혼란을 일으켜 단기적 이익을 얻는 경우가 많지만, 새로운 질서나 체제를 주도할 역량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북한 역시 제재와 고립 속에서 자립적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한 상황이다.

결국 두 나라는 중국의 외교적·경제적 플랫폼에 기대며 생존 전략을 모색하고 있으며, 이번 열병식 역시 이러한 구조적 의존 관계를 드러낸 상징적 장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러시아: 에너지·물자 의존 심화, 극동서 중국 영향력 확대

특히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서방 제재 속에서 전쟁을 지속하기 위해 중국에 기댈 수밖에 없는 처지다.

러시아는 에너지 수출과 물자 공급에서 중국을 ‘필수 고객’으로 삼고 있으며, 최근 ‘시베리아의 힘 2’ 가스관 연결 합의를 본격 추진하고 있다.

이는 러시아 극동과 중국 동북부를 잇는 핵심 프로젝트로, 과거 가격 협상에서 중국이 주도권을 쥐며 지연됐으나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현실화 가능성이 커졌다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푸틴이 중국의 위상에 기대며 사실상 눈물겨운 세일즈를 벌이고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이는 러시아의 중국 종속을 심화시키는 양날의 선택이라고 경고했다.

서방 학계에서는 푸틴을 두고 “러시아를 중국에 기생하지 않을 수 없는 2류 국가로 전락시켰다”는 냉혹한 평가도 나온다.

이와 함께 과거 청나라 영토였던 러시아 극동 지역에는 최근 중국 자본과 인력이 대거 유입돼 경제적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되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러한 흐름이 장기적으로 영토적·경제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러시아는 중국과 협력하는 동시에 북한 노동자를 활용해 극동 개발을 병행하려는 구상을 내비쳤으며, 북러 정상회담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의가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해석이 나온다.

◇ 북한: 핵무장 내세워 ‘강대국 구도’ 편승 전략

북한은 이번 열병식을 계기로 “중국·러시아가 핵 보유국이듯 우리도 같은 반열에 올랐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김정은 위원장은 비핵화 대신 ‘핵군축 협상’을 언급하며 미국과의 대화에서도 ‘강대국 대 강대국’ 구도를 의도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반도를 넘어 국제 질서 속 파워 에이전트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 결정도 같은 맥락이다.

김 위원장은 파병을 통해 혈맹 이미지를 부각했고, 전후 재건 과정에 북한 노동자를 투입해 대가를 확보하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결국 북한은 단기적으로 러시아에서 보상을 챙기면서도, 장기적으로는 민생 개선을 위해 중국 지원이 필수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중·러 사이를 오가며 실리를 챙기는 줄타기 외교”라고 진단했다.

◇ 한국: 동맹 강화와 균형 외교로 안보 공백 메워야

전문가들은 이번 열병식이 한반도 외교 지형에도 중대한 파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국의 동북아 영향력이 줄어들 경우 그 공백은 중국이 메우게 되고, 이는 곧바로 한국 안보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또한 북한을 단순히 ‘지원 의존국’으로 전제한 과거 접근법은 이미 효력을 잃었다.

북한은 중국·러시아와 협력하며 국제 무대에서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행위자가 됐다.

이에 전문가들은 “한국은 한미동맹을 중심축으로 삼되, 중국·러시아와의 관계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해야 한다”며 “양손에 떡을 쥔 듯한 모호한 태도는 피하고, 선린 외교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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