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SK텔레콤 본사 SKT타워 전경. [사진 = SK텔레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SK텔레콤이 글로벌 통신사와 비교해 현저히 낮은 밸류에이션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투자 분석 매체 시킹알파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보안 사고로 인한 단기 충격에도 불구하고 SK텔레콤은 확고한 경쟁력과 공격적인 인공지능(AI) 전략을 바탕으로 장기 성장 잠재력이 충분하다”며 ‘강력 매수(Strong Buy)’ 의견을 제시했다.

시킹알파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12개월 기준 EV/EBITDA(기업가치를 상각 전 영업이익으로 나눈 비율) 약 4배, 주가수익비율(PER·주가를 주당순이익으로 나눈 비율) 10배 미만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통신사 평균 대비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자료에 따르면 통신 서비스 업종의 평균 EV/EBITDA는 약 6.5배 전후이며, 일부 인프라·타워 기업은 8배에서 12배에 달한다. 미국 주요 통신사 역시 AT&T는 약 8배, 버라이즌은 7~8배, T모바일은 이보다 높은 수준에 거래되고 있다.

PER 역시 SK텔레콤은 10배 미만으로, 글로벌 업종 평균 17~19배, T모바일 22배, 버라이즌 15배와 비교해도 현저히 낮다.

SK텔레콤의 재무구조와 영업이익 창출력에 비해 기업가치와 주가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지난 4월 발생한 대규모 보안 사고의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당시 5G 가입자는 1720만 명에서 1700만 명으로 소폭 줄었으나 여전히 지난해 말보다 많은 수준을 유지했다. 초고속인터넷과 IPTV 가입자 감소 폭도 크지 않았다. SK텔레콤은 전 가입자 대상 USIM 교체, 해지수수료 면제, 요금 할인 및 데이터 제공 등 고객 신뢰 회복 조치를 시행했고, 향후 5년간 7000억 원을 투입해 차세대 보안 솔루션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단기적으로 수익성에는 부담이 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옳은 대응이라는 평가다.

시킹알파는 무엇보다 AI 사업 가치가 주가에 거의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SK텔레콤은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아마존웹서비스(AWS)와 울산에 국내 최대 규모의 AI 데이터센터를 건립 중이며, B2B AI 서비스도 확장하고 있다. 또한 챗GPT 경쟁사인 앤트로픽에 1억 달러(약 1350억 원), 검색엔진 퍼플렉시티 AI에 1000만 달러(약 135억 원)를 투자하는 등 글로벌 스타트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보고서는 “이들 지분 가치는 현재 30억 달러(약 4조 원) 이상으로 추산돼 SK텔레콤 시가총액(약 83억 달러, 약 112조 원) 대비 의미 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주주환원 정책도 투자 매력으로 꼽혔다.

SK텔레콤은 연간 연결 기준 조정 순이익의 절반 이상을 배당으로 환원하는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2분기에도 전분기와 동일한 주당 831원을 배당했으며, 보안 사고로 이익이 줄었음에도 배당 축소는 가급적 피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주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과거 10년 평균보다 약 1%포인트 높아 장기 투자자에게 매력적이라는 분석이다.

시킹알파는 “SK텔레콤은 낮은 레버리지와 견조한 재무구조를 바탕으로 단기 충격에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갖추고 있다”며 “통신 본업만으로도 저렴한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AI 투자 옵션 가치까지 고려하면 현 주가는 극단적으로 저평가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인구 정체와 감소라는 구조적 도전 요인이 있으나, 신규 서비스와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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