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3500선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그래프. 9월 수출 호조와 무역 흑자 확대가 투자심리를 끌어올렸다. [사진 = 구글]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사과는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이번에도 통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전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9월 수출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는 미국 관세 압박에도 한국의 양대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 수출이 호조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올해 9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7% 늘어나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특히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액은 역대 최대 기록을 다시 쓰며 우리나라 전체 수출 실적을 끌어올렸다.
이와 함께 미국 관세 영향이 큰 자동차 역시 유럽 등 다른 지역 판매 증가에 힘을 얻는 등 수출 다변화를 통해 해법을 찾았다.
업계 관계자는 “사과를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은 투자나 자산 관리에만 국한하지 않는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으름장을 피하려면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수출 활로를 찾아 손실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 9월 수출액, 659억5000만달러..3년 6개월만에 사상 최대 갈아치워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는 1일 이와 같은 내용을 담은 9월 수출입 동향을 발표했다.
산업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9월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7% 증가한 659억5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역대 최대치이며 특히 2022년 3월(638억달러) 이후 3년 6개월만에 사상 최대 기록을 경신했다.
업계 관계자는 “9월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데에는 지난해 9월이던 추석 연휴가 올해는 10월로 넘어가 9월 조업일이 4일 늘어난 영향도 있다”라며 “그러나 조업일 증가 요인을 배제해도 9월 하루 평균 수출액은 27억5000만달러로 역대 9월 중 2위”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한국의 수출 전선이 아직은 탄탄하다”라며 “이를 보여주듯 월간 수출은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라고 덧붙였다.
수출 품목별로 살펴보면 반도체는 올해 9월 수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2.0% 증가한 166억1000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특히 AI(인공지능) 서버를 중심으로 HBM고(高)대역폭메모리), 차세대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가치 메모리 제품 수요가 컸고 이에 따라 메모리 고정가격도 양호한 흐름을 이어갔다.
자동차 수출액도 순수전기차(EV)·하이브리드차 등 친환경차와 내연기관차 9월 수출이 모두 증가해 64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6.8% 늘어나 4개월 연속 증가 흐름을 이어갔다. 이에 따라 9월 자동차 수출액은 역대 9월 가운데 최대 실적이다.
이밖에 △일반기계(10.3%) △석유제품(3.7%) △선박(21.9%) △차 부품(6.0%) △디스플레이(0.9%) △바이오헬스(35.8%) △섬유(7.1%) △가전(12.3%) 등 다른 주력 품목 수출도 함께 늘어났다.
◇ 중국·아세안·EU·중남미·중동·인도·CIS 등 주요 지역 수출 맹위
이와 함께 한국의 수출 무대도 크게 늘어나는 모습이다.
9대 주요 지역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관세 영향을 직접 받는 미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독립국가연합(CIS)(54.3%)을 비롯해 중남미(34.0%), EU(유럽연합) (19.3%), 아세안(17.8%), 중동(17.5%), 인도(17.5%), 일본(3.2%) 등 주요 지역 수출이 일제히 늘어났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의 2대 수출시장인 중국 수출은 지난해보다 0.5% 증가한 116억8000만달러”라며 “이에 비해 9월 대미 수출은 작년보다 1.4% 감소한 102억7000달러에 머물렀다”라고 풀이했다.
이에 따라 한국의 9월 무역수지는 95억6000만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 안심하기는 일러...美 관세 효과 영향 아직 본격화되지 않아
이처럼 한국이 지난 9월 거의 100억달러에 이르는 무역 흑자를 기록했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한국 반도체 수출 증가가 미국 관세 부과 이전에 이른바 ‘밀어내기식 수출’에 따른 결과가 아니냐는 추즉도 나오고 있다”라며 “또한 지난해와 달리 올해 추석은 10월에 시작해 올해 9월 조업일수가 늘어나 9월 수출을 늘렸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이는 약 10일간 이어지는 10월 추석 여파로 올해 10월 수출 실적이 줄어들 수 있다는 논리다.
그는 또 “미국이 관세정책을 발표했지만 이에 따른 영향이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다”라며 “관세 태풍이 대다수 품목에 타격을 주면 대미 수출은 더욱 감소세를 보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올해 9월 수출 성적표가 던져주는 좋은 조짐은 결국 수출 다변화”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앞으로 또 어떻게 바뀔지 도 모른다는 점에서 한국으로서는 결국 수출 무대를 미국에만 국한하지 않고 전 세계에 더 많이 판매할 수밖에 없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미국은 한국의 제2 수출국으로 대미 수출규모가 약 8959억달러에 이르는 핵심 시장”이라며 “결국 시장 다변화와 대미 관세 협상 등을 모두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한국 국익을 최대한 지키는 정교한 협상을 펼쳐 돌파구를 마련하고 한국산 제품이 세계 어느 곳에서도 인기를 얻어 팔릴 수 있는 제품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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