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투자기업 절반 "한국 노동시장 유연성 부족"
노사 대립 문제 해결 시 투자 13.9% 증가 가능성
미·독·일과 비교해 노동규제 높아, 노사관계 대립적
이코노미 트리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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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21 18:56 | 최종 수정 2024.07.21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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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 트리뷴=김용현 기자] 한국에 투자한 외국 투자기업의 과반수는 한국의 노동시장을 경직적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인협회(이하 한경협)는 지난 4월 2일부터 12일까지 여론조사 전문기관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종업원 100인 이상 제조업 주한외국인투자기업(이하 외투기업) 538개사 중 1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 노동시장 인식조사’ 결과를 21일 발표했다. 응답 기업의 53.0%가 한국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고 답했으며, '유연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9.0%에 불과했다. 나머지 38.0%는 '보통'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의 노동규제 수준에 대해 47.0%의 기업이 '높다'고 답했으며, '낮다'고 응답한 비율은 13.0%에 그쳤다. '비슷하다'고 응답한 기업은 40.0%였다.
한국의 노사관계에 대한 평가에서도 부정적인 인식이 많았다. 응답 기업의 63.0%는 한국의 노사관계를 '대립적'이라고 평가했으며, '협력적'이라고 답한 기업은 4.0%에 불과했다. '보통'이라는 응답은 33.0%였다. 특히 한국의 노사협력 수준을 100으로 가정했을 때, 독일은 124.8, 미국은 121.4, 일본은 116.2, 중국은 89.7로 평가하여, 주요 제조업 경쟁국 중 중국을 제외한 3개국 모두 한국보다 우위에 있다고 설명했다.
응답 기업의 68.0%는 중장기 사업계획 수립 시 한국의 노사관계와 노동 규제를 중요한 고려사항으로 보고 있으며, 한국의 노동시장이 G5 수준(△미국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으로 개선될 경우, 외투기업들은 투자 규모를 평균 13.9%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이는 2023년 기준으로 약 27.1억 달러의 추가 외국인 투자가 유입될 수 있다는 의미다.
한경협은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대립적인 노사관계가 외국 투자기업의 경영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며, 투자계획 수립 시 다른 주요 국가들과 비교해 중요한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투기업들이 경영활동에서 겪는 주요 애로사항으로는 '해고 및 배치전환 등의 고용조정 어려움'(42.0%)이 가장 많이 꼽혔으며, 노조 활동 관행 중 개선이 시급한 사항으로는 '대화와 타협을 거부하는 투쟁적 활동'(37.0%)이 가장 많이 지적됐다.
이상호 한경협 경제산업본부장은 "한국의 경직적인 노동시장과 대립적인 노사관계는 그동안 외국인 투자 유치에 큰 걸림돌로 지적됐다"며, "근로시간 및 해고 규제 완화를 통해 노동 경직성을 해소하고, 노사갈등을 부추길 수 있는 노조법 개정안 입법을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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