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최근처럼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던 시절은 많지 않은 것 같다.
본격적인 여름철을 맞아 냉방 수요가 커지는 가운데 낮 최고기온이 36도 이상 치솟는 폭염이 20일 넘게 이어지면서 에어컨 가동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전력수요가 커지면서 국내 전력 수요가 지난 7일 3시에 100GW(기가와트)가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준다.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7일 오후 2∼3시 한 시간 평균 전력 총수요 추계는 100.203GW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8월 7일(100.571GW), 지난해 8월 8일(100.254GW)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전력 사용량이다.
전력 총수요 추계는 전력거래소의 '전력시장 내 수요'와 함께 태양광 발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전 직접구매계약(PPA), 소규모 자가용 태양광발전 등 '전력시장 외 수요'를 모두 합한 것이다.
걱정스러운 점은 전력수요 급증이 여기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100GW 수준인 우리나라 총수요 기준 최대전력은 2039년 150GW를 거쳐 2051년 202GW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게 전력거래소 전망이다. 이는 해마다 이어지는 폭염 등 기상이변과 인공지능(AI) 시대 개막으로 전력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력 총수요가 100GW가 되는 뉴노멀(새로운 현실)과 맞닥뜨린 것이다.
그렇다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이전 정부와 현 정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는 태양광 발전을 꼽을 수 있다. 국내 에너지 공급 포트폴리오에서 태양광 발전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커진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지난 8일 기준으로 전력 총수요에서 태양광 출력이 17.662GW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태양광이 전체 전력 수요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6%에 달했다. 한 때 전체 전력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한 자리에 머물렀던 태양광이 20%대를 향해 달리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이는 태양광이 친환경에너지의 대표적인 에너지 포트폴리오이며 향후 성장 전망도 밝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모은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이 해마다 늘어나는 전력수요를 모두 감당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신재생에너지의 대표격인 태양광 전력 생산량을 예측하기 힘든 변수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특히 날씨 등 기상여건에 대한 의존도가 절대적인 태양광은 날씨가 갑자기 나빠져 에너지 출력이 예상보다 줄어들면 다른 전원에서 전력을 대규모 공급해야 하는 현실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결국 국내 에너지 공급 포트폴리오가 태양광 발전은 물론 다른 에너지 공급원 확충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다.
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발전이 시대적 화두가 된 점은 분명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AI 시대를 맞아 전력수요가 크게 늘어나고 있으며 전기자동차, 데이터센터,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등으로 전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어 이에 따른 전력망 확충이 절실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경기도 평택·화성·용인·이천 등에 들어설 예정인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되면 이에 필요한 전력 수요가 수도권 전력 수요의 4분의 1인 10GW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친환경에너지와 재생에너지의 발전이 향후 국가 에너지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도움을 주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갈수록 폭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또다른 현실적 대안은 무엇일까.
바로 원자력 발전이다.
태양광이 전체 전력 공급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8%도 되지 않는 상황에서 원자력발전은 2023년 말 기준으로 31.4%에 이른다. 태양광과 조력발전 등 재생에너지가 전체 에너지 공급비율이 크지 않은 가운데 원자력발전은 국내 에너지 공급 비율을 더 늘릴 수 있는 인프라와 접근도를 갖춘 뛰어난 에너지원이다.
물론 원전에 대한 두려움이 한때 급증했던 점은 사실이다.
2016년 10월 원자력발전 사고를 다룬 영화 '판도라'가 나와 일반인에게 원전에 대한 두려움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원전 사고가 지진 만으로 발생한 것은 세계적으로 단 한 건도 없다.
혹자는 2011년 3월 일본 동북부 지방을 강타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거론할지 모른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은 지진이 아니라 지진 후 발전기가 쓰나미(해일)에 침수돼 벌어진 사고다. 쓰나미가 없는 일반 지진이었으면 후쿠시마 사태는 없었다.
업계 관계자는 "지구온난화를 막는 친환경 재생에너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며 "그러나 에너지 수요가 갈수록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내 전체 전력 생산에서 30% 이상을 차지하는 원전을 도외시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력 공급량을 대폭 늘리기 위한 에너지 포트폴리오가 본격화돼야 한다. 이에 필요한 입법도 시급하다.
국내 전력망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전력망 확충 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고 낮잠을 자고 있는 현실도 개탄스럽다.
전력 수요에 대한 위기감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여의도 정객이 이를 제때 처리하지 못하는 이는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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