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푼다고 주택가격 떨어질까

서울 그린벨트 12년만에 모두 풀려...수도권에 8만가구 공급
휴식과 생태계 보존이라는 ‘도시의 허파’ 그린벨트에 타격 
서울 강남 인근 그린벨트 해제로 투기 몰려 아파트 가격 급등할 수도

이코노미 트리뷴 승인 2024.08.11 16:10 의견 0
정부의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통한 주택공급 요청에 서울시가 미래세대를 위한 주택공급 확대에 동참의지를 밝힌 가운데, 9일 이와 관련한 세부계획을 발표했다. [사진 = 서울시]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정부가 가파르게 치솟는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라는 카드를 꺼냈다.

그린벨트 해제로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그린벨트를 풀어 모두 8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택지 후보자를 오는 11월부터 발표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정부가 8일 부동산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방안'의 하나로 발표한 내용이다. 개발제한구역 내 관리되지 못한 훼손 지역 등 보존 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을 활용할 것이라는 정부의 세부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정부와 서울시는 서울과 서울 인근 그린벨트를 해제해 8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를 조성하기로 하고 올해 11월에는 5만 가구를, 내년에는 3만 가구를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주택을 대규모 공급하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전면 해제하는 것은 이명박(MB) 정부 때인 2012년 이후 12년 만이다. 당시 서울시는 그린벨트 투기세력을 차단하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 전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한시 지정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서울 집값을 잡는다는 취지로 그린벨트 해제라는 조치를 내놓은 셈이다. 이는 서울 강남 3구와 용산 등 아파트 가격이 20주 연속 오르는 등 불안심리가 커지자 이를 잠재우기 위한 취지로 보인다.

그린벨트는 애초에 무분별한 개발을 제한해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지정됐다. 이는 도시의 무질서한 팽창을 막고 도시민 건강에 필요한 녹지 환경을 보전하기 위해 마련된 것이다. 도시 주변의 공원, 미개발 녹지 등으로 이뤄진 그린벨트는 야생동물의 서식지 보호와 공기 질 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는 점도 부정할 수 없는 점이다.

정부의 이번 조치는 기대감과 함께 우려를 안겨준다.

시장에서 가격 결정(pricing)은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점에서 이뤄진다. 그동안 서울지역에 신규 아파트 단지가 많이 공급되지 않아 서울 집값이 치솟았다는 주장이 바로 이를 반영하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서울시가 서울 등 수도권에 8만 기구를 대거 조성할 경우 주택 공급 물량이 늘어 서울 아파트 값이 떨어지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아파트를 대거 공급하면 오히려 아파트 가격이 급등하는 기현상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서울 강남권 등 ‘알토란 지역’ 인근에 있는 그린벨트에 실제 주택 수요자는 물론 투기 세력까지 가세하면 그린벨트 해제에 따른 집값 하락이 아닌 집값 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그린벨트를 해제해 아파트를 공급하면 신규 택지 조성부터 아파트 착공까지 10여 년이 걸린다”며 “이는 10년동안 새 아파트가 공급되지 못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린벨트 지역이 강남 등 국내 부동산 가격을 좌지우지하는 지역에서 멀리 떨어지면 주택 수요자가 발길을 돌려 미분양이 생길 수도 있다”며 “그린벨트 해제로 서울 지역 집값 급등세에 영향을 줄 수 있지만 한국경제 성장동력이 서울 등 수도권에 몰려 있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아파트 값을 내리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부동산 정책금융과 가계대출 공급에 대한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온다. 마치 그린벨트 해제 대상 아파트가 대박을 가져올 것으로 여겨 ‘영끌’과 ‘빚투’가 이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주문이다.

지방소멸에 따른 수도권 집중과 서울과 지방의 집값 양극화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가 집값 안정이라는 정부 취지에 부합할 지는 의문이 든다.

업계 관계자는 “서울 그린벨트를 해소하면 수도권 초집중과 지방소멸이 더 가속화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수도권에 이미 GTX 6개 노선이 발표된 데 이어 대규모 주택공급이 이어지면 지방 인구와 기업이 수도권으로 더 몰려 서울과 비수도권과의 주택가격 양극화를 부채질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은 우리나라 국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8%에 불과한 좁은 곳”이라며 “수도권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7%를 넘어섰고 소득과 일자리는 88%나 몰려 있는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수도권에 인구가 더 몰리면서 지방 인구는 더 감소하고 수도권 교통난·주택난 심화되면서 정부가 다시 교통망과 주택 공급을 늘려 또사 수도권 초집중이 발생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무엇보다 정부의 그린벨트 해제가 서울을 비롯해 경기도와 인천으로 이어질 경우 ‘도시의 허파’ 기능을 하는 그린벨트가 훼손되는 것을 불을 보듯 뻔하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면 도시가 확산되고 녹지 공간이 줄어들어 미래세대가 녹지와 관련 지역을 활용할 수 있는 여지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녹지공간이 선사하는 휴식과 생태계 보존이라는 점은 쉽게 포기할 수 없는 대목이다.

그렇지 않아도 서울 지역 공원과 녹지가 갈수록 부족한 가운데 지속 가능한 도시를 만들고 미래 세대에 잘 가꿔 넘겨줘야 할 ‘공간 자산’이 훼손된다면 이는 책임감 있는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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