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 기업들이 조선·원전·항공·LNG·핵심 광물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총 1500억달러 규모의 투자와 11건의 계약·MOU를 체결하며 ‘제조업 르네상스’ 협력에 나섰다. [사진 = The White House]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과거 미국이 한국의 초고속 성장에 기여하였듯 제조업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이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를 달성할 최적의 파트너"(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정상회담을 가진 이재명 대통령이 한국과 미국이 손잡아 ‘제조업 르네상스’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미 양국 기업이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계약 및 양해각서(MOU)를 11건 체결해 눈길을 끌었다.
◇ 한국, 미국에 1500억달러 투자 나서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 기업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1500억달러(약 209조원) 규모의 미국 투자에 나설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는 25일(현지 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에서 김정관 장관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양국 기업들이 조선, 원자력, 항공, 액화천연가스(LNG), 핵심 광물 등 분야에서 총 11건의 계약과 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특히 조선과 원자력 등 전략 산업 분야에서 양국 간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공동 펀드 조성, 투자, 기술 협력을 내용으로 하는 MOU 6건이 체결돼 눈길을 끌었다.
업체 별로 살펴보면 HD현대, 한국산업은행과 미국 서버러스 캐피탈(Cerberus Capital)은 미국 조선업, 해양 물류 인프라, 첨단 해양 기술을 포함해 미국과 동맹국 해양 역량을 재건하고 강화하는 것을 표로 하는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공동 투자 펀드 조성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에 따라 HD현대는 필리핀 수빅 조선소를 보유한 서버러스와 MOU를 시작으로 건조, 기술 지원, 인력양성 등 미국과 조선업 협력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과 비거 마린 그룹(Vigor Marine Group)은 미국 해군의 지원함 유지·보수·운영(MRO)과 조선소 현대화 및 선박 공동 건조 등 전략적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MOU를 맺었다.
산업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우리 조선사가 미국 조선업 및 해양 역량 강화와 미국 군함의 유지·보수·정비 사업 등에 적극 참여해 한미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조선 협력 모멘텀이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평가했다.
원자력 분야는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엑스에너지(X-energy), 아마존웹서비스가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 건설, 운영, 공급망 구축, 투자 및 시장 확대 협력에 관한 4자간 MOU에 서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엑스에너지는 뉴스케일, 테라파워와 더불어 미국의 3대 SMR 개발사 가운데 하나”라며 “두산에너빌리티와 미국 민간 에너지 개발 사업자 페르미 아메리카는 미국 텍사스주에 추진 중인 'AI(인공지능) 캠퍼스 프로젝트'에 공급할 대형 원전과 SMR 기자재 관련 포괄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MOU를 체결했다”라고 설명했다.
항공 분야는 대한항공이 보잉사로부터 차세대 고효율 항공기 103대(362억달러)를 신규 도입하는 MOU를, GE에어로스페이스와 엔진 구매 및 엔진 정비 서비스 계약(137억달러)을 하는 내용의 MOU를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이 지난 3월 발표한 보잉사 항공기 50대 및 GE에어로스페이스 엔진 구매와는 별도의 추가 계약”이라며 “이번 MOU는 대한항공 창립 이래 최대 규모의 단일 계약”이라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한국가스공사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 트라피구라 등과 2028년부터 약 10년간 미국산 LNG를 주요 기반으로 하는 연 330만t 규모의 중장기 액화천연가스(LNG) 도입 계약을 체결했다.
이 밖에 고려아연은 글로벌 방산 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 구매 및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MOU를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한미 간 제조업 협력이 르네상스를 맞이할 수 있도록 필요한 모든 제도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양국 기업에 대규모 신규 사업이 생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라고 내다봤다.
◇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 3가지 내용은
한미 양국 기업 간의 통큰 MOU 체결로 한국이 미국 제조업 시장을 적극 공략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를 뒷받침하듯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 회담 직후 워싱턴 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제조업 르네상스 파트너십’ 행사에 참석해 “조선, 반도체, 자동차, 배터리, 바이오, 의약품, 원전 등 제조 산업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대한민국이야말로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를 달성하는 최적의 파트너”라며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또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제조업 르네상스 비전의 3가지 방향”이라며 △전략산업 분야 협력 강화 △첨단산업 협력 확대 △핵심품목 공급망 안정화를 제시했다.
그는 전략산업 분야로 조선업을 거론하며 “한국은 미국의 조선업이 누린 영광을 회복해 군사력 강화까지 이를 수 있도록 대한민국은 마스가(MASGA) 프로젝트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1위에서 3위 조선소를 모두 보유한 우리 기업은 상선부터 LNG선, 쇄빙선 등 첨단 선박까지 광범위한 포트폴리오로 미국 조선업 재건에 결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며 “차세대 원전 분야 협력을 늘리고 SMR 개발 및 상용화로 AI 시대의 전력 수요를 충당하고 에너지 안보를 확충하는 일에 집중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이 대통령과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 위성락 국가안보실장, 김용범 정책실장,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등 한미 정부 관계자를 포함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등 양국 기업인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이재용 삼성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뜨겁게 포옹하며 서로 반가워해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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