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법 2차 개정안으로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선출이 강화돼 소수주주 권한이 확대됐지만, 글로벌 스탠더드 대비 과도한 규제와 정치적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 = 한국경제인협회]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국회가 25일 본회의에서 2차 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며, 기업 지배구조를 둘러싼 제도 변화가 본격화됐다.

이번 개정으로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집중투표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한다.

집중투표제는 주주가 가진 의결권을 특정 후보자에게 몰아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로, 소수주주도 이사회에 진입할 가능성을 높인다.

◇ 감사위원 분리선출 강화

이번 개정안에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제도도 확대됐다. 분리선출은 감사위원 일부를 대주주 의결권과 분리해 선출하는 방식으로, 소수주주가 감사위원회에 참여할 여지를 넓히는 장치다.

특히 이번 2차 개정안은 감사위원 최소 2명 이상을 반드시 분리선출하도록 규정했다.

일반적으로 3명으로 구성되는 감사위원회에서는 2명이 분리선출돼야 하고, 그 2명 전원에게 ‘3% 룰’이 적용된다. 이 경우 소수주주가 감사위원회의 과반을 차지할 수 있어 대주주와 경영진에 대한 견제력이 실질적으로 강화된다.

◇ 이사의 책임 범위 확대·전자주총 의무화

지난 7월 국회를 통과한 1차 상법 개정안은 여러 조항이 손질됐다.

우선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기존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로 확대해, 경영진이 주주 이익을 외면하기 어려운 구조를 마련했다.

사외이사 명칭은 ‘독립이사’로 바뀌었으며, 최소 선임 비율도 기존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상향됐다.

전자주주총회 역시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의무적으로 열도록 했다.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는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산해 3%까지만 인정하는 이른바 ‘3% 룰’이 강화됐다.

원래는 감사위원 중 1명만 의무적으로 분리선출하고 그 1명에게만 3% 룰이 적용됐으나, 1차 개정에서는 분리선출되는 위원 전원으로 대상을 넓혔다.

이어 이번 2차 개정에서는 아예 최소 2명 이상을 반드시 분리선출하도록 의무화해, 제도 강도가 한층 높아졌다.

◇ 3차 개정안, 자사주 소각 의무화·한국판 디스커버리 도입

다음 단계로 추진되는 3차 개정안에는 △자사주 소각 의무화 △경영판단의 원칙 명문화에 따른 배임죄 규제 완화 △‘한국판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 등이 포함될 전망이다.

특히 자사주 소각 의무화는 해외 입법례가 거의 없어 실효성과 부작용을 둘러싼 논쟁이 불가피하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경영진이 합리적 판단에 따른 의사결정을 했을 경우 배임죄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전문가들은 이를 통해 기업 의사결정 위축을 완화하려는 취지가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판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 전 단계에서 기업 내부 자료를 강제로 공개하게 해 소송 절차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방안이다.

다만 재계는 기업의 경영 기밀 유출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 해외는 사후 규율 중심…한국은 의결권 제한

전문가들은 이번 개정들이 소수주주 권익 보호라는 명분에 부합한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한국 제도가 해외와 비교해 강도가 높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은 대주주의 의결권을 법으로 직접 제한하지 않는다.

대신 독립 사외이사 선임과 주기적인 공시 제도, 집단소송 제도를 통해 경영진에 대한 견제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반면 한국은 대주주의 의결권을 직접 제한하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는 등 규제 수준이 해외보다 강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 재벌 개혁 이미지와 국민연금 영향력 논란

입법 취지가 ‘재벌 개혁’과 ‘소수주주 보호’에 있다고 하지만, 실제 효과와 관련해서는 국민연금 등 공적 기관의 영향력 확대와 연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투명성 강화라는 취지와 별개로 정치적 계산이 깔린 것”이라는 평가가 제기된다.

소수주주 보호라는 명분 뒤에는 여권이 전통적으로 강조해온 ‘재벌 개혁’ 이미지를 부각하고, 동시에 국민연금 등 공적 기관의 의결권 행사를 통해 대기업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는 분석이다.

결국 1·2차 개정안으로 소수주주 권한 확대라는 제도적 기반은 마련됐지만, 그 강도가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해 과도하다는 평가와 정치적 함의에 대한 논란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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