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고용 안정성과 구조적 요인을 강조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 시장은 연준 내부 기류 변화와 달러 약세, 스테이블 코인 부상 등을 주요 변수로 주목하고 있다. [사진 = Federal Reserve Board]
[이코노미트리뷴 = 김용현 기자] 22일(현지시간)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 미팅) 기조연설에서 “정책 기조의 변화를 고려해 신중하게 나아갈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이를 오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발언으로 해석하고 있다.
◇ 고용 기반은 안정적…신규 지표 둔화는 구조적 요인
파월 의장은 “실업률과 다른 노동시장 지표들이 안정적”이라며 고용 기반이 탄탄한 만큼 정책 기조 변화의 여지가 커졌음을 내비쳤다.
다만 최근 발표된 신규 고용 지표가 크게 하향 수정된 데 대해서는 경기 둔화보다는 구조적 요인으로 해석했다.
그는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억제 정책이 신규 일자리 창출에 제약을 줬다고 지적했다. △농업 △건설 △쉐일오일·에너지 등 이민자 노동력에 의존하는 산업에서 인력난이 심화되면서 신규 채용이 줄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단순히 고용 지표 둔화를 경기 침체 신호로 단정하기보다는, 노동 공급 부족에 따른 통계 왜곡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설명이다.
◇ 관세로 인한 단기 물가 압력 vs 고용 둔화에 따른 장기 안정
파월 의장은 최근 관세 부과가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뚜렷해졌다”며 단기적인 인플레이션 압력을 인정했다.
그러나 “노동시장의 하방 위험(노동시장 약화 가능성으로, 고용 둔화와 실업률 상승 위험을 의미)”을 고려하면 인플레이션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은 낮다고 덧붙였다.
관세는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인 반면, 고용 둔화와 실업 증가 위험은 소비를 위축시켜 물가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작용한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단기적 물가 불안은 가능하나 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이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의미”라고 풀이한다.
◇ 연준 내부 기류 변화와 금리 인하 시점 변수
이번 발언은 연준 내부에서도 파장을 일으켰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사들 가운데 금리 인하를 주장하는 위원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파월 의장이 강경 기조를 고수하지 않고 일정 부분 완화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또한 파월 의장의 임기가 내년 5월까지라는 점도 주목된다.
임기 종료 이후 트럼프 친화적 인사들이 연준을 주도할 경우, 통화정책이 대폭 완화 기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시점을 결정할 핵심 변수로 경기 침체 진입 여부와 국제 유가 흐름을 꼽는다.
단기적으로는 관세 효과와 물가 지표, 장기적으로는 원유 공급 상황이 맞물리며 정책 전환 시점이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달러 가치 약화와 ‘스텔스 이로전’…스테이블 코인 부상
한편 전문가들은 향후 금리 인하와 유동성 확대가 달러 가치를 추가로 약화시킬 가능성을 경고했다.
달러 비중은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1999년 약 73%였으나, 최근에는 57~60% 수준으로 낮아졌다. △위안화 △유로화 △원화 등 다른 통화 비중은 조금씩 확대되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달러의 조용한 침식(Stealth Erosion)”이라고 설명한다.
달러 신뢰가 흔들릴 경우 투자 자금은 안전자산인 금으로 이동해 달러 가치 하락을 더욱 가속화한다.
이를 차단하기 위해 미국은 달러와 연동된 스테이블 코인을 대체재로 육성하고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금으로 자금이 이동하면 달러 신뢰 약화가 심화되지만, 스테이블 코인은 달러 가치에 고정돼 있어 자금이 금 대신 스테이블 코인으로 몰리면 달러 수요를 유지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스테이블 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고 민간 발행을 사실상 용인하며 시장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규제 명확화와 발행 기준 마련을 통해 스테이블 코인을 ‘디지털 달러 자산’으로 자리매김시키려는 것이다.
다만 스테이블 코인은 은행 간 국제결제망(SWIFT)을 거치지 않고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 직접 송금·결제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달러 사용 비중은 확대될 수 있으나, 제재·통제 수단으로서의 달러 힘은 오히려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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