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가 2026년도 연구개발(R&D) 예산을 35조3000억 원으로 확정했다. [사진 = 기획재정부]


[이코노미트리뷴 = 김용현 기자] 이재명 정부가 집권 첫해를 맞아 역대 최대 규모의 연구개발(R&D) 예산을 확정했다.

정부는 22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2026년도 R&D 예산 배분·조정안을 심의·의결하고 총 35조3000억 원을 편성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29조6000억 원)보다 19.3% 늘어난 규모로, 약 5조7000억 원이 추가 투입된다.

◇ AI·전략기술 등 산업화 분야에 집중 투자

세부적으로는 인공지능(AI) 분야가 전년 1조1000억 원에서 2조3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106.1%) 확대되면서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정부는 범용 인공지능(AGI), 경량·저전력 AI, 물리 AI(피지컬 AI) 등 차세대 핵심 기술 확보와 GPU·NPU 인프라 확충에 자원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반도체, 양자, 바이오 등 전략기술 분야 예산도 8조5000억 원(+29.9%)으로 대폭 늘었으며, 국방·우주·항공 연구에는 3조9000억 원(+25.3%),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분야에는 2조6000억 원(+19.1%)이 배정됐다.

이 밖에 중소벤처 혁신(3조4000억 원, +39.3%), 기초연구(3조4000억 원, +14.6%), 인재 양성(1조3000억 원, +35.0%) 등도 증액됐다.

정부는 이번 투자가 “무너진 연구 생태계 복원과 진짜 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이라고 밝혔다.

◇ “기초 연구 소외·기업 부담 가중” 지적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편성이 특정 분야에 과도하게 쏠려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AI, 국방, 전략산업 등 단기 성과 중심의 산업화 연구에 집중되는 반면, 기초과학이나 장기 원천기술 투자는 여전히 비중이 낮다는 비판이다.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산하 싱크탱크인 밸퍼 과학·국제문제센터(Belfer Center for Science and International Affairs, 이하 밸퍼센터)를 비롯한 해외 연구기관들은 과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선진국과 비교하면 기초 연구 및 원천 기술 확보 노력은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해왔다.

실제로 OECD에 따르면 회원국 평균 정부 R&D 예산 중 기초연구 비중은 약 30% 안팎에 달하지만, 한국은 15~2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예산안 역시 작년 대비 전체 규모는 커졌지만, 국제 경쟁에서 요구되는 기초 연구 투자 수준에는 못 미친다고 평가했다.

한편, 이번 대규모 예산 증액은 최근 확정된 세제 개편과도 연결된다.

정부는 2026년부터 법인세율을 1%포인트 인상해 2027년까지 약 4조 원대 추가 세수를 확보할 방침이다.

이는 AI·반도체 등 전략산업 중심 R&D 확대 재원의 일부로 활용될 전망이지만, 기업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

재계에서는 “R&D 세액공제 확대가 병행된다 하더라도, 법인세 인상은 투자 여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economytribu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