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미국 릴리 공장 인수를 통해 관세 불확실성을 선제 차단하고 현지 생산·공급망을 구축하며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본격화했다.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셀트리온이 미국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하며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
셀트리온은 23일 글로벌 제약사 일라이 릴리(Eli Lilly)와 약 4600억 원(USD 3억3000만 달러) 규모의 미국 뉴저지주 브랜치버그 바이오의약품 생산공장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초기 운영비를 포함해 총 7000억 원을 투입할 계획이며, 이후 유휴 부지에 최소 7000억 원 이상의 추가 투자를 통해 생산시설 증설도 추진한다. 이에 따라 이번 인수와 증설을 합쳐 총 1조4000억 원 이상의 투자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번 결정은 트럼프 행정부가 의약품에도 관세를 매기기 시작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 속에서 내려졌다. EU산 의약품에는 이미 15% 관세가 적용되고 있으며,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 제품에도 유사한 수준의 부담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셀트리온은 “언제, 어떤 품목에 관세가 적용될지 알 수 없는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현지 생산기지를 확보하는 근본적 해법을 선택한 셈이다.
인수 대상인 브랜치버그 공장은 약 4만5000평 부지에 생산시설, 물류창고, 운영동 등이 갖춰진 대규모 캠퍼스로, 즉시 가동 가능한 cGMP(current Good Manufacturing Practice, 현행 우수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 생산설비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미국 FDA가 규정한 품질 관리 기준으로, 원료 입고부터 제조·검사·출하까지 전 과정을 국제 수준에서 통제·운영할 수 있도록 갖춰진 설비다.
또한 약 1만1000평 규모의 유휴 부지를 보유해 향후 증설 시 인천 송도 2공장의 1.5배 수준 생산능력 확보가 가능하다.
이번 계약에는 숙련된 현지 인력의 완전 고용 승계도 포함돼 운영 안정성과 생산 연속성을 동시에 확보하게 됐다. 신규 공장을 짓는 경우 수년간의 인력 확보·훈련 기간이 필요하지만, 셀트리온은 즉시 가동 가능한 공장과 전문 인력을 함께 인수해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점이 강점이다.
또한 셀트리온은 릴리와 CMO(Contract Manufacturing Organization, 위탁생산) 계약도 체결했다. 기존에 해당 공장에서 생산되던 원료의약품을 릴리에 공급함으로써 즉시 매출을 확보하고 투자금 회수 속도도 앞당길 수 있게 됐다. 나아가 현지 생산·판매까지 연결되는 원스톱 공급망을 완성하며 물류비와 외주 비용을 절감, 미국 내 가격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릴리의 제조 부문 사장 에드가르도 에르난데스는 “브랜치버그 공장은 지난 17년간 고품질 의약품을 생산해온 거점으로, 현지 팀의 헌신과 전문성에 깊이 감사한다”고 말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미국 내 관세 리스크를 근본적으로 해소하고, 제품 생산부터 판매까지 현지 공급망을 완성하게 됐다”며 “지속적 투자를 통해 생산 역량을 확대하고 글로벌 선도기업으로서 우위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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