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파워시스템이 개발 중인 ‘기어식 컴팬더(Integrally Geared Compander)’의 시제품 이미지. [사진 = 한화그룹]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한화파워시스템이 삼성중공업과 손잡고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설비(FLNG)의 핵심 장비인 ‘기어식 컴팬더(Integrally Geared Compander)’ 국산화에 나선다.

양사는 23일 이번 협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공동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해외 의존도가 높았던 FLNG 액화장비를 국내 기술로 대체하는 첫 시도로, 조선·에너지 산업 전반의 변화를 예고한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직접 액화·저장한 뒤 선박으로 운송할 수 있는 부유식 해양플랜트다.

기존에는 해저 파이프라인을 통해 가스를 육상 플랜트로 옮긴 뒤 액화·저장 과정을 거쳐야 했지만, FLNG는 생산 현장에서 곧바로 액화·저장·출하가 가능하다.

이 때문에 △원거리 심해 가스전 개발 △파이프라인 구축 비용 절감 △환경·입지 규제 최소화 등에서 뚜렷한 장점이 있다는 평가다.

이번에 개발되는 컴팬더(Compander, Compressor+Expander)는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FLNG 전용 액화공정시스템 ‘SENSE’에 최적화된 장비다. SENSE는 2017년 해외 의존도를 줄이고 기술 자립을 목표로 삼성중공업이 선보인 자체 액화공정 패키지로, 해상에서 채굴한 천연가스를 효율적으로 액화·저장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번 협약에 따라 삼성중공업은 FLNG 전체 공정과 연계된 성능 기준과 운전 조건을 제시하고, 한화파워시스템은 이를 실제 장비로 구현하는 역할을 맡는다.

기어식 컴팬더는 가스를 압축해 고압으로 만드는 압축부(Compressor)와, 가스를 팽창시켜 냉각과 동력 생산을 동시에 수행하는 팽창부(Expander)를 통합한 구조다. 냉동 사이클 효율을 크게 높여 FLNG 운영의 경제성을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다.

양사는 2026년 초까지 기본 설계를 마무리하고 기술 내재화를 추진할 계획이며, 전기모터를 동력으로 활용해 범용성을 확대하고 회전기 장비 수를 줄여 모듈을 경량화하는 방안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그간 핵심 장비는 독일 MAN, 스웨덴 Atlas Copco, 미국 GE 등 글로벌 기업에 의존해왔다. 업계는 이번 국산화가 성공할 경우 공급망 안정성과 비용 절감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장비업체가 글로벌 해양플랜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삼성중공업과 협력해 신뢰성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는 한국 조선업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화그룹이 조선 계열사인 한화오션을 보유한 만큼, 장비 기술이 안정화되면 그룹 차원의 시너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초 FLNG 건조 경험을 바탕으로 글로벌 프로젝트 신뢰도가 높고, 한화파워시스템은 이를 통해 빠른 기술 검증과 시장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임창우 한화파워시스템 장비개발센터장(CTO)은 “FLNG 액화장비 국산화를 통해 공급망 안정성과 비용 절감을 실현하고,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협업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민준호 삼성중공업 해양엔지니어링팀 상무는 “국산화는 한국 조선산업이 친환경 에너지 시장에서 독자 기술력을 확보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해양플랜트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선점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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