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지난 7월 ‘갤럭시 언팩 2025’ 행사에서 신제품 ‘갤럭시 Z 폴드 7’을 공식 공개했다. 한층 세련된 디자인과 완성도로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으며, 삼성전자 주가 상승 기대감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사진 = 삼성전자]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9만 전자 뛰어넘어 10만 전자 달성하자’

삼성전자가 인공지능(AI) 수요 급증 전망에 힘입어 장 중 신고가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3일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일 주가가 전 거래일 대비 3.49% 오른 8만9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장 중 한때 9만300원을 기록하는 등 9만원을 돌파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가 9만 전자를 이뤄낸 것은 2021년 1월 이후 3년 9개월만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투자자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라며 “외국인들은 이날 포함해 삼성전자 주식을 15거래일 연속 순매수했다”라며 “삼성전자의 외국인 투자자 비중이 51.52%라는 점을 감안하면 외인 투자자의 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렸다”라고 설명했다.

◇ 삼성전자-오픈 AI ‘스타게이트 이니셔티브’ 손잡아

삼성전자가 이처럼 장 중 ‘9만 전자’를 달성하게 된 데에는 AI 기대감에 따른 것이다.

챗GPT 개발업체 오픈AI가 삼성전자와 이른바 ‘스타게이트(Stargate) 이니셔티브’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1일 한국을 방문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관련 협약을 맺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게이트 이니셔티브는 오픈AI가 추진하는 글로벌 AI 인프라 플랫폼의 하나”라며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서 AI 개발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를 확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스타게이트 이니셔티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월 발표한 사업으로 최대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해 2029년까지 세계 최대 AI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미국 오픈AI를 비롯해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참여한 합작 회사가 주도하며 삼성전자도 핵심 파트너가 됐다.

이에 대해 오픈AI 관계자는 "이번 파트너십은 차세대 AI에 필수적인 첨단 메모리 칩 공급 확대와 한국 내 데이터센터 용량 증설에 무게를 두고 있다“라며 ”이를 계기로 삼성전자는 글로벌 AI 인프라의 핵심 제공업체로 발돋움하면서 한국이 세계 3대 AI 국가로 발돋움하는 데 기여하게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 HBM 등 D램 반도체 수요 급증할 듯

업계는 삼성전자와 오픈AI의 협력으로 AI에 필수적인 HBM(고(高)대역폭 메모리)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이를 보여주듯 오픈AI는 월 90만장에 이르는 HBM을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공급해 줄 것을 요청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필요한 HBM 수요는 전 세계 생산량의 두 배가 넘을 것“이라며 ”이러한 수요 전망은 삼성전자가 매출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분석했다.

그는 ”삼성전자의 주가 상승이 1회성으로 보지 않는다“라며 ”최근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고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AI 확산에 따른 결과“라며 ”이런 가운데 오픈AI의 HBM 공급 요청은 삼성으로서는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 대형 호재“라고 내다봤다.

그는 또 ”외국인 수급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라며 ”삼성전자의 외국인 지분율이 51.52%인 가운데 지난 9월 한 달 동안 외국인이 삼성전자 주식을 약 4조9270억원 순매수했다“라며 ”현재 매수세가 이어지면 외인 지분율이 과거 평균치(52.92%)나 최고치(58.01%)에 근접할 가능성이 열려있다“고 점쳤다.


◇ 삼성전자, ‘10만원 고지’ 달성하려면

삼성전자가 스타게이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에 합류해 국내 반도체 산업이 이른바 ‘슈퍼사이클(장기호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나온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당장 매출 확대에 따른 혜택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오픈AI가 삼성전자에 메모리 반도체 발주 시점을 2029년으로 밝힌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필요한 HBM 수요가 전 세계 생산량의 두 배가 넘을 것으로 보여 삼성전자로서는 이 사업에 필요한 시간을 번 셈“이라며 ”이는 오픈AI가 2029년에 월 90만 장에 이르는 HBM을 주문할 방침으로 삼성전자에 양산 체계를 갖추라는 얘기“라고 풀이했다.

업계는 삼성전자 주가가 오랜만에 크게 올랐지만 이른바 ‘10만 전자’를 달성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에 비해 HBM 경쟁력이 뒤떨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삼성으로서는 HBM을 비롯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반도체 경쟁력을 높여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삼성전자가 9만전자를 일궈낸 일등공신은 외국인 및 기관 투자자의 대규모 순매수“라며 ”이는 삼성전자가 배당 확대 등 주주환원정책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삼성전자의 반도체 기술 경쟁력이 이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기술초격차(경쟁업체가 추격할 수 없는 기술 격차)를 달성해야 한다는 얘기“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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