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이코노미 트리뷴 = 이경철 기자] 현대자동차가 최근 일본, 인도에 이어 중국에도 현지인 수장을 임명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중국법인 ‘베이징현대(BHMC)’ 총경리에 현지인을 처음으로 수장으로 앉혔다. 총경리는 중국에서 기업의 최고 의사 결정권자, 즉 CEO(최고경영자)를 뜻한다.

현대차가 해외법인 대표에 현지인을 채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현대차는 일본과 인도 법인에도 현지 외국인을 법인장으로 정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의 이번 결정은 해외 현지 상황을 매우 잘알고 있는 현지인을 활용해 인도, 중국 등 주요 해외 사업 지역에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설명했다.

◇ 현대차, 23년 만에 베이징현대에 中현지인 선임

리펑강(Li Fenggang) 베이징현대 신임 총경리. [사진 = 현대자동차그룹]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리펑강 전(前) FAW-폭스바겐 부총경리를 BHMC 수장으로 임명했다. 이에 따라 리펑강은 현대차의 중국 내 차량 생산과 판매를 진두지휘한다.

리펑강 총경리는 FAW-폭스바겐 부총경리로 활동하면서 중국내 시장점유율 1위를 기록하는 등 영업력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는 인구 14억 명의 거대한 성장 잠재력을 지닌 중국의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지난 2002년 중국 베이징자동차그룹(BAIC)과 5:5 비율로 BHMC를 설립했다.

업계 관계자는 “BHMC가 총경리 자리에 중국 출신 현지 경영인을 발탁한 것은 회사 설립 이후 23년 만에 처음”이라며 “이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활약이 두드러지지 않은 현대차가 현지화를 강화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현대차는 한국 정부의 대(對) 중국 정책에 따라 중국 내 사업이 영향을 받았다”라며 “대표적인 예가 2017년 사드(THAAD, 고(高)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사태”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사드를 배치했다는 오해가 커지면서 현대차 등 한국산 제품이 중국에서 판매가 크게 줄어 중국은 한때 ‘한국 기업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생겼다.

이를 보여주듯 현대차는 2016년 연간 차량 판매량이 100만대를 넘기기도 했지만 사드 사태가 불거진 후 판매량이 급감해 지난해 판매량이 16만9765대로 뚝 떨어졌다.

그는 또 “현대차가 BHMC에 중국인 수장을 선임해 판매가 극히 저조한 중국에서 현대차 판매를 끌어올리기 위한 의도도 담겨 있다”라고 강조했다.

◇ 일본과 인도 법인도 외국인 총사령탑 임명

이번 중국인 대표 임명을 계기로 현대차는 아시아에서 일본, 인도에 이어 중국 등 주요 3개국 법인장을 모두 현지인으로 두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시메기 토시유키 현대차 일본법인장 [사진 = 현대모빌리티재팬]


현대차는 올해 초 독일 명차 포르쉐재팬 대표 출신 시메기 토시유키 사장을 현대차 일본법인 ‘현대모빌리티재팬’ 수장으로 임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이어 일본도 한국 기업이 좀처럼 두각을 나타내기 힘든 시장 가운데 하나”라며 “현대차는 이번 인사를 통해 일본 내 브랜딩과 판매 전략을 강화해 전동화(전기자동차) 중심으로 일본 현지 자동차 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내다봤다.

타룬 가르그 현대차 인도법인 신임 법인장(현 COO). [사진 = 현대차 인도법인]


인도 법인장 선임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차 인도법인(HMIL)은 내년 1월 1일부로 타룬 가르그 신임 법인장이 공식 취임한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인도 시장에 진출한 지 29년 만에 첫 현지 인도인 CEO가 탄생했다.

업계 관계자는 “가르그 신임 법인장은 인도 최대 완성차 기업 마루티 스즈키에서 경력을 쌓은 후 2019년 현대차 인도법인에 합류했다”라며 “인도 역시 현대차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곳이어서 이번 인사가 현대차의 인도시장 공략 강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국내에서도 스페인 출신의 호세 무뇨스가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으로 활동하는 등 현대차 최고 임원은 다국적”이라며 “이러한 인사 정책은 국가별 규제와 고객 취향, 유통 생태계를 꽤차고 있는 현지 인물을 경영 전면에 배치해 경영에 따른 의사결정 속도를 신속하게 해 현지에 특화된 경영전략을 펼치는 데 도움을 준다”라고 강조했다.


◇ 현지인 법인장 채용에 따른 더 많은 효과는

업계는 현대차가 일본, 인도, 중국 등에 현지인 법인장을 채용해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많다고 풀이한다.

업계 관계자는 “표면상으로 살펴보면 일본은 미국과 유럽에 이은 세계 3대 완성차 격전지”라며 “내수시장을 살펴보면 인도(14억2500만명)는 인구가 중국(14억1000만명)과 경쟁을 펼치는 거대 시장이라는 점에서 눈길이 간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와 함께 인도는 중국에 이은 글로벌 제조업 허브이며 최근 경제성장으로 차량 구매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인도와 중국은 물론 일본(인구 1억2310만명)도 거대 시장 가운데 하나”라며 “이에 따라 현대차는 시장 규모와 성장잠재력이 엄청난 이들 시장에서 현지인 CEO를 배치해 현지 소비자 입맛에 맞는 차량을 생산하는 맞춤형 전략을 펼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현지인 법인장 채용은 현지 소비자의 접근성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이른바 ‘문화적 거리’를 좁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본사와 해외 현지 간 물리적, 문화적 거리가 클수록 조직 내 의사소통 논란, 리더십 부재, 인사관리 차질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라며 “현지인 수장을 확보하면 문화적 중개자 역할을 하며 조직문화를 더욱 굳건하게 만들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업계는 현대차의 해외 현지인 법인장 채용에 대해 소비자 신뢰 향상과 브랜드 현지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해외 현지인 법인장이 등장하면 소비자들 사이에 현지 브랜드로 비춰져 제품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고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라며 “특히 주목해야 할 대목은 현지인 임원 채용으로 글로벌 인재 풀이 대거 늘어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igyeongcheol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