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Nasa Space Place]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우주는 지금도 팽창하고 있으며,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게 지난 20여 년간의 정설이었다.

그러나 국내 연구진이 이 이론의 핵심 전제를 뒤집는 결과를 내놨다.

16일 연세대학교 천문우주학과 이영욱 교수 연구팀은 “우주는 더 이상 가속하지 않고 오히려 감속 팽창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천문학 분야 세계 3대 학술지 중 하나인 영국 왕립천문학회지(MNRAS)에 게재됐다.

1998년 천문학자들은 Ia형 초신성의 밝기를 이용해 우주의 팽창 속도를 계산했다. 당시에는 모든 초신성이 일정한 밝기를 낸다고 가정했기 때문에, 멀리 있는 초신성이 어둡게 보일수록 그만큼 더 먼 거리에 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실제 관측 데이터를 분석해보니 초신성의 밝기가 거리 증가에 따라 단순히 약해지는 수준을 넘어 예상보다 훨씬 더 어둡게 나타났다. 이는 우주가 일정한 속도로 팽창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날수록 팽창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이 연구 결과는 곧 ‘우주 가속팽창’ 이론으로 정립됐으며, 201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의 근거가 됐다.

◇ 초신성 밝기, ‘모두 같다’는 전제 흔들다

연세대 연구팀은 이 가정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에 주목했다.

연구진은 약 300개의 초신성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초신성의 밝기가 폭발한 별의 나이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을 찾아냈다. 이는 지금까지 모든 Ia형 초신성이 동일한 밝기를 낸다고 가정해 거리와 팽창 속도를 계산해온 기존 분석 방식과 다른 결과다.

‘항성 나이 편향(age bias)’ 보정 전(위)·후(아래) 초신성 밝기 비교 그래프.
보정 전에는 초신성이 멀수록 어둡게 보였으나, 별의 나이를 반영하자 데이터가 일정한 패턴으로 수렴했다. 이는 젊은 별에서 발생한 초신성이 본래 더 어두웠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사진 = 연세대]


즉, 젊은 별에서 발생한 초신성은 평균적으로 더 어둡게 관측되고, 오래된 별에서 폭발한 초신성은 상대적으로 더 밝게 나타나는 경향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이 차이를 99.9999999%(9시그마)의 통계적 신뢰도로 검증했다.

이 발견은 “모든 초신성이 같은 밝기”라는 ‘표준촛불(Standard Candle)’ 가정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결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나이에 따른 밝기 차이를 반영해 데이터를 다시 계산한 결과, 기존에 ‘우주가 가속 중’으로 해석됐던 그래프가 감속 곡선으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기존 천문학은 초신성이 어둡게 보이는 이유를 “거리 때문”으로 봤지만, 연세대 연구는 “젊은 시기의 별에서 발생한 초신성이 평균적으로 더 어둡게 관측된다”는 통계적 결과를 제시했다.

천문학에서는 멀리 있는 천체일수록 과거의 모습을 본다. 빛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지 수억~수십억 년이 걸리기 때문이다.

따라서 먼 은하에서 관측된 초신성은 ‘그 시절 비교적 젊은 별의 폭발’을 보여주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멀리 있는 초신성일수록 젊은 항성 집단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평균적으로 더 어둡게 관측되는 경향을 보인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 밝기 보정 결과, 암흑에너지 ‘시간 따라 약화’ 가능성 제시

암흑에너지의 성질을 추정한 확률 분포 그래프.
보정 전(위)에는 ‘우주상수(Cosmological Constant)’ 모델이 우세했지만, 보정 후(아래)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해지는 ‘진화형 암흑에너지(Time-varying Dark Energy)’ 모델과의 일치도가 높아졌다. [사진 = 연세대]


연구팀은 이 효과를 보정해 초신성 데이터를 다시 분석한 결과, 암흑에너지가 일정한 세기를 유지하는 ‘우주상수(Λ)’ 형태로 존재한다는 기존 표준우주모형(ΛCDM 모델)과 더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대신 최근 미국의 암흑에너지분광관측장비(DESI) 프로젝트가 제시한, 시간이 지날수록 약해지는 ‘진화형 암흑에너지 모델(Dynamical Dark Energy)’ 과 훨씬 더 잘 부합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 모델을 바리온음향진동(BAO) 및 우주배경복사(CMB) 데이터와 결합해 검증했으며, 그 통계적 일치도가 9시그마 이상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는 DESI의 기존 결과(2.8~4시그마)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이 교수는 “DESI 프로젝트는 수정 전 초신성 데이터를 결합해 분석해 ‘미래 우주는 감속 팽창하겠지만 현재는 여전히 가속 중’이라고 결론 내렸지만, 우리는 이미 감속팽창 단계에 들어섰음을 보였다”며 “이 결과는 바리온음향진동이나 우주배경복사 분석에서 예측한 흐름과도 일치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동일한 나이를 가진 젊은 은하만을 이용해 ‘광도진화’가 없는 우주론 테스트를 진행했으며, 이번 연구와 같은 결론을 얻었다고 덧붙였다. 연구 결과가 추가 검증을 통해 확정된다면, 1998년 암흑에너지 발견 이후 27년 만에 우주론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단순히 가속팽창 이론을 반박한 수준을 넘어, 암흑에너지의 본질이 상수(Λ)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실증적으로 보여줬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특히 향후 한국이 참여하는 남반구 대형관측사업 ‘LSST’(대형시놉틱탐사망원경) 이 본격화되면, 초신성을 보유한 은하가 2만 개 이상 추가 관측돼 보다 정밀한 우주론 검증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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