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 전경 [사진 = 삼성중공업]


[이코노미 트리뷴 = 김용현 기자] 삼성중공업이 독자 개발한 한국형 LNG 화물창 ‘KC-2C’를 탑재한 7,500㎥급 LNG 운반선을 인도하며, 국내 조선업계의 숙원으로 꼽혀온 ‘한국형 LNG 화물창 시대’를 열었다.

이번 선박은 대한해운엘엔지와 협업으로 건조돼 통영에서 제주 애월 LNG기지까지 첫 항차 운항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8월 대한해운엘엔지와 기존 LNG 운반선의 화물창을 KC-2C로 교체하는 계약을 체결한 뒤, 거제조선소에서 개조 공사를 진행해왔다. 이후 가스 시운전을 마치고 이번 달 선박을 인도하면서 국산 LNG 화물창의 상업 운항이 본격화됐다.

◇ ‘프랑스 의존’ 끊고 LNG선 핵심 기술 국산화

LNG 운반선은 영하 163℃의 초저온에서 액화된 천연가스를 나르는 특수선박으로, 내부에 설치되는 ‘화물창(Cargo Containment System)’의 기술력이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프랑스 GTT사가 보유한 특허 기술(GTT NO96, MarkⅢ 등)을 사용해야 해 한국 조선사들이 세계 시장의 80%를 점유하면서도 매 선박마다 수십억 원의 로열티를 지급해야 했다.

KC-2C는 이 같은 기술 의존 구조를 해소하고 국내 기술력으로 완성된 순수 국산형 화물창 시스템이다.

삼성중공업은 2020년 목업(Mock-up) 테스트를 시작으로 2021년 LNG 실증설비를 구축하고 핵심 기술 내재화에 착수했다. 이후 2023년에는 자체 LNG 벙커링 바지선 ‘그린누리호’에 KC-2C를 장착해 냉각시험과 해상 벙커링, 가스 시운전 등 실증을 병행했다.

‘그린누리호’는 지난 2년간 총 123회의 LNG 벙커링을 수행하며 국내 최다 실적을 기록했고, 이를 통해 KC-2C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입증했다.

삼성중공업은 KC-2C 개발 과정에서 ‘레이저 고속용접 로봇’을 투입해 극저온 멤브레인 시트 용접의 자동화 효율을 크게 높였다고 설명했다.

◇ LNG 운반선 수요 급증…기술 자립 경쟁력 더한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 LNG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LNG 운반선 발주도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각국이 석탄 대신 탄소 배출이 적은 LNG를 ‘전환 에너지(Transition Energy)’로 채택하면서, 글로벌 LNG 물동량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유럽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과 카타르산 LNG 수입을 확대하며 LNG 시장이 재편되는 상황이다.

이처럼 LNG 운반선은 조선업계의 고부가가치 선종으로 꼽힌다.

선박 한 척당 단가가 2억~2억5000만 달러(약 3000억 원)에 달하며, 한국 조선 3사(삼성중공업·HD현대중공업·한화오션)가 세계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KC-2C의 상업 운항 성공은 외국 기술에 의존해 온 LNG 화물창을 국산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세계 1위를 점유하고 있는 LNG 운반선 시장에서 기술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향후 17만4000㎥급 대형 LNG 운반선의 개조 및 신조에도 KC-2C를 적용해 시장 평가를 이어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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